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시어머니와 며느리(역할극 사진 사진 설명-제목:
부제:
30·40대 기혼여성은 원만한 고부관계의 제1조건으로 "경제력"을 꼽고 있다. 마창지역내일신문이 5월 4일부터 8일까지 경남지역에 거주하는 시어머니 23명과 며느리 26명, 약 5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한 결과 30·40대 주부들은 원만한 고부관계 유지를 위한 조건으로 "시부모의 경제력"을 들었다. 또 "자식에게 오는 경제적 부담이 고부관계 불화의 제일 큰 원인"이라고 답했다. 창원시 상남동에 사는 이수희(가명, 42세)씨는 "부모가 부담스러운 건 모실 때 드는 갖가지 돈"이라며 "고부불화나 형제간 불화도 대부분 모시는 걸 서로 미루다 생긴다"고 말했다.
Ⅰ경제적 부담과 생활의 부자유
이들은 시부모가 불편한 이유로 '경제적 부담' 다음 '활동의 부자유'를 들었다. 김미연(가명, 37세, 마산시 자산동)씨는 "시부모와 아파트에 있으면 숨 쉬기도 어렵다"며 "좀 나가서 시간도 보내고 밖에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파트처럼 동선이 한정된 곳에 같이 있으면 '갑갑해 죽을 지경'이란 것.
시부모가 경제력을 갖고 있어 분가해 살 수 있으면 가장 좋다. 하지만 같이 산다면 자식들 도움 없이 여가를 즐기고 외부활동을 하면 부양부담이 훨씬 적다는 얘기다. 이들이 말하는 원만한 고부관계의 조건은 한결같이 '시부모의 경제적 자립'과 '사생활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었다.
신세대 미혼여성 대부분이 시부모를 모시기 원치 않는다는 설문조사도 얼마 전 발표됐다. 창원시 도계동에 사는 신기영(가명, 27, 미혼)씨. "가계를 꾸리는 자식들에게 부모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자유롭게 지낼 수도 없다"며 '시부모와 함께 살겠느냐'는 질문에 단호히 "모시고 싶지 않다"고 답한다.
3월부터 2개월 동안 결혼정보회사 피어리가 2·30대 미혼여성과 남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미혼여성 712명 중 93.4%가 '결혼 후 시부모와 따로 살겠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남성 625명 중 분가를 원하는 경우가 43.6%, '배우자와 의논하겠다'고 한 경우가 40.1%로 나타났다. 미혼여성 43%는 동거하기 싫은 가장 큰 이유로 자유롭지 못한 생활에 43% 응답했다. 그리고 육체적 피로 25%,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 14% 각각 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질문에 남성응답자 중 73%가 '아내가 불편해한다'는 이유를 든 점. 젊은 남성들이 미래의 가정에서 여성의 입장과 발언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자식들에게 시부모는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부담스런 사람'이 되고 시부모는 며느리 내외의 눈치를 보게 된다.
Ⅱ"어머니 어디 안 가세요?"
반면 같은 기간 면담한 60·70대 시어머니가 지적하는 원만한 고부관계의 조건은 3·40대가 든 것과 판이하다. 이들은 '가정사의 공유'와 '대화'를 1 조건으로 들었다.
시어머니들은 "한 마디 의논없이 집안일을 결정할 때" 가장 섭섭하다고 밝혔다. 또 "자신들을 짐스러워하거나 외양에 대해 관심 가져 주지 않을 때"라고 답하는 경우도 많았다. 며느리나 자식들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집에서 남으로 취급당하는 것'과 어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것'등을 얘기했다.
임지금(가명, 63, 창원시 반림동)씨는 제일 듣기 섭섭한 말로 "어디 안 가세요?"라는 말을 든다. 며느리가 친척집에 가거나 다른 자식들 집을 방문하는 걸 재촉하면 자기를 짐스러워한다는 느낌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고신대학교 변영인 교수(53, 가족관계심리학 전공)는 "가족구성원으로 대하지 않고 짐스럽게 여기는 태도가 시부모에게 결국 이런 느낌을 즐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들이 고부관계에서 '시부모의 경제력'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전하자 그는 "정말 서글프기 짝이 없다"며 집안에서 겪는 자신의 소외감을 토로했다.
Ⅲ의탁할 데 없는 세대
박혜란(가명, 56, 진해시 자은동)씨는 둘째 며느리로 시부모를 23년 동안 모셨다. 자신은 뼈 빠지게 부모를 모셨다. 하지만 "내 자식들은 날 모시는 걸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의 아들(23)은 박씨에게 노골적으로 "엄마 혼자 살면 안 되나? 난 엄마랑 살기 싫다"고 말한단다. 그래서 박씨는 자기가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쏟은 시간이 한편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30·40대는 현재 자식과 본인들의 미래을 동시에 준비한다. 자녀교육과 노후준비. 하지만 현재 시부모세대는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허리띠 졸라매고 일만 했지 정작 자신들의 노후에 대해서는 준비하지 못했다. 대분분 가난했던 1960, 70년대에 지금 자식들을 낳아 길렀기 때문이다.
