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주부들의 쓰레기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수원시가 8월1일부터 분리수거정착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쓰레기번지찾기운동(번지찾기운동)’에 따라 미분리된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지난 7월 한달간 홍보기간을 갖고 8월부터 규격봉투 미사용, 미분리된 쓰레기, 물기가 다량 들어있는 봉투 등은 수거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영통쓰레기소각장 가동에 따른 것.
분리수거, 소각장 가동의 전제조건
수원시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최근 9백억원을 들여만든 소각장에 태워서는 안되는 쓰레기들이 일반쓰레기에 섞여 반입되고 있어 소각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안전한 소각장 가동을 위해서는 쓰레기분리수거가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번지찾기운동 시행 후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타는 쓰레기와 안타는 쓰레기, 즉 소각용과 매립용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이에 수원시는 소각용쓰레기봉투와 안타는 쓰레기전용봉투를 별도로 제작 판매하기로 했다. 또한 음식물쓰레기는 물기를 제거해 배출하고 재활용품은 각각의 성상별로 분리배출해야 한다. 가전제품, 가구 등 대형폐기물은 동사무소에서 스티커를 구입, 부착한 후 배출해야 한다.
수원시는 8월1일부터 이러한 배출방식이 지켜지지 않은 쓰레기는 일절 수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장은 주부들 불편 가중
번지찾기운동이 시작되자 당장 주부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팔달구 인계동 선경3차 아파트에 사는 조순옥(35)주부는 “집안에 분리수거해 놓을 쓰레기가 더 많아 졌다. 또 화요일 저녁에는 폐기물 내다놓기, 목요일은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일 등 일주일 내내 쓰레기 때문에 정신없다”고 말했다.
수원시의 번지찾기운동 시행에 따른 준비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안타는 쓰레기를 별도 분류해 배출하라고 했지만, 정작 안타는 쓰레기전용봉투는 8월 중순부터 판매됐기 때문이다.
영통 신나무실에 사는 한 주부는 “매립용 폐기물을 전용봉투에 담으라고 하면서 별도의 봉투는 아직 나오지 않아 작은 폐기물을 집에 쌓아두고 있다”며 “사전에 완벽한 준비로 시민들의 혼란을 없애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주부들은 “타는지 안타는지 구분이 잘 안되는 쓰레기의 경우, 분류에 혼란을 겪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파트 부녀회, 관리소 바빠져
번지찾기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공동주택과 일반주택가의 차이가 크다.
공동주택의 경우, 그동안 쓰레기 분리수거를 대부분 시행해왔고 음식물쓰레기수거함 등 수거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정자동 동신아파트 205동 경비 라만강씨는 “주민들이 잘 따라주는 편이다. 소각장에서 안 받는다니까,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분리수거 제대로 하자는 건데 안 따를 이유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동은 시행 초기에 잘 따라주지 않아서 이틀정도 쓰레기를 헤쳐놓고 전시해 놓았다고 한다. 라씨는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니까, 쓰레기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 관리소나 부녀회가 바빠진 곳이 많다.
인계동 선경3차 아파트 부녀회는 지난 8일 음식물쓰레기 물기제거를 위해 별도의 플라스틱 용기를 제작해 전세대에 나눠줬다. 또한 부녀회 회원들이 분리수거가 안된 쓰레기를 감시, 적발하고 주민 편의를 위해 동사무소에 전용마대를 부녀회가 일괄구입해 재활용 분리수거일에 동별로 수거하기로 했다. 이범란 선경3차 아파트 부녀회장은 “대형폐기물 처리 스티커도 관리사무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건의하는 등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 감시당번제 등 백태 연출
반면, 일반주택가는 상대적으로 애로사항이 많다.
지난 12일 한 주부는 인터넷을 통해 “아파트와 달리 주택가는 쓰레기분리수거함이 없어 재활용품 분리수거에 애로가 많다”며 “도시미관과 쓰레기재활용유도, 무단투기 방지등을 위해 분리수거함을 설치해 달라”고 수원시에 요구했다.
장안구 정자동 동아빌라 한 주부는 “누군가 분리 안된 쓰레기를 빌라 앞에 버리고 가는 통에 동네에서 다시 분리해 버렸다”며 “그 후로는 쓰레기를 빌라 앞에 모아놓지 않고 청소차량이 오는 시간에 맞춰 내다버린다”고 말했다. 또한 “두집씩 당번을 정해 미분리 쓰레기를 감시하고 1200원씩 걷어 주변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를 봉투에 넣어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번지찾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곳곳에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동아빌라처럼 일반 주택가는 주민들이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일부 아파트에서는 쓰레기봉투에 호수를 기재하거나 쓰레기를 버릴 때 경비에게 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미화원들에게 불합격 판정을 받기 전에 다시 한번 주의를 주기 위함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최근 쓰레기를 차 트렁크에 몰래 넣고 들어와 무단투기하는 경우가 늘자, 입구에서 차량트렁크를 일일이 검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권선동에 사는 한 주부는 “아무리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차량수색을 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며 불쾌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쓰레기번지찾기운동에 대해 수원시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쓰레기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분리수거를 제대로 정착시키겠다는 것. 이에 대해 심재덕 수원시장은 “결국은 시민자신을 위한 것”이라며 “쓰레기번지찾기운동에 이어 쓰레기봉투값 현실화하면 무단투기가 많아지겠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수원시는 선진 쓰레기행정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금, 수원은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김계숙·송은자 리포터
수원시가 8월1일부터 분리수거정착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쓰레기번지찾기운동(번지찾기운동)’에 따라 미분리된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지난 7월 한달간 홍보기간을 갖고 8월부터 규격봉투 미사용, 미분리된 쓰레기, 물기가 다량 들어있는 봉투 등은 수거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영통쓰레기소각장 가동에 따른 것.
