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나라 땅에는 화초가 없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는 이 유명한 싯귀의 주인공은, 중국 4대 미인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왕소군(王昭君)이다. 흉노족을 회유하기 위하여 정략결혼의 희생자가 되어 중원의 변방으로 끌려간 중국 한족(漢族) 여인들의 심사를 노래한 것이다. 요컨대 타의에 의해 강제로 고향과 가족을 잃어버린 실향 이산가족의 애절한 정황이 그 문면에 있다.
이 땅에는 계절이 바뀌어도 그 감각을 알 수 없으며 주효(酒肴)가 제 맛을 잃은 지 오래인 실향민이 무려 1000만명이나 있다. 이 1000만이란 숫자는 동란과 분단 이후 가호적 신고 기준으로 524만에 이른 월남 도민들을, 이북의 가족을 염두에 두고 그 배수로 계상하여 산정한 것이다.
지난 6월 15일 남북 분단 55년만에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그에 따른 6.15 공동선언의 결과로 8월 15일 이산가족 방문단의 교환이 있었다. 그리하여 한반도의 이산가족 문제는 다시금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핫 이슈가 되었으나, 그 방문단의 규모는 100명에 불과한, 참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호언장담한 '통 큰' 사업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알 수 없다.
남한의 이산가족 1세대만 하더라도 143만명에 이른다. 또한 반세기에 걸친 세월에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전체 숫자를 합하면 100만에 가깝다. 그렇다면 지난번 방문단의 남북 각기 100명 배후에는 이산 1세대와 납·월북자만 하더라도 1명당 1만명의 애타는 시선이 잇대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앞으로도 방문단 교환은 상징적인 사업으로 계속 추진하되, 그보다 더 속히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그리고 면회소 설치를 통해 광범위한 이산가족의 재회사업이 수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제도화되고 정례화 되도록 모든 대북 협상력을 다 동원해야 한다.
오늘날 실향민 문제에 있어 가장 시급하고 중차대한 관건은, 월남 1세대들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머뭇거려도 좋을 만큼 남은 시간이 없다. 1.4후퇴 때 스무살의 성년이었던 사람이 지금 고희에 이르렀다. 이들이 모두 유명을 달리한 다음에 가족의 재회나 조국의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거기에 무슨 민족의 혈맥을 잇는 감격의 역사가 전개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거칠게 말해 향후 10년이면 남북 이산가족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 왜냐하면 그때는 더 이상 이산가족 1세대들이 이 땅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년 이내에 이 문제의 전반적인 장벽을 헐어내지 못한다면, 오늘날 남북의 지도자들은 후세의 사필에 의해 준엄한 질책을 면키 어려울 터이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 경희대 교수
이 땅에는 계절이 바뀌어도 그 감각을 알 수 없으며 주효(酒肴)가 제 맛을 잃은 지 오래인 실향민이 무려 1000만명이나 있다. 이 1000만이란 숫자는 동란과 분단 이후 가호적 신고 기준으로 524만에 이른 월남 도민들을, 이북의 가족을 염두에 두고 그 배수로 계상하여 산정한 것이다.
지난 6월 15일 남북 분단 55년만에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그에 따른 6.15 공동선언의 결과로 8월 15일 이산가족 방문단의 교환이 있었다. 그리하여 한반도의 이산가족 문제는 다시금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핫 이슈가 되었으나, 그 방문단의 규모는 100명에 불과한, 참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호언장담한 '통 큰' 사업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알 수 없다.
남한의 이산가족 1세대만 하더라도 143만명에 이른다. 또한 반세기에 걸친 세월에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전체 숫자를 합하면 100만에 가깝다. 그렇다면 지난번 방문단의 남북 각기 100명 배후에는 이산 1세대와 납·월북자만 하더라도 1명당 1만명의 애타는 시선이 잇대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앞으로도 방문단 교환은 상징적인 사업으로 계속 추진하되, 그보다 더 속히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그리고 면회소 설치를 통해 광범위한 이산가족의 재회사업이 수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제도화되고 정례화 되도록 모든 대북 협상력을 다 동원해야 한다.
오늘날 실향민 문제에 있어 가장 시급하고 중차대한 관건은, 월남 1세대들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머뭇거려도 좋을 만큼 남은 시간이 없다. 1.4후퇴 때 스무살의 성년이었던 사람이 지금 고희에 이르렀다. 이들이 모두 유명을 달리한 다음에 가족의 재회나 조국의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거기에 무슨 민족의 혈맥을 잇는 감격의 역사가 전개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거칠게 말해 향후 10년이면 남북 이산가족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 왜냐하면 그때는 더 이상 이산가족 1세대들이 이 땅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년 이내에 이 문제의 전반적인 장벽을 헐어내지 못한다면, 오늘날 남북의 지도자들은 후세의 사필에 의해 준엄한 질책을 면키 어려울 터이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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