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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내일 2008-03-21
대학가의 재테크 열풍
캠퍼스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아마 필자처럼 80~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이라면 이 때쯤 동아리 활동, 미팅 같은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그때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재미에 빠져 산다. 바로 ‘재테크’다. 대학가에 ‘재테크 열풍’이 일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20대 재테크로="" 평생="" 부자="" 되기="">등의 재테크 서적이 필독서가 되고 캠퍼스에서 열리는 재테크 관련 강연회는 항상 만원을 이룬다. 또 동아리 활동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가운데서도 유독 재테크 관련 동아리 만큼은 높은 가입경쟁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대학가의 재테크 열풍이 영 꺼림칙하다. 기초는 다지지 않고 건물을 올리기 바쁜 ‘날림공사’를 보는듯한 느낌에서다. 흔히 재테크라고 하면 돈을 불리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테크를 말처럼 단순히 돈 불리기로 이해한다면 너무 의미가 좁아진다. 넓은 의미의 재테크에는 돈을 벌고 불리고 쓰고 빌리는 모든 문제가 포함된다. 대학생들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맞닥뜨릴 돈 문제가 모두 이 안에 있다. 그 중에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우선 돈을 벌지 않으면 돈을 불릴 일도 없다. 또 “돈 벌기는 기술(技術), 돈 쓰기는 예술(藝術)”이라고 했다. 그만큼 제대로 돈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리고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제대로 돈을 빌리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관심사는 온통 돈을 불리는 데만 치우쳐 있다. 실제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부모에게서 용돈을 타서 쓴다. YMCA가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용돈의 80% 이상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53.3%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대학생들에게 돈을 버는 것과 쓰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요즘 언론에서는 소비 위축으로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얘기하지만 대학가만큼은 ‘소비의 무풍 지대’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서 나고 자란 풍요로운 세대의 자화상이 소비생활에서도 간단없이 드러난다. 실제 대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소비스타일을 ‘충동파’라고 응답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돈 불리는 문제도 그렇다. 부자가 되기 위한 투자에 관심이 많다지만 의욕만 앞설 뿐이다. YMCA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약 70%정도는 자기이름의 계좌를 갖고 있지만 14.5%만이 정기적으로 저축을 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저축의 습관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하지만 돈 불리기의 시작은 저축이다.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 바로 ‘종자돈’이고 투자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또 투자의 기초라 할 수 있는 투자지식도 형편없다. 한국경제신문과 증권업협회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투자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기초적인 투자용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문맹’수준 이었다. 이래서는 아무리 열심히 투자한들 ‘묻지마 투자’나 요행을 바라는 ‘투기’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신용사회에서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신용의식이 너무나 부족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6명은 신용관리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또 대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휴대전화나 의류 구입, 유흥비 등을 위해 빚을 진 경험이 있다. 특히 빚을 진 경험이 있는 대학생의 50% 이상이 현금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한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는 현금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신용관리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대학생들의 신용의식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학생들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이런 생게망게한 대학가 재테크 열풍의 이면에는 금융교육의 부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중 가정이나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는 20% 남짓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대학생들이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재테크는 대박을 만들어 주는 마술램프가 아니다. 올바른 재테크가 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초 위에서 돈을 벌고 불리고 쓰고 빌리는 모든 문제에 균형 있는 관심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체계적으로 금융의 기초를 다져주는 금융교육이다. 우리 대학생들은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정작 필요하고 중요한 금융교육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대학시절 마저 금융교육에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대학생들의 금융교육을 위한 대학, 정부, 금융기관 등의 공동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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