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갈아타기는 신중 필요
재테크 전문가 “일희일비하지 말라”
최근 금리와 주가가 급변하면서 은행 고객들이 재테크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급등세를 나타냈던 시장금리는 2주째 급락하고 있다. 고정 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변동 금리형 보다 낮아지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증시 역시 미국발 악재로 코스피 지수가 1600선으로 내려앉은 뒤 반등의 기미를 보이다가 다시 주저앉는 등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이미 꼭짓점을 찍었으며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렇지만 최근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는 만큼 대출 금리를 섣불리 갈아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럴 때일수록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금의 성격과 본인의 재테크 성향부터 점검하는 기본 자세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상환수수료·담보설정비 고려 =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3년 고정 기준)가 변동 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은행 창구에는 변동 금리 대출을 고정 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나은지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금리를 갈아타는 것은 기존 대출을 갚고 새롭게 대출받는 방식이어서 중도 상환수수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손익 계산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은행들은 대출 시점부터 3년까지 기간에 따라 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고 최초 대출 때 은행이 담보 설정비를 부담했을 경우 고객에게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하거나 가산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3년이 지나지 않은 고객이라면 웬만큼 금리가 역전되지 않는 한 갈아타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분당PB센터의 김은정 팀장은 “중도 상환수수료를 내야 하는 고객이라면 고정 금리가 최소 0.5~0.6%포인트 낮지 않다면 갈아타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며 “현 금리 차이에서는 성급하게 대출을 전환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고정 금리가 6.37∼7.97%, 변동 금리가 6.45∼8.05%로 고정 금리가 0.08%포인트 낮다.
중도 상환수수료는 대출 후 2년까지는 잔액의 0.7%이고, 2~3년 기간은 남은 일수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대출을 받은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고객이라면 상환액 1억원에 대해 70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되고 여기에 인지대(7만원)와 담보물 감정료(4만원)가 추가돼 약80만원의 비용이 든다.
고정 금리가 0.08%포인트 낮기 때문에 연간 8만원의 이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년이 지나서야 비용을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고객이 설정비를 부담하지 않았다면 상환액의 최고 0.7%, 즉 최고 7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장기물인 은행채가 단기물인 CD보다 금리가 낮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정상화되면서 변동 금리가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은행권 자금난에 의해 비롯된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올 들어 은행권 자금사정이 개선되고 있어 역전현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예금, 펀드는 어떻게 =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의 박승안 PB팀장은 “지금과 같은 혼란기일수록 돈의 성격부터 파악한 뒤 부자들처럼 포트폴리오를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여유자금을 펀드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에 따라 일희일비할 필요없이 버티면 되지만 금융자산을 ‘올인’했다면 손해를 보더라도 일정 비율을 환매한 뒤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 팀장은 펀드 일부를 환매한 자금은 상호저축은행의 특판예금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얼마 전까지 최고 연 7%를 주는 특판예금을 선보인 은행들은 시중금리가 하락하기가 무섭게 금리를 다시 5%대로 낮춘 반면 상호저축은행은 아직도 연 6% 후반 대까지 금리를 주기 때문이다.
서춘수 신한은행 스타시티 지점장은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재테크 전략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을 선호한다면 일반 정기예금처럼 통장 형태로 발행되는 통장식 CD나 금융채에 1년 이상 장기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금리가 이미 고점을 찍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통장식 CD는 정기예금과 달리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내지 않아 금리를 0.2%포인트 더 받을 수 있는 반면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고 중도 해지가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현재 국민은행이 판매하는 1년짜리 통장식 CD의 금리는 연 6.1% 수준이다. 여전히 펀드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3개월 단위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서 팀장은 조언했다.
연 6%를 주는 3개월 기업어음(CP)에 투자해서 유동성을 확보한 뒤 3개월 단위로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펀드에 추가 납입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 팀장은 “현재 주가는 장기적으로 보면 매력적인 수준이지만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 상품에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선일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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