시집살이를 하고 나니 며느리살이를 해야할 차례. 이 세대의 시어머니는 자기들은 '참 억울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경제적 자립을 놓고 보면 이 세대는 과도기적 세대다. 곧 자식과 사회복지제도 어디에도 의탁할 길이 없다.
Ⅳ가족의 역사를 돌아볼 줄 알아야
그래서 시부모세대에게는 젊은 며느리세대가 말하는 '경제적 자립'이라는 말이 매정하게 들릴 뿐이다. 자식들을 키우느라 아무 것도 못 챙긴 게 결국 '죄'가 됐기 때문. 임씨(63)는 "우리가 젊을 때는 자식을 낳아 밑 닦아 주기에도 바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며느리 이씨(37)는 "시부모가 그렇게 산 거랑 무슨 상관이냐"며 "지금 우리가 시부모를 모시는 게 힘들고 부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신대 변 교수는 "가족의 역사를 돌이켜 볼 줄 알아야 한다"며 "현재 며느리세대는 자기 자식들과 본인들의 노후를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여건에 있지만 부모세대는 자식에게 퍼주는 것도 버거운 사람들"이었고 "가족은 부모와 자식의 고리로 계속 역사를 이룬다"며 지금 세대가 노년을 맞았을 때 "자식들의 애정, 가족의 애정은 여전히 절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미영(가명, 34, 기혼, 창원시 사파동)씨는 "우리 세대는 이미 노후를 준비한 세대로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기댈 가능성은 적지만 정서적 안정과 병간호 등으로 자식을 찾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박씨는 "늙어서도 자식 손자들과 한 집에서 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고백했다. 즉 시부모 부양에 대해 현 며느리들이 우선 '경제적 부담'을 드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불만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의 노후나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김수연(가명, 25, 미혼, 김해시 진영)씨는 "점차 따로 따로 살게 되지 않겠냐"며 자신은 "늙어서 자식과 따로 살면서 가끔식 방문하면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히려 '사회보장제도 발달, 실버타운 전문화'를 기대했다.
마창 강주화 기자 jhgang@naeil.com
부제:
30·40대 기혼여성은 원만한 고부관계의 제1조건으로 "경제력"을 꼽고 있다. 마창지역내일신문이 5월 4일부터 8일까지 경남지역에 거주하는 시어머니 23명과 며느리 26명, 약 5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한 결과 30·40대 주부들은 원만한 고부관계 유지를 위한 조건으로 "시부모의 경제력"을 들었다. 또 "자식에게 오는 경제적 부담이 고부관계 불화의 제일 큰 원인"이라고 답했다. 창원시 상남동에 사는 이수희(가명, 42세)씨는 "부모가 부담스러운 건 모실 때 드는 갖가지 돈"이라며 "고부불화나 형제간 불화도 대부분 모시는 걸 서로 미루다 생긴다"고 말했다.
Ⅰ경제적 부담과 생활의 부자유
이들은 시부모가 불편한 이유로 '경제적 부담' 다음 '활동의 부자유'를 들었다. 김미연(가명, 37세, 마산시 자산동)씨는 "시부모와 아파트에 있으면 숨 쉬기도 어렵다"며 "좀 나가서 시간도 보내고 밖에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파트처럼 동선이 한정된 곳에 같이 있으면 '갑갑해 죽을 지경'이란 것.
시부모가 경제력을 갖고 있어 분가해 살 수 있으면 가장 좋다. 하지만 같이 산다면 자식들 도움 없이 여가를 즐기고 외부활동을 하면 부양부담이 훨씬 적다는 얘기다. 이들이 말하는 원만한 고부관계의 조건은 한결같이 '시부모의 경제적 자립'과 '사생활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었다.
신세대 미혼여성 대부분이 시부모를 모시기 원치 않는다는 설문조사도 얼마 전 발표됐다. 창원시 도계동에 사는 신기영(가명, 27, 미혼)씨. "가계를 꾸리는 자식들에게 부모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자유롭게 지낼 수도 없다"며 '시부모와 함께 살겠느냐'는 질문에 단호히 "모시고 싶지 않다"고 답한다.
