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지역내일 2007-10-08
‘저축의 날’과 ‘투자의 날’

10월이다! 홍역처럼 치른 무더위의 추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느새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10월이 왔다. 10월은 ‘저축의 날’’이 있어 ‘저축’의 의미를 새롭게 돌아보게 되는 달이기도 하다. 아마 많은 이들이 모르고 지나치겠지만 매년 10월의 마지막 화요일은 ‘저축의 날’이다. 1964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벌써 44돌을 맞이하는 셈이다.

그런데 얼마 전 신문에 초창기 저축의 날 풍경을 소개한 기사가 실렸다. 요즘과는 너무 차이가 커 생뚱맞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정말 그랬다. 예전의 저축의 날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국가적인 행사였다. 저축의 날 기념식만 보더라도 으레 대통령을 포함해 참석자만 수 천명이고 군악대까지 동원될 만큼 성대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에 비해 ‘저축의 날’ 행사가 턱없이 소박해졌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고 행사 규모나 참석인원도 점점 줄어들어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개인도 정부도 저축에 대한 흥미를 잃은 탓이다. 저금리 시대, 물가와 세금은 치솟고 있는데 은행 이자만 제자리다. 아니 실질금리를 따져보면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저금리를 이유로 ‘저축은 밑지는 장사’라거나 ‘저축이 오히려 리스크가 크다’며 ‘저축 무용론(無用論)’을 주장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저축하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은행을 떠나라’고 얘기한다.

이렇게 요즘 사람들에게 저축은 ‘찬밥 신세’다. 정부입장에서도 ‘저축의 날’이 마뜩하지 않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경기회복이 어려운 마당에 돈을 차곡차곡 은행에 쌓아두기만 하는 저축이 마냥 반갑지 만은 아닌 것이다. 한 마디로 사회 전체적으로 저축이 푸대접 받는 문화다. 예컨대, 요즈음 대부분 초·중학교 졸업식에서 ‘저축상’이 없어졌다고 한다. 부모들의 관심도 시들해지고 금융기관에서 소액예금을 푸대접하기 시작하면서 학교에서도 저축지도와 장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어릴 때만해도 은행에는 ‘어린이 창구’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코 묻은 돈’까지 모아서 산업자금으로 써야 했던 형편도 형편이었지만 한편으론 일찍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였다. 지금과 비교하면 정말 천양지차다.

그러다 보니 요즘 일부에서 차라리 시대 흐름에 맞춰 ‘저축의 날’을 투자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투자의 날’로 바꾸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초 저금리,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라지만 재테크 수단으로 ‘투자’만 중요하고 ‘저축’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일전에 전두환 전대통령과 닮은 외모로 잘 알려진 탤런트 박용식씨가 저축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수상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저금리시대라고 해서 목돈마련을 위한 저축을 게을리 한다면 재테크는 성공할 수 없다. 재테크는 종자돈이 어느 정도 모여야 하는 것이고, 종자돈을 마련하기까지는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저축(예금)이 최고다.” 라고 답했다. 재테크의 기본은 저축이다. 저축 없는 투자는 있을 수 없다. 저축으로 모은 종자돈이 있어야 투자도 할 수 있고, 돈을 불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재테크 성공담도 처음 저축을 통해 종자돈을 모으고 결국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는 얘기로 끝날 때가 많다. 그래서 한푼 두 푼 종자돈을 모으는 것이야말로 투자의 본격적인 출발점이고 투자를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과정이다.

또 저축의 효용성은 단지 금리로만 따질 문제가 아니다. 저축의 미덕은 그저 몇 푼의 이자가 아니다. 저축은 푼돈을 모아 목돈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작은 돈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적금을 시작하기란 정말 어렵다. 만기까지 붓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저축의 보상은 달콤하다. 드디어 만기가 된 통장을 찾을 때는 목표를 이루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에 뿌듯해진다. 그래서 저축을 기다림의 미학(美學)이며 미래의 특별한 기쁨을 위한 인내(忍耐)라고 한다.

이렇게 저축을 통해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은 우리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또 그 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희망을 만들어 가는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고, 길을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곧 ‘길’이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을 필자는 이렇게 바꾸고 싶다. “저축이 곧 ‘희망’이요 ‘길’이라고…” 지금은 ‘저축의 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욱 뜻 깊은 기념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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