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

지역내일 2008-06-09
‘일·육아’ 양립구조·비정규직 증가가 원인
‘아이와 가족을 응원하는 일본’ 전략 수립

이미 인구 감소가 진행중인 일본 역시 한국 못지않게 ‘출산율 저하’ 방지 대책에 골몰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책이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4일 ‘교도’ 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해 출생률은 1.34 수준. 재작년에 비해서는 0.02%포인트가 올랐다. 그러나 이는 출생 가능 여성 인구가 감소한 데 따른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태어난 아이 수는 108만9745명으로 전년대비 오히려 3000여명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출생자수에서 사망자수를 뺀 인구 자연 증가분은 마이너스 1만9000명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워킹푸어 결혼 어려워 = 일본 정부 조사에 따르면 첫째 아이를 낳은 이후 회사를 그만두는 여성 회사원 비율이 60%를 넘기고 있다. 이유는 대부분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근무시간과 보육원에 데리러 가는 시간을 맞추지 못해서’ 등 일과 보육을 함께 하는 데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이다.
출산의 전제인 ‘결혼’을 위한 환경도 녹록치 않다. 이른바 버블 붕괴시기에 학생이었던 ‘단카이 주니어’들은 현재 30대를 넘기고 있다. 이들은 일본 경제 버블 붕괴 이후 사회에 진출한 세대. 당시 급속히 진행된 노동자 파견 규제 완화는 결과적으로 일본에 비정규노동자 및 이른바 ‘워킹 푸어(일하는 빈곤층)’ 증가를 불렀다. 수입이 적은 비정규노동자의 결혼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30~40세 남성 기혼자 중 정사원이 60% 수준인 반면 계약사원 등 비정규노동자는 30%, 프리터(프리-아르바이터)는 17%에 불과하다. 연봉 수준으로 보면 600만~699만엔인 사람은 79%가 결혼하고 있는 반면 99만~150만엔인 경우는 34%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안에서도 ‘단카이 주니어가 30대 후반이 되는 수년 안에 출산율 저하를 막지 못하면 이미 손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적 자립이 무엇보다 ‘저출산 사회’를 벗어나는 열쇠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원확보 방안 어려워 = 출생률 저하와 인구감소가 사회문제로 지적되자 일본정부는 지난해부터 저출산 대책을 마련, 시행중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이른바 ‘일이냐 출산이냐’라는 이자택일 구조가 저출산의 원인으로 판단, 이에 ‘아이와 가족을 응원하는 일본’이라는 이름으로 저출산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10년짜리 장기계획인 이 전략은 △주6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 비율을 기존 10.8%에서 5%대로 줄이고 △보육서비스를 받는 3세 미만 유아 비율을 20%에서 38%로 늘리는 한편 △첫 아이를 낳은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여성 비율을 38%에서 55%까지 확대토록 지원하고 △남성 육아휴직 취득률을 0.5%에서 1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아이를 기르면서 일하고 싶어하는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중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보육 서비스를 확충하는 데 기존 연간 4조3300억엔(43조원)에서 추가로 연간 1.5조~2조엔(15조~20조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이 마땅치 않은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사회보장비용 증가분을 5년동안 1조1000억엔 규모로 억제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다른 정책 예산을 줄여 저출산 대책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용 역시 증가 일로에 있기 때문에 재원마련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인 소비세 인상 역시 여론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장유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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