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국민은행연구소 연구위원
새해를 시작하는 첫 달, 모두들 새해의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할 때이다. 이 맘 때가 되면 필자는 “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挻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들 때 그릇으로서의 쓰임새는 그릇 가운데를 비움으로써 생긴다.”는 뜻으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기에 제격인 말이다. 이 말처럼 새해 계획의 출발은 ‘익숙한 것과의 이별’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버려야 할 습관이나 행동을 되짚어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테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의 펀드문화는 돌아볼수록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2007년은 국내 펀드 설정액 300조원, 펀드계좌수 1,900만좌 돌파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펀드가 가계자산관리의 핵심수단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한해였다. 가히 ‘펀드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 만큼이나 우리의 펀드문화도 성숙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특히 펀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남들이 다 한다고, 수익률이 높다고 덜컥 가입하고 보는 ‘묻지마 식’투자행태는 걱정스럽다. 2007년 12월 국민은행연구소의 조사결과를 보면 펀드에 가입할 때 미리 정해둔 상품 없이 금융기관 직원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한다는 비율이 51.9%로 가장 높았다. 그런데 펀드 가입을 위한 상담시간은 30분 이하가 72%였다. 또 기본적인 펀드 용어에 대한 이해도도 30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별 준비 없이 금융기관 직원이 골라준 상품을 대충 가입해버리는 ‘귀차니즘’에 빠진 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가장 위험한 것은 무턱대고 남의 말에 따르는 것이다. 그렇게 가입한 금융상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 특히 실적배당 상품이어서 원금 손실의 위험이 따르는 펀드는 더욱 그렇다. 뒤늦게 원금의 향방(?)에 애태울게 아니라 가입 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기관 직원과 상담할 때는 ‘귀차니즘’을 떨쳐버려야 한다. 의문이 풀릴 때까지 하나하나 따져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 괜스레 금융기관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은 가질 필요 없다. 대충 이해하고 가입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펀드를 해지하는 일이 벌어지면 오히려 판매한 금융기관도 투자자도 손해다.
또 ‘대박 환상’에 젖어 단기 고수익에 집착하는 투자행태도 문제다. 국민은행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펀드가입자의 기대수익률은 연 21~30%가 30.2%로 가장 많고, 연 31% 이상 고수익을 원하는 비율도 17.9%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은 연 21% 이상의 고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펀드 투자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 증권회사가 매년 환매 된 주식형 펀드의 평균 보유기간을 조사한 결과 2003~2005년의 2년에 비해 2006~2007년은 1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열풍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펀드의 보유기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타난 문제가 펀드의 ‘쏠림 현상’이다. 2007년만 보더라도 한 동안 ‘대박’을 기록한 중국펀드가 ‘블랙홀’처럼 시중 자금을 빨아 들이더니 이후 중국증시가 주춤하자 브릭스펀드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다음은 돈 될 만한 곳을 족집게처럼 찾아내 높은 수익을 안겨 준다는 ‘인사이트 펀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펀드 설정 후 채 한 달도 안돼 수 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감독당국이 지나친 쏠림 현상에 대해 경고하고 나설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쏠림 현상은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그 정도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지나치게 단기 수익률에 민감한 투자성향으로 인해 펀드투자의 기본인 장기•분산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심지어 요즘은 펀드로 단타매매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변에 넘쳐 나는 ‘펀드 성공담’에 급증한 주식시장의 변동성까지 더해져 투자자들의 조급함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성급한 투자행태가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가격이 오르기 직전에 실적이 안 좋은 펀드를 환매하고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올라버린 펀드로 옮겨 타 오히려 손해를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펀드투자에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손실도 그저 하나의 작은 이벤트에 불과할 수 있다. 가까이서 볼 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파도도 산 위에서 보면 그저 작은 물결에 지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단기간의 대박을 좇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최소한 3~5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것이 바로 펀드투자의 정석이다. 매일 펀드 기준가를 살펴보며 가슴 졸이기 보다는 펀드의 등락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펀드투자는 마라톤과 같다. 장거리를 뛰어야 하는 마라톤처럼 너무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분산투자의 원칙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익률만을 좇아 특정펀드에 올인하는 식의 ‘몰빵형 투자’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매년 1등 펀드는 항상 바뀐다. 실제 국내 주식형 펀드 상위권에 포함된 소위 ‘대박 펀드’들은 해마다 물갈이 된다. 펀드의 세계에서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아니라 채 1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얘기다. 성공적인 펀드투자를 위해서는 펀드 가입에서부터 귀차니즘의 유혹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펀드는 선택도 결과도 결국 투자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또 대박의 환상을 접고 장기•분산투자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펀드 열풍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우리가 키우고 가꾸어 나가야 할 올바른 ‘펀드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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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시작하는 첫 달, 모두들 새해의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할 때이다. 