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와 불란서의 교훈
임 현 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우리나라 인구가 앞으로 100여년이 지나 한 사람도 안 남을 것이라면 누가 믿을까. 작금의 인구감소 추세로 비춰 본 시나리오다. 남한의 인구는 2020년 대략 5000만명에 도달한 후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아들, 딸 가리지 말고 하나만 낳자”는 개발연대의 구호가 아이를 많이 낳는 가정에 세금, 교육, 의료 등 혜택을 주어야하는 실정이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물론 대한민국의 인구가 제로가 될 리는 없다. 인구는 환경변화에 따라 줄어들기도 하지만 늘어나기도 한다는 말서스 인구법칙의 역(逆)논리가 통용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사실은 매우 걱정스럽다. 미국 2.0명, 영국 1.8명, 중국 1.6명, 캐나다 1.5명, 스위스 1.4명, 일본 1.3명, 싱가포르 1.2명 보다 적은 1.08명이다. 그야말로 특단의 출산장려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출산은 성장둔화로 이어져
인구감소는 경제활동인구의 축소를 가져와 소비침체, 투자위축을 통해 성장둔화로 이어진다. 지금 4.5% 정도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이 되면 3%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앞으로 십수년 안에 한국경제를 재도약시켜야 하는 화급한 이유다. 특히 저출산이 고령화와 연결되면 젋은 세대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여 사회전반의 활력도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에서도 세계선두를 달려 2020년이 되면 65세 인구가 15.7%에 이르는 고령사회가 될 예상이다.
우리의 경우 일인당 국민소득의 증가에 따른 개인주의화는 사회의 기본 단위로서 가족의 의미를 약화시키고 있다. 독신을 편하게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결혼을 해도 아이 낳는 것을 꺼려한다. 특히 10년전 외환위기 이후 취업기회의 위축, 평생고용의 불안, 주택가격의 상승, 교육비용의 압박 등이 출산율의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자녀를 갖고 싶어도 무엇보다 양육과 교육 부담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프랑스는 과감한 정부정책에 의해 출산율을 2.0%로 높이는데 성공했다. GDP의 3%나 되는 연간 50조원을 출산장려를 위해 쓰면서 1950년대 초반이후 겪어 온 저출산의 장애를 일단 극복한 셈이다. 출산장려정책을 들여다보면 돈으로 아이를 산다고 해도 지나치니 않을 정도로 재정지원 프로그램이 무척 다양하다. 임신, 출산, 육아, 교육 등에서 엄청난 지원이 30대 ‘워킹맘’(working mom)들로 하여금 나이와 직장 생활에 관계없이 아이를 낳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세 자녀 이상 가정에 대해 발급하는 대가족카드는 철도, 호텔, 식당, 매장, 공원 이용시 상당한 할인 혜택도 준다.
우리 정부도 오래전부터 저출산 타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GDP의 불과 0.4%에 해당하는 3조7000억원이라는 제한된 예산의 한계도 있지만, 한국사회의 구조적·문화적 변화의 맥락에서 저출산을 고려하는 시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느 회의석상에서 인구증가를 위한 묘안으로 오죽하면 다혼제를 수용하자는 농담이 오고 갔을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얘기이지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반증이다.
혼외출산 금기도 한몫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에서 혼외출산에 대한 금기가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원인중의 하나라는 주장이 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권태환 교수는 1960년에서 2000년 사이를 통해 한국의 전체 출산율은 1985년 이후 계속 떨어졌지만 유배우자 출산율은 오히려 올라갔다고 분석한다. 혼외출산의 하락과 함께 혼인여성의 감소가 오늘의 저출산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바꿔 얘기하자면, 양육과 교육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출산과 육아에서의 인센티브 제공만으로 저출산의 문제해결을 보지 말라는 논지다.
