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심사에 냉전적 기준 여전

사회주의 활동 이유로 김 한 등 20여명 또 탈락

지역내일 2000-08-16
금년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에서 김 한 등 20여명의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이 또다시 탈락했
다. 남북의 정상들이 만나는 등 분단상황에 큰 변화가 일고 있음에도, 보훈 심사기준은 여전
히 냉전의 잣대가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보훈처는 김 한(金 翰)에 대해 “사회주의 활동의 독립운동적 성격에 대한 평가문
제와 이후 행적 및 사망시기 미상”을 이유로 포상에서 탈락시켰다. 보훈처 관계자는 “종
합적으로 고려하지만 사회주의 사회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제외해 왔다”고 밝혔다.
김 한은 1905년 일본 호오세이 대학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만주로 망명하여 상해 천진
봉천 등지에서 대한독립단원으로 반일운동에 참가했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출범 때에는
법무부총장 신규식 아래서 비서국장을 맡았다.
그리고 1923년 의열단원 김상옥 열사 사건에 연루돼 일본경찰에 체포됐다. 폭탄의 국내반입
에 관여했다는 혐의였다. 1심에서 김 한은 5년 징역형이 구형됐으나 최후진술에서 일본의
총독정치를 비판했다는 ‘괘씸죄’가 적용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927년 동경에서 출소한 김 한은 다음해 고려공산당 청년회 후계간부 결성에, 1929년에는
조선공산당 재건준비위 결성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독립유공자공적심사위는 이때 사회주의 활동을 이유로 김 한을 탈락시켰다.
이에 대해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사안별로 판단하고 있어 이동휘 선생 등 사회주의 활동
가도 포함시킨 전례가 있다”면서도 “광복 이후에도 사회주의 활동을 계속하거나 사회주의
사회 건설을 목표로 한 사람은 제외시켜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심사기준으로서 사회주의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남
북관계의 해빙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변화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특히 금년에 강만길 고대교수나 만주독립운동사를 연구한 반병율 외대교수 같은 사람이 심
사위원진에 합류함으로써 사회주의 평가기준이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심사위원
한사람이라도 반대하면 탈락하는 전원일치방식을 취하는 게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김 한의 외손인 우원식(43·환경관리공단 이사)씨는 “일제가 강점하던 때 사회주의는 독립
운동의 수단이었다. 오늘의 냉전적 시각으로 그 시절의 사회주의 활동을 평가해서는 안된
다”며 심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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