3월부터 2개월 동안 결혼정보회사 피어리가 2·30대 미혼여성과 남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미혼여성 712명 중 93.4%가 '결혼 후 시부모와 따로 살겠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남성 625명 중 분가를 원하는 경우가 43.6%, '배우자와 의논하겠다'고 한 경우가 40.1%로 나타났다. 미혼여성 43%는 동거하기 싫은 가장 큰 이유로 자유롭지 못한 생활에 43% 응답했다. 그리고 육체적 피로 25%,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 14% 각각 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질문에 남성응답자 중 73%가 '아내가 불편해한다'는 이유를 든 점. 젊은 남성들이 미래의 가정에서 여성의 입장과 발언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자식들에게 시부모는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부담스런 사람'이 되고 시부모는 며느리 내외의 눈치를 보게 된다.
Ⅱ"어머니 어디 안 가세요?"
반면 같은 기간 면담한 60·70대 시어머니가 지적하는 원만한 고부관계의 조건은 3·40대가 든 것과 판이하다. 이들은 '가정사의 공유'와 '대화'를 1 조건으로 들었다.
시어머니들은 "한 마디 의논없이 집안일을 결정할 때" 가장 섭섭하다고 밝혔다. 또 "자신들을 짐스러워하거나 외양에 대해 관심 가져 주지 않을 때"라고 답하는 경우도 많았다. 며느리나 자식들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집에서 남으로 취급당하는 것'과 어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것'등을 얘기했다.
임지금(가명, 63, 창원시 반림동)씨는 제일 듣기 섭섭한 말로 "어디 안 가세요?"라는 말을 든다. 며느리가 친척집에 가거나 다른 자식들 집을 방문하는 걸 재촉하면 자기를 짐스러워한다는 느낌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고신대학교 변영인 교수(53, 가족관계심리학 전공)는 "가족구성원으로 대하지 않고 짐스럽게 여기는 태도가 시부모에게 결국 이런 느낌을 즐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들이 고부관계에서 '시부모의 경제력'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전하자 그는 "정말 서글프기 짝이 없다"며 집안에서 겪는 자신의 소외감을 토로했다.
Ⅲ의탁할 데 없는 세대
박혜란(가명, 56, 진해시 자은동)씨는 둘째 며느리로 시부모를 23년 동안 모셨다. 자신은 뼈 빠지게 부모를 모셨다. 하지만 "내 자식들은 날 모시는 걸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의 아들(23)은 박씨에게 노골적으로 "엄마 혼자 살면 안 되나? 난 엄마랑 살기 싫다"고 말한단다. 그래서 박씨는 자기가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쏟은 시간이 한편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30·40대는 현재 자식과 본인들의 미래을 동시에 준비한다. 자녀교육과 노후준비. 하지만 현재 시부모세대는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허리띠 졸라매고 일만 했지 정작 자신들의 노후에 대해서는 준비하지 못했다. 대분분 가난했던 1960, 70년대에 지금 자식들을 낳아 길렀기 때문이다.
시집살이를 하고 나니 며느리살이를 해야할 차례. 이 세대의 시어머니는 자기들은 '참 억울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경제적 자립을 놓고 보면 이 세대는 과도기적 세대다. 곧 자식과 사회복지제도 어디에도 의탁할 길이 없다.
Ⅳ가족의 역사를 돌아볼 줄 알아야
그래서 시부모세대에게는 젊은 며느리세대가 말하는 '경제적 자립'이라는 말이 매정하게 들릴 뿐이다. 자식들을 키우느라 아무 것도 못 챙긴 게 결국 '죄'가 됐기 때문. 임씨(63)는 "우리가 젊을 때는 자식을 낳아 밑 닦아 주기에도 바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며느리 이씨(37)는 "시부모가 그렇게 산 거랑 무슨 상관이냐"며 "지금 우리가 시부모를 모시는 게 힘들고 부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신대 변 교수는 "가족의 역사를 돌이켜 볼 줄 알아야 한다"며 "현재 며느리세대는 자기 자식들과 본인들의 노후를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여건에 있지만 부모세대는 자식에게 퍼주는 것도 버거운 사람들"이었고 "가족은 부모와 자식의 고리로 계속 역사를 이룬다"며 지금 세대가 노년을 맞았을 때 "자식들의 애정, 가족의 애정은 여전히 절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미영(가명, 34, 기혼, 창원시 사파동)씨는 "우리 세대는 이미 노후를 준비한 세대로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기댈 가능성은 적지만 정서적 안정과 병간호 등으로 자식을 찾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박씨는 "늙어서도 자식 손자들과 한 집에서 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고백했다. 즉 시부모 부양에 대해 현 며느리들이 우선 '경제적 부담'을 드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불만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의 노후나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김수연(가명, 25, 미혼, 김해시 진영)씨는 "점차 따로 따로 살게 되지 않겠냐"며 자신은 "늙어서 자식과 따로 살면서 가끔식 방문하면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히려 '사회보장제도 발달, 실버타운 전문화'를 기대했다.
마창 강주화 기자 jhgang@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