이 맘 때가 되면 필자는 “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挻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들 때 그릇으로서의 쓰임새는 그릇 가운데를 비움으로써 생긴다.”는 뜻으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기에 제격인 말이다. 이 말처럼 새해 계획의 출발은 ‘익숙한 것과의 이별’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버려야 할 습관이나 행동을 되짚어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테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의 펀드문화는 돌아볼수록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2007년은 국내 펀드 설정액 300조원, 펀드계좌수 1,900만좌 돌파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펀드가 가계자산관리의 핵심수단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한해였다. 가히 ‘펀드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 만큼이나 우리의 펀드문화도 성숙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특히 펀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남들이 다 한다고, 수익률이 높다고 덜컥 가입하고 보는 ‘묻지마 식’투자행태는 걱정스럽다. 2007년 12월 국민은행연구소의 조사결과를 보면 펀드에 가입할 때 미리 정해둔 상품 없이 금융기관 직원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한다는 비율이 51.9%로 가장 높았다. 그런데 펀드 가입을 위한 상담시간은 30분 이하가 72%였다. 또 기본적인 펀드 용어에 대한 이해도도 30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별 준비 없이 금융기관 직원이 골라준 상품을 대충 가입해버리는 ‘귀차니즘’에 빠진 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가장 위험한 것은 무턱대고 남의 말에 따르는 것이다. 그렇게 가입한 금융상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 특히 실적배당 상품이어서 원금 손실의 위험이 따르는 펀드는 더욱 그렇다. 뒤늦게 원금의 향방(?)에 애태울게 아니라 가입 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기관 직원과 상담할 때는 ‘귀차니즘’을 떨쳐버려야 한다. 의문이 풀릴 때까지 하나하나 따져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 괜스레 금융기관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은 가질 필요 없다. 대충 이해하고 가입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펀드를 해지하는 일이 벌어지면 오히려 판매한 금융기관도 투자자도 손해다.
또 ‘대박 환상’에 젖어 단기 고수익에 집착하는 투자행태도 문제다. 국민은행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펀드가입자의 기대수익률은 연 21~30%가 30.2%로 가장 많고, 연 31% 이상 고수익을 원하는 비율도 17.9%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은 연 21% 이상의 고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펀드 투자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 증권회사가 매년 환매 된 주식형 펀드의 평균 보유기간을 조사한 결과 2003~2005년의 2년에 비해 2006~2007년은 1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열풍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펀드의 보유기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타난 문제가 펀드의 ‘쏠림 현상’이다. 2007년만 보더라도 한 동안 ‘대박’을 기록한 중국펀드가 ‘블랙홀’처럼 시중 자금을 빨아 들이더니 이후 중국증시가 주춤하자 브릭스펀드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다음은 돈 될 만한 곳을 족집게처럼 찾아내 높은 수익을 안겨 준다는 ‘인사이트 펀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펀드 설정 후 채 한 달도 안돼 수 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감독당국이 지나친 쏠림 현상에 대해 경고하고 나설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쏠림 현상은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그 정도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지나치게 단기 수익률에 민감한 투자성향으로 인해 펀드투자의 기본인 장기•분산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심지어 요즘은 펀드로 단타매매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변에 넘쳐 나는 ‘펀드 성공담’에 급증한 주식시장의 변동성까지 더해져 투자자들의 조급함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성급한 투자행태가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가격이 오르기 직전에 실적이 안 좋은 펀드를 환매하고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올라버린 펀드로 옮겨 타 오히려 손해를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펀드투자에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손실도 그저 하나의 작은 이벤트에 불과할 수 있다. 가까이서 볼 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파도도 산 위에서 보면 그저 작은 물결에 지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단기간의 대박을 좇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최소한 3~5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것이 바로 펀드투자의 정석이다. 매일 펀드 기준가를 살펴보며 가슴 졸이기 보다는 펀드의 등락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펀드투자는 마라톤과 같다. 장거리를 뛰어야 하는 마라톤처럼 너무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분산투자의 원칙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익률만을 좇아 특정펀드에 올인하는 식의 ‘몰빵형 투자’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매년 1등 펀드는 항상 바뀐다. 실제 국내 주식형 펀드 상위권에 포함된 소위 ‘대박 펀드’들은 해마다 물갈이 된다. 펀드의 세계에서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아니라 채 1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얘기다. 성공적인 펀드투자를 위해서는 펀드 가입에서부터 귀차니즘의 유혹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펀드는 선택도 결과도 결국 투자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또 대박의 환상을 접고 장기•분산투자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펀드 열풍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우리가 키우고 가꾸어 나가야 할 올바른 ‘펀드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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