건강

공부 중독을 만드는 호르몬 ‘도파민’

지역내일 2008-11-17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미란 선수의 역기를 드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감동적이었다. 인.용상을 합해 6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역도 경기에서 4번의 시도 만에 금메달을 확정하고, 이후 2회의 시도에서는 세계 신기록에 도전하는 장미란의 모습에서 우리는 듬직함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필자는 경기를 관람하면서 장미란 선수는 왜 저 힘든 역기를 들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무거운 역기를 드는 것이 스키나 골프 등 여타 스포츠처럼 재미가 있을까?

마라톤 선수들은 경기 도중 “자동차가 자신을 치어서 그만두게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한다. 등산을 하는 사람도 “이 힘든 고생을 왜 사서 하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마라톤 선수가 테이프를 끊거나, 산악인이 정상에 올랐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얻으며 그 동안의 고통을 한 순간에 잊어버린다. 이때 앞쪽 뇌(전두엽)에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성취감이나 기쁨을 주는 호르몬인데, 중독성이 있다. 결국 장미란 선수는 자신의 기록을 깰 때마다 느끼는 쾌감에 중독이 되어 고통스러운 훈련 과정을 이겨낸 것이다.

고3 수험생들이 1년 동안 매일같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것은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이 한 단계씩 늘 때 마다 분비되는 도파민에 ‘중독’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도파민은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호르몬인 것이다. 나중의 큰 만족을 위해서 현재의 작은 만족을 포기하는 능력을 ‘만족 지연 능력’이라고 한다. ‘만족 지연 능력’에서 도파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족 지연 능력은 인생에서 성공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고3 학생은 당장 나가 놀고 싶은 유혹을 자제하고 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에 매진한다. 젊은 신입사원은 일찍 퇴근해서 애인과 데이트를 하고 싶은 유혹을 자제하고 자신의 커리어의 성공을 위해 회사에서 밤늦게 젊음을 불태운다. 30대의 나이에는 당장 카드 할부를 이용해 좋은 차를 타고 싶지만, 미래의 부유한 삶을 위해서 그 돈을 저축 하거나 투자 한다. 이런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한 노력을 통해 원하는 목표를 성취했을 때 도파민이 분비되어 성취감을 경험했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 성취감의 경험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데 매우 중요하다.

한편 도파민이 다른 사람보다 적게 나오는 아이들의 경우 만족지연능력이 떨어지고, 당장의 자극적인 만족에 매달리기가 쉽다. 이런 경우 집중력이 약해 ADHD로 진단이 되기도 하고, 게임 중독이 생기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미래의 성공보다는 현재의 즉흥적인 만족에만 매달리게 된다. 결국 공부를 게을리 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에 중독이 안되어 공부를 ‘못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노력을 통해 성취를 했을 때 많은 칭찬과 상을 주어 성취감에 중독되도록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운동을 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쉽게 할 수 운동보다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실력이 한 단계 한 단계 상승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 예를 들면 태권도나 테니스 등이다. 이를 통해 오랜 노력 끝에 달성하는 성취감을 경험하게 해 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칭찬을 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1등을 했으니깐 훌륭하다’는 식의 칭찬은 결과에 대한 칭찬이다. 이보다는 “이 문제를 끈기 있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면서 풀더니 결국은 해 내었구나”라고 과정을 칭찬해주는 것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뇌과학의 발전으로 집중력과 끈기를 길러줄 수 있는 두뇌 훈련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이를 ‘브레인 피트니스’라고 하는데,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면 근육이 발달하듯이 뇌 기능도 훈련을 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주로 두뇌 개발에 관심이 많은 미국, 이스라엘, 스웨덴을 중심으로 개발된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집중력 개발을 위한 뉴로피드백, 청각적 집중력을 위한 리스닝 피트니스, 시각적 집중력을 위한 insight, 감각운동통합능력을 위한 인터렉티브 메트로놈 등이 효과적이다. 아이에게 항상 “공부좀 해라”며 잔소리를 하다가 아이와 사이만 나빠지기 보다는 전문적인 클리닉을 찾아 효과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배지수, 정신과 전문의, MBA, BFC 학습클리닉 원장 02-3412-7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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