결국 출산율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사회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기혼자의 전유물로 출산을 보는 전통적 가족관을 벗어나지 않는 한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개방사회인 구미사회에서 혼외출산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프랑스의 아이를 낳는 워킹맘 중에 상당수의 미혼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고유의 가족제도는 기혼자의 출산에 의한 가족형성만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미혼자의 출산을 결코 장려할 일이 아니지만 이들을 사회복지의 차원에서 수용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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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현 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우리나라 인구가 앞으로 100여년이 지나 한 사람도 안 남을 것이라면 누가 믿을까. 작금의 인구감소 추세로 비춰 본 시나리오다. 남한의 인구는 2020년 대략 5000만명에 도달한 후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아들, 딸 가리지 말고 하나만 낳자”는 개발연대의 구호가 아이를 많이 낳는 가정에 세금, 교육, 의료 등 혜택을 주어야하는 실정이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물론 대한민국의 인구가 제로가 될 리는 없다. 인구는 환경변화에 따라 줄어들기도 하지만 늘어나기도 한다는 말서스 인구법칙의 역(逆)논리가 통용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사실은 매우 걱정스럽다. 미국 2.0명, 영국 1.8명, 중국 1.6명, 캐나다 1.5명, 스위스 1.4명, 일본 1.3명, 싱가포르 1.2명 보다 적은 1.08명이다. 그야말로 특단의 출산장려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출산은 성장둔화로 이어져
인구감소는 경제활동인구의 축소를 가져와 소비침체, 투자위축을 통해 성장둔화로 이어진다. 지금 4.5% 정도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이 되면 3%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앞으로 십수년 안에 한국경제를 재도약시켜야 하는 화급한 이유다. 특히 저출산이 고령화와 연결되면 젋은 세대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여 사회전반의 활력도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에서도 세계선두를 달려 2020년이 되면 65세 인구가 15.7%에 이르는 고령사회가 될 예상이다.
우리의 경우 일인당 국민소득의 증가에 따른 개인주의화는 사회의 기본 단위로서 가족의 의미를 약화시키고 있다. 독신을 편하게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결혼을 해도 아이 낳는 것을 꺼려한다. 특히 10년전 외환위기 이후 취업기회의 위축, 평생고용의 불안, 주택가격의 상승, 교육비용의 압박 등이 출산율의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자녀를 갖고 싶어도 무엇보다 양육과 교육 부담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프랑스는 과감한 정부정책에 의해 출산율을 2.0%로 높이는데 성공했다. GDP의 3%나 되는 연간 50조원을 출산장려를 위해 쓰면서 1950년대 초반이후 겪어 온 저출산의 장애를 일단 극복한 셈이다. 출산장려정책을 들여다보면 돈으로 아이를 산다고 해도 지나치니 않을 정도로 재정지원 프로그램이 무척 다양하다. 임신, 출산, 육아, 교육 등에서 엄청난 지원이 30대 ‘워킹맘’(working mom)들로 하여금 나이와 직장 생활에 관계없이 아이를 낳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세 자녀 이상 가정에 대해 발급하는 대가족카드는 철도, 호텔, 식당, 매장, 공원 이용시 상당한 할인 혜택도 준다.
우리 정부도 오래전부터 저출산 타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GDP의 불과 0.4%에 해당하는 3조7000억원이라는 제한된 예산의 한계도 있지만, 한국사회의 구조적·문화적 변화의 맥락에서 저출산을 고려하는 시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느 회의석상에서 인구증가를 위한 묘안으로 오죽하면 다혼제를 수용하자는 농담이 오고 갔을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얘기이지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반증이다.
혼외출산 금기도 한몫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에서 혼외출산에 대한 금기가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원인중의 하나라는 주장이 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권태환 교수는 1960년에서 2000년 사이를 통해 한국의 전체 출산율은 1985년 이후 계속 떨어졌지만 유배우자 출산율은 오히려 올라갔다고 분석한다. 혼외출산의 하락과 함께 혼인여성의 감소가 오늘의 저출산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바꿔 얘기하자면, 양육과 교육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출산과 육아에서의 인센티브 제공만으로 저출산의 문제해결을 보지 말라는 논지다.
결국 출산율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사회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기혼자의 전유물로 출산을 보는 전통적 가족관을 벗어나지 않는 한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개방사회인 구미사회에서 혼외출산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프랑스의 아이를 낳는 워킹맘 중에 상당수의 미혼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고유의 가족제도는 기혼자의 출산에 의한 가족형성만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미혼자의 출산을 결코 장려할 일이 아니지만 이들을 사회복지의 차원에서 수용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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