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죽느냐 사느냐”

일손 놓고 떠나는 인력들...언론, 장미빛 꿈 부풀려

지역내일 2000-07-18
“일감이 없어 기존의 애니메이터들은 떠나고 있는데도 인력들이 몰린다. 애니메이션 사업은 사실상 생존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불리는 애니메이션 산업이 최근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다. 한 업체의 사장은 애니메이션의 장미빛 가능성만 한껏 부풀려놓은 정부와 언론을 원망했다. 지난 4월 여당은 총선에 앞서 1백30억원의 애니메이션에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서울 부천 춘천 등 지자체들은 관련 산업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산업은 계속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겪는 과도적 현상
업계에선 애니메이션 산업의 위기에 대해 구조조정을 겪는 과도적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획이나 창작 중심이 아닌 미국 일본 등의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 주문자들이 인건비가 낮은 중국 필리핀으로 거래선이 옮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들 중에도 중국에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 위기의 또 다른 이유는 급속한 디지털 산업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기존 원화나 채화 선화를 하던 인력들이 디지털 재교육을 받지 못하고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80년대부터 쌓아온 애니메이션 제작 경쟁력마저 잃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더구나 올림픽을 앞두고 일감은 더욱 줄었다. 미국 거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제작 물량을 대폭 줄이기 때문이다. 수입 애니메이션의 싼맛에 길들여진 국내 공중파 방송들이 창작 의무 방송비율을 지키지 않는 것도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월 2백만~3백만원의 수입을 올리던 원화 작업자들은 이제 1백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받고 있다. 대부분 자유직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고정 수입을 얻지 못해 작업장을 떠나는 것이다. 최근 이들은 전국애니메이션노동조합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류재운 위원장은 제작사들이 창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원은 제작사가 아니라 창작그룹에 직접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감이 줄어드는데도 인력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업계에선 산업 현장의 실상과 달리 대학들이 앞다퉈 학과만들기에 열을 올린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지난해 한 대학의 애니메이션 학과의 경쟁률은 40대1을 나타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학교 교육이 실제 작업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최근 자신들이 직접 나서 최근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 애니메이션 과정을 만들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책 절실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작·배급·방영·교육·마케팅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특히 제작기간과 부가산업 흥행에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긴 안목의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난중일기>를 감독한 강신길 감독은 “제작사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기존 인력을 재교육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어느 나라에서나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국가가 나섰다”고 주장했다.
서우엔터테인먼트의 강한영 대표는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국내 시장은 이제 의미가 없다.세계 시장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각 있는 젊은 인재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을 국가 경쟁력으로 키워낼 시장 기반을 갖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설립한 나그림 강... 대표는 “단순 제작이 아니라 기획력으로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능력을 갖춘 창작자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