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가는 인성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지역내일 2008-08-14
급속히 변화해 가는 시대에 학교 안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행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학부모들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방송과 신문에서 보도된 점점 더 흉폭 해지는 범죄 사실들을 보면 각박한 생활 속에서 인성이 마비된 기성세대들도 문제지만 자라나는 세대들의 인성교육에 많은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A학교의 한 학생이 하교 중인 B학교의 한 학생에게서 금품을 갈취할 목적으로 전화 한 통화만하고 돌려주겠다고 핸드폰을 빌린 후에 지갑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가하였다. 피해 학생이 학교 안으로 도망쳐 들어오자 따라 들어와 폭행을 가하려다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의 제지로 수습된 일이 있었다. 가해 학생이 호랑이굴이나 다름없는 남의 학교까지 들어와서는, 그것도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제지하는 데도 막무가내로 당당하게 피해학생에게 “네가 지갑을 뺏기지 않았으면 됐잖아! 이 ××야!”라고 폭언을 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가해 학생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상황을 전혀 인식을 하지 못했고, 오로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한마디로 이성이 마비되고 인성이 없는 경우다.
한 중학생이 자신의 학교 여교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 안에는 여교사의 나체 사진이 동봉되어 있었고 내용은 100만원을 주지 않으면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여교사는 학생이 평소에 소심하고 심약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상히 여겨 학생을 조용히 불러 상담을 하고 나서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같은 반의 성향이 좋지 않은 학생들 몇 명이 나약해 보이는 이 학생을 놀려 주기 위해 같은 반의 가장 예쁜 어느 여학생에게 키스를 하면 그들이 만원을 이 학생에게 주고, 하지 못하면 만원을 내놓게 하고, 또 오늘 못하면 내일은 2만원을, 그 다음 날은 4만원을 내놓도록 일방적으로 강요하면서, 발설을 못하게 온갖 협박을 했다 한다. 나중에 돈의 액수가 불어나다 보니 갚을 길이 없어 궁리한 끝에 이 학생은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던 여선생님에게 협박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난 것이다. 선생님의 나체 사진은 학교 홈페이지에 실린 선생님의 얼굴 사진을 가지고 합성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약한 학생들은 주위에서 보호해 주고 돌봐 주었는데, 요즘은 약자를 괴롭히고 짓밟는 경우가 많고 또 제3자는 이를 방관하거나 즐긴다고 한다. 이것 또한 이성이 마비되어 인성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인터넷 중독(게임중독, 온라인쇼핑중독, 음란물중독, 채팅중독, 커뮤니티중독, 휴대폰중독 등)도 자신도 모르게 인간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는데, 그 현상이 앞으로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국가적이고 범국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인터넷 게임에 빠진 중학생이 잠자는 동생을 깨워 흉기로 살해했다. 살해 동기는 게임에 나오는 장면을 모방하고 싶어 대상을 동생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것은 이미 방송에 보도된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상생활에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가 대략 3,400만명이고 이 중 중독 증세를 보이는 10대는 50% 정도라 한다. 이들은 언행이 거칠어지고 의사소통에 장애가 올 수 있고, 가상 속의 세계에서 살다 보니 현실에서의 대인관계나 사회적응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성적 및 입시에 대한 과잉통제로 인한 스트레스도 부모와 자녀 모두 강박장애로 발전하여 인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급변하는 정보사회와 안정되지 못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생존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지고 또 미래까지 불투명하여, 안정된 정서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몹시 힘든 시대인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올바른 인성의 중요성을 각성해야 하고, 나라와 각 교육기관은 교육정책과 방향을 제시하여 국민을 잘 이끌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인성교육에 대해 평소에 학생을 지도하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보겠다.
첫째, 사교육 등 공부를 많이 시킨다고 해서 잘할 것이라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올바른 사고와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어야 한다. 이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읽기다. 자녀에게 어렸을 때부터, 아니 지금부터라도 일주일에 한 권씩 읽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보화 시대에 살면서 인터넷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시간을 적절하게 조절 하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에 한번 중독되면 마약 끊기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운동도 하고, 전시회와 음악회도 가보고, 영화와 연극도 관람하는 등 취미 생활도 틈틈이 해야 된다.
넷째,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봉사활동과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체험활동도 하는 것이 좋다.
끝으로, 신문 읽는 습관을 가졌으면 한다. 신문 속에서 다양한 지식과 상식을 접하고, 세상 살아가는 글들을 읽다 보면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만 열심히 시킨다고 해서 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공부의 굴레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수도 있고,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올바른 사고와 균형 잡힌 인성이 갖추어져 있는 학생이야말로 중심을 잃지 않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리 어려운 일도 흔들림 없이 헤쳐 나갈 수 있다.

세화고등학교장 강 헌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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