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도 자신의 사주에 맞는 색깔을 입어야 합니다. 사람마다 길색과 흉색이 있는데 한복을 입을 때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작품대회나 발표회 등 큰일을 치룰 때 길색으로 입으면 합격과 행운이 절로 따라 옵니다.”
서초동에서 전통한복, 한복맞춤대여, 한복대여, 한복수선 등의 서비스점 ‘한복 청보리’를 운영하는 한복 전문가 김나연(48세)씨는 보통 한복디자이너들과는 분명 다르다. ‘한복컬러 컨설팅 전문가’로도 불리는 그는 한복을 입기위해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다른 시각에서 옷을 권한다. 보통 고객이 디자인을 정한 다음 색깔을 보고 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자신이 먼저 한복색깔을 권한 후 고객이 결정하도록 한다. 특히 인생의 중대사가 있는 자리일 때는 더욱 색깔을 염두해 둔다.
“그 사람의 생년월일을 보면 몸에 좋은 길색과 몸에 나쁜 흉색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길색을 입게 해 행운과 좋은 운을 만들도록 합니다. 길색은 얼굴을 맑게 하고 눈을 빛나게 하며 사람을 광채 나게 해 만사가 잘 풀리도록 합니다.”
자신을 찾는 이들에게 색깔 무료컨설팅을 해주는 그는 역술가는 절대 아니라면 단지 한복 전문가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색과 흉색있으니 이를 알고 컬러를 잘 선택하면 세상 일이 잘 풀린다고 한다.
“실제 제가 권하는 한복색깔을 입고 작품대회에 나간 학생이 우수상을 받았고 자연피부미인대회에 나간 여성도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행사가 있던 회사원도 그날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는 칭찬의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복은 음양오행 이치 담겨있어
그의 색깔 컨설팅으로 한복을 입었던 사람들이 단골이 되면서 근처에서는 꽤 알아주는 한복 전문가가 되었다. 여기에 메이컵까지 무료로 해주면서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다. 한복은 알면 알수록 굉장히 광범위하지만 무엇보다 색깔과 메이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전문기관에 가서 메이컵과 컬러 공부를 했다.
“한복을 맞추거나 대여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큰 부담이 화장인데 무료로 서비스를 하니 무척들 좋아합니다. 여기에 운을 부르는 한복 색깔까지 알려주니 더욱 고마워들 하죠.“
신부한복, 신랑한복, 시어머니 한복, 친정어머니 한복을 다룰 때는 정성을 듬뿍 담는다. 특히 함에 들어갈 신부한복을 지을 때는 신랑 측과 좋은 인연을 맺게 하고 축복을 내리라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는 그만의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 정성이 통했는지 실제 얼마 전 45세의 단골인 신부가 결혼해서 바로 임신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복과 인연을 맺은 것은 16년 전 부터다. 부동산 일을 하다가 우연히 한복의 아름다움에 반하면서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한복을 짓는 일이 너무나 즐거워 한땀 한땀에 지극 정성을 들이다보니 어느덧 ‘정성을 듬뿍 담아내는 집’으로 알려졌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이 힘들지만 이젠 마음을 볼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는 그는 가장 힘들 때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친다고. 어릴 적 이것을 외치며 놀았던 순수한 기억이 좋았는데 이젠 그를 지탱해주는 구호가 되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의 장소에서 평수를 더 넓혀 ‘토탈 혼수전용 웨딩샵’을 만드는 것. 한복, 메이컵, 이불, 장신구 등 결혼에 대한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갖고 싶다.
“한복 속에는 세상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관례복이 녹의 홍상과 황의 청상인 것도 음양오행의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한민자 리포터hmj64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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