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이영호 국장은 대우담보 기업어음(CP) 손실분담 비율을 설명하러 증권사와 투신
사 사장들을 찾아다녔다. ‘증권사 70%, 투신사 30%’라는 비율을 정해놓고 양해를 구해야 하
는 자리였다.
‘대우담보 CP가 뭐야. 왜 금감원 국장이 증권사 사장들 찾아다니면서 양해를 구하지?’대우담
보 CP 처리과정을 모르는 독자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지난 99년 6월 대우그룹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자 정부는 증권 은행 투신 등 금융기관
에 4조원 정도의 대우 기업어음을 매입하도록 요청했다. 당시 금융기관들은 무너져가는 기업
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심하게 반발했다. 당시 대우는 기업어음에 부동산 대
우계열사 유가증권 등 10조원 정도의 담보를 제공했다. 담보를 제공할 테니 CP를 매입해달
라는 것이었다.
금융기관들이 대우담보CP 매입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번에는 정부가 나서서 매입을
독려했다. 금융기관장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반강제적으로 CP매입을 권유한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각 금융기관 사장들 집으로 일일이 전화해 CP를 반드시 매입하라고 협박(?)
하기도 했다. 결국 금융기관들은 3조8000억원 어치 대우담보CP를 매입했다.
99년 8월 대우그룹은 위크아웃에 들어갔고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금융기관에 안긴 대우담보
CP는 휴지조각이 됐다. 그로부터 1년 뒤. 정부는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대우담보CP 중 80%
를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해주고 나머지 20%는 각 금융기관이 떠 안게 했다.
금융기관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정부가 사라고 해서 산 건데 왜 이제 와서 우리보고 손해를
떠 안으라는 것이냐’는 게 금융기관들의 주장이었다. 또 금융기관들 중 가장 반발이 심했던
곳이 증권사와 투신사였다. 당시 증권사와 투신사가 대우담보CP로 떠 안은 금액만 1조8000
억원이었다. 80%를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해주기로 했지만 증권사와 투신사가 대우담보CP
로 손해본 금액은 3600억원이나 됐다.
결국 정부는 3600억원 가운데 70%는 증권사가 떠 안고 나머지 30%는 투신사가 손해보는 것
으로 마무리하려 했다.
지난해 9월 금감원 증권감독국장을 맡자마자 이 국장이 처리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증권사 투신사 사장들을 찾아다니면서‘사정이 이러하니 70: 30으로 손해를 떠 안읍시다’라
고 사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우담보CP를 정부가 나서서 금융기관에 사라고 한 것은 너무
무리하게 추진된 일이었다. 이 국장 역시 속으로는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각 금융기관 사장
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사정을 얘기하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금
융기관장들에게 “증권사 70, 투신사 30으로 손실 떠안는게 감독원에서 내놓을 수 있는 마지
막 카드”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울릉도 촌놈, 금감원 국장되다
이영호 국장의 고향은 울릉도다. 금감원 국장으로 출세했다고 한다면 이영호 국장도 ‘섬 촌
놈’이 출세한 경우다. 또 금감원 국장 가운데 몇 안되는 경상도 출신이기도 하다.
이 국장은 78년 대학(고려대 법학과 70학번) 졸업후 곧바로 증권감독원 1기로 입사했다. 올
해로 만 24년째 금융감독기관에 근무하면서 이 국장은 1/3은 비서실 업무 1/3은 기업공시국
업무 1/3은 증권감독업무를 맡아왔다.
지난 98년 4월 통합감독기구인 지금의 금감원이 만들어지기 전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했
을 때 이 국장은 증권감독원에서 금감위에 파견돼 금감위원장 비서실장을 맡았다. 당시 이헌
재 금감위원장이 증감원과 은감원원장을 겸했기 때문에 증감원 은감원 비서실장도 겸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은행검사4국장, 9월부터 증권감독국장을 맡고 있다.
대우채로 골머리 앓아
증권감독국장이 된 이후 그는 줄곧 대우채로 인해 생긴 분쟁을 조정하는 일에 매달렸다. 대
우담보CP 문제가 그랬고 또 대우채가 편입된 수익증권 환매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우그룹이 무너진 이후 정부는 대우채가 편입된 수익증권에 대해 환매유예 조치를 내렸다.
그후 투자자 가운데 개인과 법인들은 일정비율을 정해 최대 95%까지 환매를 해주었고 금융
기관들에 대한 환매조치는 미뤄놨다. 지금까지 대우채가 포함된 수익증권 중 금융기관이 환
매 받지 못한 금액은 약 2조2000억원 가량이다.