분리수거, 소각장 가동의 전제조건
수원시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최근 9백억원을 들여만든 소각장에 태워서는 안되는 쓰레기들이 일반쓰레기에 섞여 반입되고 있어 소각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안전한 소각장 가동을 위해서는 쓰레기분리수거가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번지찾기운동 시행 후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타는 쓰레기와 안타는 쓰레기, 즉 소각용과 매립용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이에 수원시는 소각용쓰레기봉투와 안타는 쓰레기전용봉투를 별도로 제작 판매하기로 했다. 또한 음식물쓰레기는 물기를 제거해 배출하고 재활용품은 각각의 성상별로 분리배출해야 한다. 가전제품, 가구 등 대형폐기물은 동사무소에서 스티커를 구입, 부착한 후 배출해야 한다.
수원시는 8월1일부터 이러한 배출방식이 지켜지지 않은 쓰레기는 일절 수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장은 주부들 불편 가중
번지찾기운동이 시작되자 당장 주부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팔달구 인계동 선경3차 아파트에 사는 조순옥(35)주부는 “집안에 분리수거해 놓을 쓰레기가 더 많아 졌다. 또 화요일 저녁에는 폐기물 내다놓기, 목요일은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일 등 일주일 내내 쓰레기 때문에 정신없다”고 말했다.
수원시의 번지찾기운동 시행에 따른 준비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안타는 쓰레기를 별도 분류해 배출하라고 했지만, 정작 안타는 쓰레기전용봉투는 8월 중순부터 판매됐기 때문이다.
영통 신나무실에 사는 한 주부는 “매립용 폐기물을 전용봉투에 담으라고 하면서 별도의 봉투는 아직 나오지 않아 작은 폐기물을 집에 쌓아두고 있다”며 “사전에 완벽한 준비로 시민들의 혼란을 없애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주부들은 “타는지 안타는지 구분이 잘 안되는 쓰레기의 경우, 분류에 혼란을 겪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파트 부녀회, 관리소 바빠져
번지찾기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공동주택과 일반주택가의 차이가 크다.
공동주택의 경우, 그동안 쓰레기 분리수거를 대부분 시행해왔고 음식물쓰레기수거함 등 수거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정자동 동신아파트 205동 경비 라만강씨는 “주민들이 잘 따라주는 편이다. 소각장에서 안 받는다니까,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분리수거 제대로 하자는 건데 안 따를 이유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동은 시행 초기에 잘 따라주지 않아서 이틀정도 쓰레기를 헤쳐놓고 전시해 놓았다고 한다. 라씨는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니까, 쓰레기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 관리소나 부녀회가 바빠진 곳이 많다.
인계동 선경3차 아파트 부녀회는 지난 8일 음식물쓰레기 물기제거를 위해 별도의 플라스틱 용기를 제작해 전세대에 나눠줬다. 또한 부녀회 회원들이 분리수거가 안된 쓰레기를 감시, 적발하고 주민 편의를 위해 동사무소에 전용마대를 부녀회가 일괄구입해 재활용 분리수거일에 동별로 수거하기로 했다. 이범란 선경3차 아파트 부녀회장은 “대형폐기물 처리 스티커도 관리사무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건의하는 등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 감시당번제 등 백태 연출
반면, 일반주택가는 상대적으로 애로사항이 많다.
지난 12일 한 주부는 인터넷을 통해 “아파트와 달리 주택가는 쓰레기분리수거함이 없어 재활용품 분리수거에 애로가 많다”며 “도시미관과 쓰레기재활용유도, 무단투기 방지등을 위해 분리수거함을 설치해 달라”고 수원시에 요구했다.
장안구 정자동 동아빌라 한 주부는 “누군가 분리 안된 쓰레기를 빌라 앞에 버리고 가는 통에 동네에서 다시 분리해 버렸다”며 “그 후로는 쓰레기를 빌라 앞에 모아놓지 않고 청소차량이 오는 시간에 맞춰 내다버린다”고 말했다. 또한 “두집씩 당번을 정해 미분리 쓰레기를 감시하고 1200원씩 걷어 주변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를 봉투에 넣어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번지찾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곳곳에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동아빌라처럼 일반 주택가는 주민들이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일부 아파트에서는 쓰레기봉투에 호수를 기재하거나 쓰레기를 버릴 때 경비에게 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미화원들에게 불합격 판정을 받기 전에 다시 한번 주의를 주기 위함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최근 쓰레기를 차 트렁크에 몰래 넣고 들어와 무단투기하는 경우가 늘자, 입구에서 차량트렁크를 일일이 검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권선동에 사는 한 주부는 “아무리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차량수색을 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며 불쾌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쓰레기번지찾기운동에 대해 수원시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쓰레기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분리수거를 제대로 정착시키겠다는 것. 이에 대해 심재덕 수원시장은 “결국은 시민자신을 위한 것”이라며 “쓰레기번지찾기운동에 이어 쓰레기봉투값 현실화하면 무단투기가 많아지겠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수원시는 선진 쓰레기행정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금, 수원은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김계숙·송은자 리포터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