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에덴동산, 파푸아 뉴기니
박창기 ((주)프락시스 대표이사)
필자는 작년 한해에만 파푸아 뉴기니에 4번의 여행을 했다. 동경을 거쳐 포트 모르스비로 가는 항공편이 일주일에 한번밖에 없다 보니 매번 8박 9일의 여정이다.
토요일 밤 나리타 공항을 출발해서 일요일 새벽 수도인 포트 모르스비에 도착하는 비행기 승객 중에는 일본사람의 비중이 가장 높다. 60~70대의 노인들이 주축인 단체 관광객이 많고 산호초 바다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스쿠버 다이빙을 위한 젊은 여행객들이 여럿 보인다.
그린란드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섬인 뉴기니 섬의 서쪽은 인도네시아가 차지했고 동쪽은 독립국가인 파푸아 뉴기니이다. 파푸아 뉴기니의 면적은 남한의 4.7배인데 인구는 약 600만명이다. 아직까지도 대다수의 인구가 수렵과 채취를 생업으로 한다. 철로 만든 정글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생활상이 신석기 시대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는 700여 가지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700여 부족이 있다. 이 언어들 사이의 연관성이 별로 없어 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는 수천년 간 부족들 사이 교류 없이 독립적으로 살았다는 증거이다. 1990년대에도 새로운 종족이 발견되어 정부에 등록될 정도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문명화의 정도가 늦은 이곳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를 찾던 필자는 흥미있는 두권의 책을 만났다.
영국 출신의 인류학자인 그레고리 베이트슨은 1936년 이곳 원주민의 풍습을 연구한 인류학 연구서인 ‘네이븐’을 출간했다. 세픽강 유역에 사는 이아트물 부족의 성인식인 ‘네이븐’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고찰한 그의 저작은 인류학의 고전이 되었다.
언어 다른 700여 부족
그는 이곳에서 유명한 인류학자인 마거릿 미드를 만나 함께 연구하였고 후에 결혼하여 함께 발리섬 연구서인 ‘발리 사람들의 인성’을 출간했다. 필자가 투자한 금광산이 세픽강의 지류 지역이어서 네이븐 의식에 대해 나름대로 알아보고 있으나 아직은 성과가 적다.
다른 하나의 기록은 돈 리처드슨의 ‘화해의 아이’라는 작품이다. 캐나다 출신의 선교사인 그는 1962년 27세의 젊은 나이에 파푸아섬 서남쪽 밀림 속 사위족을 선교하기 위해서 부인과 어린 아들과 함께 투신했다.
외부 세계와 전혀 접촉이 없었던 사위족은 다른 종족을 교묘하게 배반하고 살해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은 종족이었다. 리처드슨은 이들 속에 들어가 함께 살며 성공적으로 선교를 하였다. 평화를 위해 다른 부족과 아이를 인질로 교환하는 현지의 풍습에 착안하여 하느님이 예수를 지상과의 평화를 위해 인질로 파견하였다는 논리를 개발하여 그들을 선교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책은 기독교 오지 선교의 교본으로 높은 명성을 얻었다. 신석기 문화를 유지하던 파푸아 섬은 20세기부터 대대적인 선교사의 활동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인구의 대부분이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다.
19세기 이후 네덜란드, 영국과 독일의 식민지 각축장이었던 이 섬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의해 동북부 지역이 점령당했다. 종전 이후 섬의 서쪽은 인도네시아에 편입되었으나 토착민들의 독립운동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섬의 동쪽은 호주의 신탁통치를 받다가 1975년 영연방 국가의 일원으로 독립하였다.
금광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기 위한 첫번째 방문길에서 나는 이곳이 열대농업, 특히 오일 팜 경작에 매우 적합한 나라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2차 여행은 동쪽에 있는 뉴 브리튼이라는 섬으로 향했다. 주지사 나크마이(Nakmai)의 안내를 받아 대규모로 조성된 오일 팜 농장을 둘러보았다.
타임머신 타고 신석기시대로
광업부 장관 아코이타이(Akoitai)의 안내로 방문한 보갠빌 섬은 솔로몬 군도의 색다른 풍광으로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일본 관광객들 중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격전지였던 이곳에서 직접 전투에 참가했던 노병도 있었고 부친이 전사한 곳을 찾아왔다는 참배객도 있었다.
파푸아 뉴기니에 다녀올 때마다 갈등한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에덴동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과 의료와 교육을 위해 개발되기를 바라는 현지 주민들의 갈망이 충돌한다. 원시인류 속에 던져진 현대인인 나를 발견한다. 5000년 인류의 역사를 축약한 타임머신을 타고 신석기시대에 다녀오는 기분은 매번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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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기 ((주)프락시스 대표이사)
필자는 작년 한해에만 파푸아 뉴기니에 4번의 여행을 했다. 동경을 거쳐 포트 모르스비로 가는 항공편이 일주일에 한번밖에 없다 보니 매번 8박 9일의 여정이다.
