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현장에서 만난 사람]한림대학교 이영선 총장

지역내일 2008-09-22
“교육의 질 높여야 지방대학 산다”

지나친 초중등 예산집중 개선 필요 … 대학기부금 세액공제 도입해야
2010년 이후 서울서 1시간내 접근 … 기숙사 확대, 학생 폭넓게 유치

지난 7월 강원도 양양에서 열린 ‘2008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한 지방대 총장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예산 배정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립대 특히 지방사립대에 대한 홀대가 여전히 심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학령기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대의 학생모집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적 배려까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내일신문은 문제를 제기한 한림대 이영선 총장을 만나 대학자율화 시대에서 지방대학의 생존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

-춘천에 오는 내내 곳곳에 공사장이던데.
고속도로와 철도 전철화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가 완료되면 서울서 40분이면 춘천에 올 수 있다. 이제 우리 대학도 수도권 대학이다.

-대교협 세미나에서 고등교육 예산과 배정과 관련해 발언하는 것을 보았다. 예산 배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교육예산은 지나치게 초중등교육에 편중돼 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의 학생대 교사 비율은 20대 1인데 반해 대학은 45대 1이다. 누가 보아도 잘못된 것이다. 대학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하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초중등교육이 정치적으로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고등교육에 보다 많은 재정이 투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립대에 비해 사립대가 당하고 있는 차별도 해소해야 한다.

-사립대가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인가.
고교 졸업생이 줄어들면서 지방 대학들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재정지원이 적은 사립대는 등록금까지 많이 받아야 하니 국립대와 공정한 경쟁을 못한다.

-설립 주체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 아닌가.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 보자. 세금은 같이 내는데 사립대 학부모는 국립대 학부모보다 훨씬 비싼 등록금을 부담해야 한다. 불공평하다.

-학교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립대가 마련할 수 있는 자구책은 등록금 인상과 발전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발전기금을 모으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정치권에서 대학에 기부한 사람들에게 10만원씩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부처가 세수감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경쟁력은 우수한 인력에서 나온다. 경쟁력의 원천인 우수한 인재는 대학이 양성한다. 오히려 경제부처가 나서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대학 자율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집정원이나 지원금을 주는 내부 지향적 방식이 아니라 외국 대학들과 경쟁해서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해외 지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이 한국의 미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질을 높여야 한다.

-지방대학의 학생모집난을 이야기 했는데 한림대도 마찬가지인가.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아직까지 모집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우수학생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마련하고 있는가.
지방에서는 성적이 우수하거나 가정 형편이 조금 좋은 학생들은 중학교 때부터 서울로 떠난다. 그래도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이 곳곳에 많이 남아있다. 자치단체 등과 손을 잡고 이들을 발굴,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유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천군과 강원랜드가 함께 하고 있다.

-지역 내 인재발굴만으로 한계가 있지 않은가.
앞에서 말한 공사가 완료되면 서울, 수도권 학생들이 1시간 이내에 통학을 할 수 있다. 서울 시내에서도 이 정도 시간은 걸릴 것이다. 지금보다 지리적 여건이 훨씬 좋아진다. 그러나 통학이 쉽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은 아니다. 기숙사를 신축하고 있다. 앞으로 학생 절반은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수업만 듣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인간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로 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한림대의 우수학생 유치 전략이다. 교육 서비스의 질을 지금보다 높이면 가능하다.
교육의 질이 우리 대학을 비롯해 지방대학의 최대 생존전략이다. 교육 경쟁력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폭 넓게 학생을 유치해보자는 계획이다.

-취업률이 사회적 관심인데.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 대학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교육이 얼마만큼 취업과 연관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좀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최근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은 좀 과다한 부분이 있다.

-어떤 의미인가.
취업률의 작은 차이를 가지고 순위를 매겨 ‘이 대학은 좋은 대학, 저 대학은 나쁜 대학’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미래지향적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이 잘되도록 학교가 연결해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대학은 창의성을 가진 지성을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졸업하자마자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는 사내교육 비용을 학교와 사회에 전가시키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것인가.
그렇다. 일부 기업이 일부 대학에 투자하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 기업들은 대학교육에 거의 기여를 하지 않고 있다. 전경련이든 대기업이든 원하는 교육을 받은 인재를 공급받으려면 대학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재정 지원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인가.
지식정보화사회의 특징은 학문이나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빠르게 변한다는 것이다. 빠른 변화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인재는 기초학문을 충실히 공부한 사람이다. 기업도 당장 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기초가 튼튼해 어떤 상황변화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한림대학의 특성화 분야는.
의대·간호학과 등 의학 계열과 생명과학, 환경공학, 보건,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 인문학의 콘텐츠를 융합시켜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인문학 콘텐츠를 강조했는데 최근 대학가 흐름과 다른 것 아닌가.
인문학이 중요하다. 이를 베이스로 해서 나머지 학문이 발전하는 것이다. IT니, 무슨 공학이니 하는 이른바 잘 나가는 학문들도 인문학이 기초가 되어야 빛을 본다. 컴퓨터 하나 가지고 성공할 수 없다. 컴퓨터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과 우수한 인문학 콘텐츠가 연결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이영선 총장은
-1966~1970년 서울대 경제학 학사
-1976년 미국 Maryland대학 경제학 박사
-1978~2008년 2월 연세대 조교수·부교수·교수
-1998~2002년 연세대 기획실장
-2007년 2~2008년 2월 한국경제학회 회장
-2008년 3월 ~ 한림대 총장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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