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노동시장 변수로

통일 전 인력교류 활발해야 … 저임금만 고려해선 곤란

지역내일 2000-10-11
6·15 남북공동선언 뒤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이 가시화되면서 노동시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홍콩과 서울의 금융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대가 대규모 국제자본과 함께 북한의 개성공단 개발사업에 착수키로 했다는 등 남북경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경의선 복원 및 도로연결 공사가 착공돼 남·북한간의 인적·물적 교류가 본격화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인력교류 관련 섣부른 기대는 금물
북한 전문가들은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며 “눈에 띄는 인적 교류가 아직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경협이 한국사회 노동시장의 결정적 변수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앞으로 늦어도 2년 안에는 상당한 인적 교류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문무기 책임연구원은 “남북한 인적 교류의 현재 수준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용보다도 크게 못미친다”면서 “그러나 남북경협의 현실화가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닌 만큼, 우리의 노동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우선 남과 북 모두 취업전선에 활기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남한 기업들이 북한에서 직접 사업을 벌이면 그 자체로 북한 인력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이에 필요한 원부자재 생산 등을 위해 남한 또한 고용창출이 이뤄진다는 논리이다.
통일연구원 김영윤 선임연구위원은 “개성공단 금강산개발 경의선연결 등에서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물론 북한 전력수급을 위해 발전소를 만들어야 할 경우 막대한 고용창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또 ‘노동의 질적 향상’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북한보다 기술 우위에 있는 IT(전자통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질 경우 북한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남북협력과 노동정책’을 연구해온 노사정위 선한승 수석전문위원은 “남북한 인력교류가 ‘저임금’이라는 경제적 성과에만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민족간 교류와 협력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남북통일의 초석을 닦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남북상생 원칙 따라 노동시장 재편
재계는 북한 노동력의 저렴한 인건비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북한이 남한을 포함한 외국기업에 요구하고 있는 임금수준은 월 150달러이다. 남한의 제조업 분야 상용종업원의 월 평균임금이 1000달러 선임을 고려할 때 약 15%에 해당한다. 국내 학자들은 북한의 1인당 노동생산성이 우리의 5.0%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KDI(한국개발연구원) 일부 학자들은 “평균 노동생산성은 남한의 5.0%에 불과하면서 이보다 3배 가까운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와는 달리 언어소통에 문제없고, 교육수준(문자해독률 99.0%, 의무교육기간 11년)이 높아 업무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건비는 싼 편에 속한다.
반면 노동계는 이를 경계하고 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은 “남북경협 때문에 남북 노동자들의 생활수준과 근로조건이 나빠져서는 안된다”면서 “초국적 자본의 신자유주의가 북한 ‘저임금’에만 천착한다면 고용창출은커녕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민족 공동번영을 위한 인력교류의 상을 정착시키는 것이 시대적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독일의 경우 90년 통일 직후 구동독지역의 실업률이 불완전 취업자까지 포함하면 50%에 달해 극심한 사회혼란을 겪었다. “이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북경협의 활성화와 함께 인력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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