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4월 30일자)

지역내일 2008-04-29
[밥일꿈] 정서통장은 있수?
양승창 푸르덴셜생명 라이프플래너

요즘 서점에 가면 각종 재테크 및 투자관련 책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경매로 몇 년 만에 수십억을 벌 수 있는 방법부터, 기술적 분석의 대가라고 자칭하는 증권분석가들의 무협지 같은 주식관련 책들, 이제는 간접투자의 시대라며 펀드투자로 10억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들까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힘이고 능력이다. 그리고 인격까지도 살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너도 나도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 그런데 일선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재무상담을 해오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적게 벌고도 부자인 사람이 있고, 큰 돈을 벌고도 가난해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 재벌총수 못지 않게 부자로 살고 있고, 수백억의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거지처럼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3가지 통장을 갖고 살아간다. 첫 번째 통장은 현재소비와 목적소비를 위해 돈을 모아가는 통장으로 예금통장이다. 급여통장, 예적금, 각종펀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을 말한다. 소비 후 저축이 아닌 저축 후 소비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두 번째 통장은 은퇴후의 미래소비를 위한 통장으로 연금통장이다. 국민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과 같은 연금상품을 말한다. 은퇴 후의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위해서 소득의 10% 이상을 그것도 젊어서부터 떼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마지막 통장은 보장통장이다. 이 통장은 평상시에는 잔고가 제로이지만 큰 위험이 닥치면 돈이 채워지는 통장으로 생명보험, 건강보험 등을 말한다. 소득의 5~7% 수준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보장자산을 준비해야 한다.

위의 세가지 통장 모두 통통하게 살찌우고 싶다. 남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빠르게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세가지 통장 보다 더 중요하고 중요한 통장이 있다. 바로 정서통장이다. 행복함을 행복하게 느끼고 가까운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기뻐하고 감사해 하며 삶을 노래할 줄 아는 그런 마음의 통장 말이다.

은행에 가서 여행을 위한 적금통장이나 자녀 교육을 위한 적립식통장을 하나 만들더라도 통장 첫 면 여백에 "우리 장모님과 함께 하는 훗카이도 온천여행"이라든지, "세계에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제2의 반기문 유엔총장 만들기"라고 한다면 비록 월 10만원의 적금통장이라도 사랑과 희망과 따뜻함이 더해져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통장이 되는 것이다.

또한 요즘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자녀가 보험인 시대는 이제 끝났다. 그래서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노후에 추해지지 않기 위해서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슬픈가? 그것 보다는 은퇴후의 멋진 3막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기본적인 생활비만 해결된다면 진정으로 본인이 하고 싶었던- 그것이 사회봉사적인 일이든, 신앙적으로 소명의식을 갖고 하고 싶었던 일이든, 취미를 직업으로 삶으며 하고 싶었던 일이든지 간에 -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작은 돈이라도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노후가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지지 않을까?

가족이 있는 곳에 기적이 있다고 했다. 남들이 다 한다고 혹은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축복으로 선물처럼 내게 온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월하노인이 달빛 아래서 천년 만년 동안 청실, 홍실을 엮어 만든 귀한 연으로 맺어진 너무나 사랑하는 내 배우자를 위해서 ‘Love Letter’와 함께 생명보험에 가입한다면 일억원의 생명보험증서가 십억원의 가치로 변화되는 것이다.

재벌그룹의 형제간 재산다툼 속에 언급되는 수백억 보다 대학교 장학금으로 기부된 평생 김밥장사 하며 모은 할머니의 일억원이 더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돈의 이러한 성격 때문이다.

돈을 적게 벌어도 내 정서통장이 깊고 넓다면 난 부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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