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결혼이민자 ‘취업교육 정책’ 시급하다

격려금보다 ‘일자리’가 필요해요

여성결혼이민자 취업률 34% … 육체노동에만 집중돼 전문교육 절실

지역내일 2007-05-28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것은 쉽다. 하지만 열심히 내 힘으로 돈을 벌어 살고 싶다. 그것은 우리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다.”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던 캐나다 영화 ‘대단한 유혹’에 등장하는 대사다. 영화의 배경인 ‘생 마리’ 섬 주민들은 고기잡이가 어려워지자 정부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섬에 기업을 유치해 그곳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며 의존해 살아가는 것은 ‘지루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삶’이라는 것이다.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여성결혼이민자들도 이들과 같은 말을 한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육아와 가사노동 외에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일자리를 갖고 싶다는 것이다.

결혼이민자 대다수가 취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노동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언어문제 외에도 임신과 육아 등의 부담으로 취업률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여성결혼이민자의 77%가 본국에서 취업경험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 온 후 취업률은 34%에 불과했다.
외국인 남성과 결혼한 한국여성취업률 64%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이다.
또 본국에서는 서비스직, 전문직 등 여성 직업군이 다양했지만 한국에서는 △공장 등 육체노동(12.2%) △식당 보조 등 서비스(12.1%) 등으로 양분돼 있다.

◆“한국이 ‘무지개 나라’ 맞나요?”= 베트남에서 온 E(25)씨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한국에서 공장 외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 여성 K(23)씨도 본국에서는 대학을 중퇴했지만 한국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나마 이들은 고학력자라서 자신들의 권리와 임금 등에 대해 비교적 정보가 많은 편이었다.
몽골에서 온 A씨와 중국에서 온 Y씨의 사례는 한국어가 서툴러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취업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몽골 출신 여성 A(40)씨는 한국을 ‘무지개 나라’라고 불렀다.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버는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말이다. 한국을 동경하다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
A씨는 공장에 취직했다. 공장주는 쉴 틈도 없이 A씨에게 일을 시켰고 A씨가 회사를 그만두자 앙갚음으로 밀린 의료보험료를 정산해주지 않았다.
A씨 남편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밀린 보험료를 한꺼번에 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아프면 병원비부터 걱정된다”며 “한국이 ‘무지개 나라’가 맞냐”고 반문했다.
중국에서 온 여성결혼이민자 Y(44)씨는 식당에서 일하면서 월 120만원을 받고 있다. Y씨는 “아침 9시30분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일한다”며 “식당일이 너무 힘들어서인지 한국 직원들은 일한지 며칠만에 식당을 그만두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일을 하기 전에 Y씨는 자수 공장에서 일했다.
그곳에서도 한국 직원들이 꺼리는 힘든 일은 Y씨 몫이었다.
Y씨는 “남편이 직장에 나간 후 혼자 집에 있는 것이 너무 싫고 외롭다”며 “돈을 벌 수 있어 다행이지만 앞으로는 육체적으로 덜 피곤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성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에서 일하면서 △자녀양육 부담 △낮은 임금수준 △가사부담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어교육·직업능력 교육 필요 = 전문가들은 결혼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언어교육과 직업능력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남 창원의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정시영 계장은 “어설픈 지원보다는 결혼이민자가 우리말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직업을 추천해야 이들이 한국인으로 자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에서 실시하는 영어강사 양성과정을 거쳐 농촌 어린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필리핀 출신 레이아씨는 “직업을 갖고부터 가계에 도움도 되고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영등포구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강현덕 사회복지사도 자원봉사자를 통한 결혼이민자 지원보다는 정부 차원의 전문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결혼이민자가 취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해줄 교육·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예산처는 올해 전국 38개 결혼 이민자 가족 지원센터를 통해 여성결혼이민자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원어민 강사로 활용할 방침이다.
전예현 문진헌 기자 홍부용 리포터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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