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등록 통과의례로 전락

안병우 국무조정실장, 장녀에 증여 의혹 ... 직계 존비속 고지거부 상당수

지역내일 2001-02-28
시행 9년째를 맞는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이 갈수록 부패방지라는 본래 취지를 퇴색시킨 채 통과의례로 끝나고 있다. 28일 공개된 1급 이상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보면 제도적 허점을 교묘히 이용, 불성실신고를 은폐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공직자 재산등록의 문제점으로 여러차례 지적됐지만 고쳐지지 않은, 부양을 받지않는 직계
존비속에 대한 ‘고지거부’ 조항을 악용한 사례다. 국가정보원 최규백 기조실장, 최경보 주포루
투갈 대사, 과기부 유희열 기획관리실장, 서울지검 정상명 동부지청장, 이팔호 서울경찰청장, 문화
관광부 김순길 종무실장 등이 부모 또는 자녀의 재산공개를 거부했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재산등록전에 피부양 부모나 자녀 명의로 변칙 상속이나 위장 증여로 재산을
축소·은닉하는 방편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병우 국무조정실장의 경우 장녀가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할 때 증여를 한 의혹이 공개된 재산목록에 드러나고 있다.
또 재산등록은 아파트와 골프장 회원권의 경우 국세청 기준시가나 자치단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삼게 돼있어 실제 재산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데서 초래되는 혼선이 있다. 반기문 외교차관은
기준시가 1억900만원 아파트를 3억8000만원에 팔아 2억8500만원의 차익으로 재산증가 2위를 기록
했다. 행정부에서 3위를 기록한 장재룡 주프랑스 대사가 같은 경우다.
세부적인 재산증감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신고제도도 문제다. 생활비 사용과 관련된 증감을 포
함해 성실히 신고한 공직자는 김대웅 대검 중수부장을 비롯, 김성재 대통령 정책기획수석과 노무
현 해수부장관, 오제세 국민고충처리위원 등 10명을 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고위공직자에게 있을 수 있는 불로소득이 전혀 신고되지 않는 점이 공직자 재산등록의
커다란 맹점이다. 부패방지라는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93년 시행 첫 해
를 제외하고는 재산변동신고에서 불이익을 받은 공직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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