이 국장은 지난해 12월 증권감독국 내에 수익증권분쟁조정전담팀을 구성, 금융기관간 분쟁
조정에 들어갔다. 대우채로 인한 환매분쟁은 법원에서조차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부분이
다. 대우라는 거대한 기업집단이 일시에 무너져 내려, 정부가 수익증권 환매제한 조치와 같
이 급박한 조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법적인 조정으로는 해결의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는 분쟁들이다.
이 국장은 이 문제로 아직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증권감독국에서 제시한 분쟁조정 방법
에 승복하지 않는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계속 법적인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이
다.
분쟁을 조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우담보CP 분쟁은 ‘관치금융으로 인해
생긴 문제’라는 게 명백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조정 실무를 맡은 증권감독국과 이 국
장이 시장사람들에게 관치금융의 원흉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이 국장은 대우채로 인한 두
건의 굵직한 분쟁조정 역할을 비교적 원만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투자자 보호 위한 정책 펴겠다
이 국장은 요즘 증권사 영업준칙을 정비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말 증권감독국은
100여개에 달하는 증권사 영업준칙을 만들었다. 내용은 증권사의 내부영업정책, 투자권유,
위탁매매업무 관련, 영업자세 확립을 위한 영업준칙들이다. 이 영업준칙은 4월 중순이면 시
행될 예정이다.
가령 고객으로부터 대량 매수주문을 받은 증권사가 주문을 내기 전에 자기계정으로 고객이
주문 낸 주식을 매입해 매매차익을 거두는 행위(front-running)가 금지된다. 또 대량매매나
외국인 매매와 같이 시장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매매주문 정보를 받고서 이
를 체결하기 전 특정인에게 매매주문 정보를 제공, 가격차익을 거두는 행위도 할 수 없게 된
다.
영업준칙에 대해 증권사들은 시큰둥하다. 금감원이 또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
에 대해 이국장의 생각은 단호하다. 수요자 즉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공급자인 증
권사가 규제라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이번에 시행되는 영업준칙은 우리만 시행하는 기상천외한 제도도 아니고 국제증
권감독기구(IOSCO)에서 90년부터 각국에 권고하고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조치만 내놓으면 증권사들은 규제라고 얘기한다”면서 “이제 수요자인 투자자를 볼모로 ‘규
제’라고 외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 사장들을 찾아다녔다. ‘증권사 70%, 투신사 30%’라는 비율을 정해놓고 양해를 구해야 하
는 자리였다.
‘대우담보 CP가 뭐야. 왜 금감원 국장이 증권사 사장들 찾아다니면서 양해를 구하지?’대우담
보 CP 처리과정을 모르는 독자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지난 99년 6월 대우그룹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자 정부는 증권 은행 투신 등 금융기관
에 4조원 정도의 대우 기업어음을 매입하도록 요청했다. 당시 금융기관들은 무너져가는 기업
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심하게 반발했다. 당시 대우는 기업어음에 부동산 대
우계열사 유가증권 등 10조원 정도의 담보를 제공했다. 담보를 제공할 테니 CP를 매입해달
라는 것이었다.
금융기관들이 대우담보CP 매입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번에는 정부가 나서서 매입을
독려했다. 금융기관장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반강제적으로 CP매입을 권유한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각 금융기관 사장들 집으로 일일이 전화해 CP를 반드시 매입하라고 협박(?)
하기도 했다. 결국 금융기관들은 3조8000억원 어치 대우담보CP를 매입했다.
99년 8월 대우그룹은 위크아웃에 들어갔고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금융기관에 안긴 대우담보
CP는 휴지조각이 됐다. 그로부터 1년 뒤. 정부는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대우담보CP 중 80%
를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해주고 나머지 20%는 각 금융기관이 떠 안게 했다.
금융기관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정부가 사라고 해서 산 건데 왜 이제 와서 우리보고 손해를
떠 안으라는 것이냐’는 게 금융기관들의 주장이었다. 또 금융기관들 중 가장 반발이 심했던
곳이 증권사와 투신사였다. 당시 증권사와 투신사가 대우담보CP로 떠 안은 금액만 1조8000
억원이었다. 80%를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해주기로 했지만 증권사와 투신사가 대우담보CP
로 손해본 금액은 3600억원이나 됐다.
결국 정부는 3600억원 가운데 70%는 증권사가 떠 안고 나머지 30%는 투신사가 손해보는 것
으로 마무리하려 했다.
