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체험을 위해 기다려주는 지혜를
흔히들 방학을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거나, 혹은 해보지 못한 어떤 것을 해보는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방학이 되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유치원 시절부터 경험 했던 특별할 것 없는 각 종 캠프에 다녀오거나, 오전부터 밤까지 학원 순례를 하는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태반이다.
이번 여름방학만큼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어떤 것을 시켜 보려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물론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꺼낸 학부모들은 의외의 반응에 놀랐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먼저 ‘어? 그것 재미있겠네’ 하는 호기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1 인터넷, 디지털기기 없는 곳에서 템플 스테이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이미선(40·치평동)씨 부부는 아들을 템플스테이에 보내기로 합의를 보았다. 아들 재민이가 너무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데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말을 해도 밥 보다 컵라면을 더 즐겨먹는 식습관을 잠시나마 잡아보고 싶기도 하는 바람도 있다.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지 않을까봐 집에서 가까운 절(寺)을 선택했다. 기간도 차후 점점 늘려가기로 하고 당장은 2박3일의 간단한 프로그램을 골랐다. 부부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프로그램 안에 들어있는 전래놀이나 생태체험, 야생화 그리기 등이 아니다.
일단 입소하면서 차단되는 디지털 기기들과 인터넷 환경, 그리고 핸드폰이다. 2박3일 동안 재민이는 인스턴트식품을 먹을 수 없고 평소 즐기던 신나는 게임도 할 수 없다. “평소 즐기던 모든 것들이 차단되는 공간에서 사흘을 보낸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어리지만 자신의 시간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더구나 산채나물이 주류인 바루 공양까지 한다고 하니 이보다 나은 캠프는 없는 것 같다”고 이 씨는 귀띔한다.
#2 부모님이 일하는 직장에서 하루 보내기
김평순(동림동, 44)씨는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며 카센터까지 병행하는 자영업자다. 김 씨는 방학 중 이주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가게에 출근할 생각을 하고 있다. 중2인 아들과 초6학년 딸을 일주일씩 번갈아 전화도 받고 잔심부름도 하며 아버지와 엄마가 얼마나 힘들고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있는 지를 체험하게 할 예정이다.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며 고장 난 차를 수리하는 가게이다보니 오가는 사람들도 모두 작업복이고 일하는 아버지와 엄마 역시 말끔한 옷차림은 아니다. 손톱에 까만 때는 다반사고 일이 끝나는 시간이면 피곤해 녹초가 된다. 식사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일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김씨는 “달라는 대로 돈을 주었더니 돈의 소중함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생각해낸 것이다. 부모와는 달리 메이커 옷만 입으려는 사춘기의 아들과 딸이 가게에 나와 부모가 일하는 것을 보면서 돈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다행히 아이들이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알고 긍정적인 대답을 해 기다려진다”고 웃는다.
#3 친가, 혹은 외가, 친척집에 혼자 보내보기
동구 궁동에 사는 이영천(44)씨는 방학을 맞자마자 초5, 6학년 아들 둘을 할머니 집이 있는 강진 마량으로 보낼 계획이다. 평소에 부모와 함께하지 않으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친가이지만 이번만큼은 터미널에서 버스를 태워 친가를 찾아가게 할 예정이다. 사실, 아내와 합의를 하긴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잘 찾아갈 수 있을 지도 의문이고 버스에 익숙하지 않아 멀미는 할까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보내기로 했다. 물론 터미널에서 차표를 사는 것도 아이들에게 맡길 일이며 마량에 도착하면 할머니가 마중을 나올 예정이다.
“우리 어렸을 때는 버스타고 혼자서 할머니 집 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는데 요즘은 세상이 무섭기도 하지만 너무 과보호를 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도 책에서 보고 말로만 듣던 무슨 무전여행이나 떠나는 것처럼 날짜를 기다리는 것을 보고 진작 보냈어도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한다.
#4 친구들 집 돌아가며 자보기
은우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다. 방학에 해보고 싶은 일을 엄마와 이야기 하다가 엄마가 받아들여준 것은 친구들과 집을 돌아가며 잠을 자는 것이었다. 은우는 친구 집에 가서 잔 적이 없다. 시험 중에 친구들은 때때로 함께 공부 한다는 이유로 친구네 집에 가서 날을 새며 공부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 한 적이 많았지만 은우 엄마는 보내주지 않았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고 예민한 시험기간 중 엄마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우 엄마인 김혜원(40, 풍암동)씨는 “생각해보니 친구들과 은우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허락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같은 또래 아이들의 성향도 알 수 있을 것 같고 나름대로 갖고 있는 고민들도 들어볼 의향이다. 가능하면 아이들 엄마들도 만나보고 좋은 시간을 만들어 아이들과 소풍처럼 하루를 보낼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더 커버리면 남의 집에서 재울 수 없는 딸을 위해 은우 엄마는 기쁜 마음으로 집 안 대청소부터 할 계획이다.
#5 영아원 봉사활동 보내기
김미숙(45, 학동)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을 방학동안 봉사활동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집도 가깝고 아직은 어려서 그리 크게 도움은 줄 수 없지만 아이와 놀아주거나 우유 먹이는 일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영아원을 선택한 이유는 동생이 없는 아이에게 어린 동생들을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함이다. 또, 생명의 소중함이나 사랑을 직접 가슴 속 깊이 어떤 방식으로든 느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딸 은결이도 방학을 손꼽아 기다린다. 평소에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재우는 것을 엄마를 따라가 여러 번 보아 낯설음도 없다.
