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속에 웃을 일은 적고, 속 끓이는 일은 많아지는 요즘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잦은 복통과 설사, 속 쓰림, 소화불량 등의 위장장애 증상을 흔히 경험하게 된다. 이 같은 증상은 소화성 궤양이나 역류성식도염과 같은 소화기의 이상 징후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 ‘기능성위장장애’인 경우가 많다.
대다수 한국인은 기능성위장장애
한국인 10명 중 8명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평소 속 쓰림과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기능성위장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기능성위장장애는 혈액검사, 방사선 검사, 내시경 검사 등 각종 검사에서 기질적인 원인이 발견되지 않으나 복통, 구토, 더부룩함, 속 쓰림 등의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되는 말 그대로 ‘기능’상의 위장장애를 말한다. 기능성위장장애는 호소하는 증상에 따라 크게 상부위장관형과 하부위장관형으로 나눌 수 있다. 상부위장관형은 주로 위십이지장, 식도 기능장애를 말하며 속쓰림, 트림, 흉통, 구토, 소화불량, 식후 상복부 불쾌감 등으로 나타난다. 하부위장관형은 장이나 직장항문 등의 기능장애가 원인이 되며 변비나 설사, 복부팽만감, 하복부통증 등으로 나타난다.
기능성위장장애는 두 군데 이상 소화기관에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가 기능성위장장애 환자 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두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기능성위장장애를 가진 경우가 전체의 49.5%(48명)에 이르며, 이 중 세 가지 이상의 기능장애를 보이는 경우도 전체의 14%(14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성위장장애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내장 기관은 장(腸)으로 72.7%(70명)를 나타냈으며, 다음으로는 위십이지장 46.4%(45명), 식도 24.7%(24명), 직장항문 20.6%(20명), 기능성복통 1%(1명)의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서구화 추세로 인해 하부위장관형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능성위장장애는 그 자체가 임상적 질병은 아니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증상이다. 기능성위장장애의 증상만으로는 암이나 궤양 등 기질적인 위장질환과의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능성위장장애 증상이 있다면 정확한 검진을 통해 기질적원인과의 인과관계를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한 기능성위장장애는 기질적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알리는 적신호인 동시에 그 자체가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요인이므로 식이요법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한국인 사망원인 1위 위암, 대장암 급격한 증가 추세
기능성위장장애 증상을 간과할 경우 위암과 대장암 같은 심각한 기질적 질환을 놓치기 쉽다. 전체 암 중에서도 발병률이 가장 높은 위암은 대부분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속 쓰림이나,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만으로는 위암을 인지할 수 없다. 위암의 발병 유무를 가장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위내시경검사와 위장조영촬영 등이 있다. 특히 위내시경검사는 위암은 물론, 상부위장질환의 여부를 가장 효과적으로 검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장암은 최근 가장 급증하고 있는 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전체 암 발생건수에서 대장암은 가장 높은 증가율(6.7%)을 보였으며, 지난해 3만144명이 대장암으로 투병해 전체 암 투병환자(18만8206명) 수에서도 위암(3만7569명) 다음으로 많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장암의 급격한 증가원인으로 식습관의 서구화를 지적하고 있다. 대장암 역시 증상만으로는 조기발견이 어렵다. 대장암의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장내시경검사가 필수다. 장내시경은 대장암, 직장암과 함께 최근 유병률이증가하고있는하부위장관질환을조기에발견하는가장확실한방법이다.
위내시경 장내시경 동시해야 효과적
조기검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내시경 검사건수는 2004년 614만 5104 건에서 2005년 723만 5212 건, 2006년 742만 9409 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내시경검사를 받는 수검자 중 대다수는 식도와 위, 십이지장에 해당하는 위내시경만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하부위장질환까지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위내시경뿐 아니라 장내시경도 함께 받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효진교수는“모든 내장기관 특히, 소화기관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질환이 상호 연관될 수 밖에 없다”며 “증상만으로는 기질적 질환의 구분이 어려우므로 반드시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등의 정밀검사를 통해 정확한 질병 유무와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영동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내시경센터) 박효진교수
김영서 기자 y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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