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불똥 투신권 전전긍긍

지역내일 2001-03-28
시중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투신권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현대건설 등 경제 불안으로 그동안 투신권에 몰렸던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는 등 자금 이동 현상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건설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대건설 채권을 편입하고 있는 투신권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칫 현대건설이 부도처리로 갈 경우 투신사와 판매증권사, 고객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채권 편입하지 않는 기관들도 차이는 있지만 마찬가지의 고민을 안고 있다. 이들 기관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들이 채권값 급등락과 주식시장 침체로 자금 운용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투신권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채권은 5000억원 규모(무보증채 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장부가로 평가되는 CBO(후순위채)펀드와 하이일드펀드에 편입돼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미매각 수익증권에 편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부도처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게 되면 현대건설 채권이 어떤 펀드에 편입돼 있느냐에 따라 고객, 투신사, 판매증권사들이 손실을 떠안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실채권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고수익을 추구했던 일부 투신사들은 투기등급 채권을 전체자산의 50%이상 편입하도록 의무화돼 있는 하이일드펀드에 현대건설 채권을 편입해 놓고 있어 이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매각 수익증권에 편입돼 있는 경우에는 판매증권사가 그 손실을 책임져야 한다. 미매각 수익증권이란 수익증권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에 따라 현금을 지급한 후 유가증권을 처분하지 못해 들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가운데 투신권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고객 신뢰도 하락 문제다. 이미 투신권은 대우사태를 겪으면서 고객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또 다시 이런 문제가 생겨 이참에 고객들이 아예 등을 돌리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투신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현대건설 회사채를 지속적으로 줄여오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남아있어 골치가 아프다”며 “신뢰도를 회복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또 다시 이런 문제가 닥쳐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신권은 산업은행측이 “현대건설의 회사채 신속인수가 힘들게 됐다”고 밝혀 사실상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에도 기대를 걸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투신권은 정부와 채권단이 출자전환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있는 시점에서 회사가 정상화되기만을 기다릴 뿐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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