토요일 밤 나리타 공항을 출발해서 일요일 새벽 수도인 포트 모르스비에 도착하는 비행기 승객 중에는 일본사람의 비중이 가장 높다. 60~70대의 노인들이 주축인 단체 관광객이 많고 산호초 바다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스쿠버 다이빙을 위한 젊은 여행객들이 여럿 보인다.
그린란드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섬인 뉴기니 섬의 서쪽은 인도네시아가 차지했고 동쪽은 독립국가인 파푸아 뉴기니이다. 파푸아 뉴기니의 면적은 남한의 4.7배인데 인구는 약 600만명이다. 아직까지도 대다수의 인구가 수렵과 채취를 생업으로 한다. 철로 만든 정글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생활상이 신석기 시대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는 700여 가지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700여 부족이 있다. 이 언어들 사이의 연관성이 별로 없어 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는 수천년 간 부족들 사이 교류 없이 독립적으로 살았다는 증거이다. 1990년대에도 새로운 종족이 발견되어 정부에 등록될 정도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문명화의 정도가 늦은 이곳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를 찾던 필자는 흥미있는 두권의 책을 만났다.
영국 출신의 인류학자인 그레고리 베이트슨은 1936년 이곳 원주민의 풍습을 연구한 인류학 연구서인 ‘네이븐’을 출간했다. 세픽강 유역에 사는 이아트물 부족의 성인식인 ‘네이븐’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고찰한 그의 저작은 인류학의 고전이 되었다.
언어 다른 700여 부족
그는 이곳에서 유명한 인류학자인 마거릿 미드를 만나 함께 연구하였고 후에 결혼하여 함께 발리섬 연구서인 ‘발리 사람들의 인성’을 출간했다. 필자가 투자한 금광산이 세픽강의 지류 지역이어서 네이븐 의식에 대해 나름대로 알아보고 있으나 아직은 성과가 적다.
다른 하나의 기록은 돈 리처드슨의 ‘화해의 아이’라는 작품이다. 캐나다 출신의 선교사인 그는 1962년 27세의 젊은 나이에 파푸아섬 서남쪽 밀림 속 사위족을 선교하기 위해서 부인과 어린 아들과 함께 투신했다.
외부 세계와 전혀 접촉이 없었던 사위족은 다른 종족을 교묘하게 배반하고 살해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은 종족이었다. 리처드슨은 이들 속에 들어가 함께 살며 성공적으로 선교를 하였다. 평화를 위해 다른 부족과 아이를 인질로 교환하는 현지의 풍습에 착안하여 하느님이 예수를 지상과의 평화를 위해 인질로 파견하였다는 논리를 개발하여 그들을 선교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책은 기독교 오지 선교의 교본으로 높은 명성을 얻었다. 신석기 문화를 유지하던 파푸아 섬은 20세기부터 대대적인 선교사의 활동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인구의 대부분이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다.
19세기 이후 네덜란드, 영국과 독일의 식민지 각축장이었던 이 섬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의해 동북부 지역이 점령당했다. 종전 이후 섬의 서쪽은 인도네시아에 편입되었으나 토착민들의 독립운동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섬의 동쪽은 호주의 신탁통치를 받다가 1975년 영연방 국가의 일원으로 독립하였다.
금광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기 위한 첫번째 방문길에서 나는 이곳이 열대농업, 특히 오일 팜 경작에 매우 적합한 나라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2차 여행은 동쪽에 있는 뉴 브리튼이라는 섬으로 향했다. 주지사 나크마이(Nakmai)의 안내를 받아 대규모로 조성된 오일 팜 농장을 둘러보았다.
타임머신 타고 신석기시대로
광업부 장관 아코이타이(Akoitai)의 안내로 방문한 보갠빌 섬은 솔로몬 군도의 색다른 풍광으로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일본 관광객들 중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격전지였던 이곳에서 직접 전투에 참가했던 노병도 있었고 부친이 전사한 곳을 찾아왔다는 참배객도 있었다.
파푸아 뉴기니에 다녀올 때마다 갈등한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에덴동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과 의료와 교육을 위해 개발되기를 바라는 현지 주민들의 갈망이 충돌한다. 원시인류 속에 던져진 현대인인 나를 발견한다. 5000년 인류의 역사를 축약한 타임머신을 타고 신석기시대에 다녀오는 기분은 매번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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