지난해 9월 금감원 증권감독국장을 맡자마자 이 국장이 처리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증권사 투신사 사장들을 찾아다니면서‘사정이 이러하니 70: 30으로 손해를 떠 안읍시다’라
고 사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우담보CP를 정부가 나서서 금융기관에 사라고 한 것은 너무
무리하게 추진된 일이었다. 이 국장 역시 속으로는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각 금융기관 사장
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사정을 얘기하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금
융기관장들에게 “증권사 70, 투신사 30으로 손실 떠안는게 감독원에서 내놓을 수 있는 마지
막 카드”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울릉도 촌놈, 금감원 국장되다
이영호 국장의 고향은 울릉도다. 금감원 국장으로 출세했다고 한다면 이영호 국장도 ‘섬 촌
놈’이 출세한 경우다. 또 금감원 국장 가운데 몇 안되는 경상도 출신이기도 하다.
이 국장은 78년 대학(고려대 법학과 70학번) 졸업후 곧바로 증권감독원 1기로 입사했다. 올
해로 만 24년째 금융감독기관에 근무하면서 이 국장은 1/3은 비서실 업무 1/3은 기업공시국
업무 1/3은 증권감독업무를 맡아왔다.
지난 98년 4월 통합감독기구인 지금의 금감원이 만들어지기 전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했
을 때 이 국장은 증권감독원에서 금감위에 파견돼 금감위원장 비서실장을 맡았다. 당시 이헌
재 금감위원장이 증감원과 은감원원장을 겸했기 때문에 증감원 은감원 비서실장도 겸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은행검사4국장, 9월부터 증권감독국장을 맡고 있다.
대우채로 골머리 앓아
증권감독국장이 된 이후 그는 줄곧 대우채로 인해 생긴 분쟁을 조정하는 일에 매달렸다. 대
우담보CP 문제가 그랬고 또 대우채가 편입된 수익증권 환매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우그룹이 무너진 이후 정부는 대우채가 편입된 수익증권에 대해 환매유예 조치를 내렸다.
그후 투자자 가운데 개인과 법인들은 일정비율을 정해 최대 95%까지 환매를 해주었고 금융
기관들에 대한 환매조치는 미뤄놨다. 지금까지 대우채가 포함된 수익증권 중 금융기관이 환
매 받지 못한 금액은 약 2조2000억원 가량이다.
이 국장은 지난해 12월 증권감독국 내에 수익증권분쟁조정전담팀을 구성, 금융기관간 분쟁
조정에 들어갔다. 대우채로 인한 환매분쟁은 법원에서조차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부분이
다. 대우라는 거대한 기업집단이 일시에 무너져 내려, 정부가 수익증권 환매제한 조치와 같
이 급박한 조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법적인 조정으로는 해결의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는 분쟁들이다.
이 국장은 이 문제로 아직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증권감독국에서 제시한 분쟁조정 방법
에 승복하지 않는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계속 법적인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이
다.
분쟁을 조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우담보CP 분쟁은 ‘관치금융으로 인해
생긴 문제’라는 게 명백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조정 실무를 맡은 증권감독국과 이 국
장이 시장사람들에게 관치금융의 원흉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이 국장은 대우채로 인한 두
건의 굵직한 분쟁조정 역할을 비교적 원만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투자자 보호 위한 정책 펴겠다
이 국장은 요즘 증권사 영업준칙을 정비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말 증권감독국은
100여개에 달하는 증권사 영업준칙을 만들었다. 내용은 증권사의 내부영업정책, 투자권유,
위탁매매업무 관련, 영업자세 확립을 위한 영업준칙들이다. 이 영업준칙은 4월 중순이면 시
행될 예정이다.
가령 고객으로부터 대량 매수주문을 받은 증권사가 주문을 내기 전에 자기계정으로 고객이
주문 낸 주식을 매입해 매매차익을 거두는 행위(front-running)가 금지된다. 또 대량매매나
외국인 매매와 같이 시장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매매주문 정보를 받고서 이
를 체결하기 전 특정인에게 매매주문 정보를 제공, 가격차익을 거두는 행위도 할 수 없게 된
다.
영업준칙에 대해 증권사들은 시큰둥하다. 금감원이 또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
에 대해 이국장의 생각은 단호하다. 수요자 즉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공급자인 증
권사가 규제라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이번에 시행되는 영업준칙은 우리만 시행하는 기상천외한 제도도 아니고 국제증
권감독기구(IOSCO)에서 90년부터 각국에 권고하고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조치만 내놓으면 증권사들은 규제라고 얘기한다”면서 “이제 수요자인 투자자를 볼모로 ‘규
제’라고 외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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