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곳곳에서 많은 자원 봉사자들을 만날 수 있다.
남북 이산 가족 상봉 때에는 남북 적십자사 봉사자들을 접할 수 있었고,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생활터전에서도 우리는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자신들의 바쁜 일상을 쪼개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또 한 사람의 봉사자를 만났다. 바로 의정부 성모병원에서였는데, 봉사 활동 중 얼떨결에 인터뷰에 응한 김 정순(사비나)씨, 그는 우리 이웃들 사이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중년의 아줌마처럼 편안해 보였다.
분홍색 가운을 입은, 밝은 미소의 김 사비나씨는 '호스피스'활동을 하고 있다. 호스피스는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마지막 여생을 편안하게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부분 말기 암 환자들을 많이 만난다. 주로 하는 일은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신체적인 도움--머리 감겨 드리기, 목욕 시켜 드리기, 발 맛사지 등--외에 말벗이 돼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또 환자들이 퇴원을 하게 되면 직접 가정방문도 한다.
"처음 환자를 대하게 되면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 저 분도 말기 암 환자 분들이 겪는 그 고통을 -- 그 힘든 과정을 저희들이 다 알고 있으니까-- 받을 것이란 걸 생각하면 안쓰럽고 안타깝죠. 그래서 '기도'를 많이 해요. 그럼 환자들이 편안해 하세요"라는 김 사비나씨, 그 또한 '기도'를 많이 하는 카톨릭 신자다.
결혼 후 시댁식구들의 영향으로 종교를 갖게 됐고, 영세를 받으면서 성당에서 하는 '레지오' 활동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서 정오까지 2시간 동안 병실을 찾아다니면서 환자들의 얘기에 귀 기울인다.
"환자 분 중에는 가족과의 갈등을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병실에 누워 자식이나, 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 때문에 맘 아파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럴 때는 저희들이 그 갈등을 풀어주는 매개 역할을 합니다"
성모병원에 호스피스과가 생긴 94년도 때부터 활동을 했다는 김 사비나씨는 "호스피스로서 처음 병실을 방문할 때를 잊을 수 없어요. 그 때 병실 입구에서 몇 번을 망설였는지 몰라요" 라며 어떻게 도움을 줘야할지 몰라 당황했던 그 당시를 설명한다.
"돌아가실 분이란 것 때문이라도 많이 두려웠던 것 같아요." 지금은 장지에도 같이 간다면서 "인생이란 한 번 태어나고, 한 번은 꼭 가야 하는 것 아니예요." 이제는 환자 분들이 편안하게 여생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호스피스활동이 김 사바나씨에게 살아가는 데 많은 힘을 주고 있다고 한다. "제 삶의 욕심이 없어져요 .성내지 않게 되고요." 그리고 살고 있다는 그 자체에 감사를 하게 된단다.
김 사비나씨는 또 매주 금요일이면 양주군에 있는 장애인의 집"나루터'에서 청소나, 빨래를 해 주고 있다. 거의 일 주일 내내 봉사활동을 위한 모임이나, 교육 등에 자신의 시간을 할애한다. 나만 하는 봉사 활동이 아니라며, 인터뷰에 응한 것을 무척 쑥스러워 했다.
다들 자신만을 위해 살기에도 힘든 세상이다. 그런데 봉사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들은 '봉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아픈 사람을 보면 아프지 않은 자신에게 '감사'하게 되고, 장애인들을 보면, 장애가 없는 자신에게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감사'의 마음을 다시 고통을 가진 사람들과 나누게 된다고.....
배순리포터 quongp@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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