“방학동안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다른 체험을 했으면 했다. 혼자 자라 사람이 그리운 것도 이유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싶다. 어린 날 경험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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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방학을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거나, 혹은 해보지 못한 어떤 것을 해보는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방학이 되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유치원 시절부터 경험 했던 특별할 것 없는 각 종 캠프에 다녀오거나, 오전부터 밤까지 학원 순례를 하는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태반이다.
이번 여름방학만큼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어떤 것을 시켜 보려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물론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꺼낸 학부모들은 의외의 반응에 놀랐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먼저 ‘어? 그것 재미있겠네’ 하는 호기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1 인터넷, 디지털기기 없는 곳에서 템플 스테이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이미선(40·치평동)씨 부부는 아들을 템플스테이에 보내기로 합의를 보았다. 아들 재민이가 너무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데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말을 해도 밥 보다 컵라면을 더 즐겨먹는 식습관을 잠시나마 잡아보고 싶기도 하는 바람도 있다.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지 않을까봐 집에서 가까운 절(寺)을 선택했다. 기간도 차후 점점 늘려가기로 하고 당장은 2박3일의 간단한 프로그램을 골랐다. 부부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프로그램 안에 들어있는 전래놀이나 생태체험, 야생화 그리기 등이 아니다.
일단 입소하면서 차단되는 디지털 기기들과 인터넷 환경, 그리고 핸드폰이다. 2박3일 동안 재민이는 인스턴트식품을 먹을 수 없고 평소 즐기던 신나는 게임도 할 수 없다. “평소 즐기던 모든 것들이 차단되는 공간에서 사흘을 보낸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어리지만 자신의 시간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더구나 산채나물이 주류인 바루 공양까지 한다고 하니 이보다 나은 캠프는 없는 것 같다”고 이 씨는 귀띔한다.
#2 부모님이 일하는 직장에서 하루 보내기
김평순(동림동, 44)씨는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며 카센터까지 병행하는 자영업자다. 김 씨는 방학 중 이주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가게에 출근할 생각을 하고 있다. 중2인 아들과 초6학년 딸을 일주일씩 번갈아 전화도 받고 잔심부름도 하며 아버지와 엄마가 얼마나 힘들고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있는 지를 체험하게 할 예정이다.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며 고장 난 차를 수리하는 가게이다보니 오가는 사람들도 모두 작업복이고 일하는 아버지와 엄마 역시 말끔한 옷차림은 아니다. 손톱에 까만 때는 다반사고 일이 끝나는 시간이면 피곤해 녹초가 된다. 식사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일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김씨는 “달라는 대로 돈을 주었더니 돈의 소중함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생각해낸 것이다. 부모와는 달리 메이커 옷만 입으려는 사춘기의 아들과 딸이 가게에 나와 부모가 일하는 것을 보면서 돈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다행히 아이들이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알고 긍정적인 대답을 해 기다려진다”고 웃는다.
#3 친가, 혹은 외가, 친척집에 혼자 보내보기
동구 궁동에 사는 이영천(44)씨는 방학을 맞자마자 초5, 6학년 아들 둘을 할머니 집이 있는 강진 마량으로 보낼 계획이다. 평소에 부모와 함께하지 않으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친가이지만 이번만큼은 터미널에서 버스를 태워 친가를 찾아가게 할 예정이다. 사실, 아내와 합의를 하긴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잘 찾아갈 수 있을 지도 의문이고 버스에 익숙하지 않아 멀미는 할까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보내기로 했다. 물론 터미널에서 차표를 사는 것도 아이들에게 맡길 일이며 마량에 도착하면 할머니가 마중을 나올 예정이다.
“우리 어렸을 때는 버스타고 혼자서 할머니 집 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는데 요즘은 세상이 무섭기도 하지만 너무 과보호를 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도 책에서 보고 말로만 듣던 무슨 무전여행이나 떠나는 것처럼 날짜를 기다리는 것을 보고 진작 보냈어도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한다.
#4 친구들 집 돌아가며 자보기
은우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다. 방학에 해보고 싶은 일을 엄마와 이야기 하다가 엄마가 받아들여준 것은 친구들과 집을 돌아가며 잠을 자는 것이었다. 은우는 친구 집에 가서 잔 적이 없다. 시험 중에 친구들은 때때로 함께 공부 한다는 이유로 친구네 집에 가서 날을 새며 공부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 한 적이 많았지만 은우 엄마는 보내주지 않았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고 예민한 시험기간 중 엄마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우 엄마인 김혜원(40, 풍암동)씨는 “생각해보니 친구들과 은우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허락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같은 또래 아이들의 성향도 알 수 있을 것 같고 나름대로 갖고 있는 고민들도 들어볼 의향이다. 가능하면 아이들 엄마들도 만나보고 좋은 시간을 만들어 아이들과 소풍처럼 하루를 보낼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더 커버리면 남의 집에서 재울 수 없는 딸을 위해 은우 엄마는 기쁜 마음으로 집 안 대청소부터 할 계획이다.
#5 영아원 봉사활동 보내기
김미숙(45, 학동)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을 방학동안 봉사활동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집도 가깝고 아직은 어려서 그리 크게 도움은 줄 수 없지만 아이와 놀아주거나 우유 먹이는 일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영아원을 선택한 이유는 동생이 없는 아이에게 어린 동생들을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함이다. 또, 생명의 소중함이나 사랑을 직접 가슴 속 깊이 어떤 방식으로든 느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딸 은결이도 방학을 손꼽아 기다린다. 평소에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재우는 것을 엄마를 따라가 여러 번 보아 낯설음도 없다.
“방학동안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다른 체험을 했으면 했다. 혼자 자라 사람이 그리운 것도 이유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싶다. 어린 날 경험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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