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주택문제 해결이 양극화 해소의 첫걸음(장병호 2007.04.27)

지역내일 2007-04-27
주택문제 해결이 양극화 해소의 첫걸음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양극화 문제 해결은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 생활 보장이 핵심이다. 의식주가 안정되면 그밖에는 차이가 커도 큰 문제가 안 생긴다.
의식주 중 입는 것과 먹는 것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 문제는 주거 불안이다.
주택이 유력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며 아파트투기(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값은 크게 올라 직장인이 저축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벗어나 버렸다. 최근 주춤하기는 하지만 ‘집값 상승이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거 불안을 해결하려면 주택의 개념을 소유가 아닌 거주로 바꾸어야 하고, 이를 위해 값싸고 질 좋은 중대형 장기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으로 주거문제 해결한 선진국
모든 선진국들은 저소득층뿐 아니라 전 계층을 대상으로 평균 수준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주거안정을 이뤘다. 공공주택 공급이 최선의 사회 안전망이라는 인식을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 모두가 공유하고 사회계약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다.
선진국의 공공임대주택은 규모나 질적 수준, 환경 등에서 민간주택 평균수준을 월등히 상회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과 함께 중산층이 거주해 자연스럽게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과거 정부 주택정책은 ‘저소득층=임대=공공이 공급, 중산층=소유=민간이 공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중산층에 대해서는 ‘주택소유’ 지원 내지 권장이 정부 정책의 골간이고, 이는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운영 중인 청약제도를 비롯해 모지기 제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관행 등도 ‘내집 마련 꿈’으로 포장된 ‘주택소유’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들이다. 국민주택기금의 상당수도 ‘주택소유’를 지원하기 위해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민간건설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을 위한 용도로 제한됐고, 중산층은 주택을 소유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2005년 8월 행정자치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1777만 세대 중 55%인 971만 세대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네덜란드 50%, 독일 40%, 프랑스 56%, 일본 60%, 영국 68%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주택보유율이 낮지 않다(2000년 기준, 출처 ‘임대주택정책 개편방안’).
저소득층을 제외한 무주택 세대가 주택을 소유하도록 하는 게 정부 정책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주택소유 지원이 정부 정책의 중심에 있는 한 부동산은 폭등할 수밖에 없고 부의 불균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주택소유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도 주거에 아무런 불편이 없도록 주택의 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바꾸는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분양주택보다 질 좋은 대·중·소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한다.

소유 지원책으론 집값 뛸 수밖에 없어
우리나라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2.5%(출처 ‘임대주택정책 개편방안)로 영국 22%, 네덜란드 36%, 독일 20%, 프랑스 17%, 일본 7%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그나마 소형평형이 대부분이어서 중산층이 이용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축용 중대형 임대주택’ 공급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하지만 1년에 5000가구가량 공급으로는 물량이 너무 적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언제든 매각이 가능하도록 한 점도 문제다.
‘비축용 임대주택’을 30년 이상 장기로 방향을 분명히 하고 물량도 크게 늘려야 한다.
대부분 분양주택 공급에 지원되고 있는 국민주택기금도 중대형 공공임대주택 확충으로 돌려야 한다. 금융당국도 주택소유 지원 위주의 대출제도를 바꿔 공공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한 제도로 바꿔야 한다.
각종 택지개발사업도 중·대형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송파신도시를 대·중·소 공공임대주택이 어우러진 ‘렌탈타운’으로 만들 수 있고, 이를 계기로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낳은 원인이 되고 있는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해 대·중·소 임대주택이 어우러진 곳으로 변화시키는 방안도 검토해볼만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장기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확충해 이것이 주택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정 수준(20% 안팎)에 도달하면 비로소 ‘더 이상의 주택가격 상승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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