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중요한 건 인성”
또래 친구와 잘 어울려야 … 억지로 시키는 공부는 금물
“그 엄마가 음악 전공했는데 벌써 안 가르쳐도 된다던데~”, “교사인 내 친구 얘기론…”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은 예체능을 전공한 엄마나 교사의 정보를 꽤 신뢰하는 편이다. 그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적용하는 교육 정보라면 틀릴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교사 출신 엄마는 교육을 전공하고 교단에서 다양한 경험까지 쌓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작 교사 출신 엄마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을까.
아이 하나인 가정이 많은 요즘, 30대 외동이의 엄마들은 대부분 자녀 교육에 관한 한 초보자다. 고학력 전문직 엄마들도 자녀 교육에선 막힐 때가 많다. 요즘 엄마들은 그럴 때면 인터넷 카페나 포털 사이트를 뒤져 같은 경험을 한 선배 엄마들의 경험에 귀 기울인다. 교육 컨설턴트나 아동상담가, 소아정신과 등 전문가를 찾는 엄마들도 많다.
소 아무개씨(35)도 요즘 초등학교 교사 친구와의 전화 통화가 부쩍 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신경 써야 할 것, 궁금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미술을 전공한 박소영 씨(35)는 문화센터 제2의 선생님이다. 24개월 아이와 강좌를 듣는 같은 입장의 수강생인데, 함께 참여한 다른 엄마들이 미술 지도에 관해 많이 질문해오기 때문이다.
‘미술을 전공한 어느 집 엄마는 이렇게 가르치더라’하면 무작정 따라해 보고 싶고 ‘엄마가 교사인데 애 학원 안 보낸대’ 하는 말에 ‘거봐!’ 하며 확신을 다질 정도다. 교육 관련 학문을 전공하거나 경험이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 엄마들에게 소중한 정보가 된다. 그들 말로는 ‘부지런한 엄마’가 ‘아는 엄마’보다 한 수 위라고 하지만, 실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보고 깨친 그들만의 경험은 교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엄마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교단에서 봤더니 =
유치원 미술 특기교사로 일했던 박인희 씨(28)는 교사라는 직업 대신 엄마를 택했다. 유치원 교사 시절, 가장 바람직해 보이던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NQ(Network Quotien:공존지수)가 높은 아이였다. 그런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의 사랑과 애정 표현을 충분히 받고 자라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들이다. 딸 재희(3)도 그렇게 키우고 싶었기에 그는 미련 없이 교사직을 그만 뒀다.
“제가 가르쳤던 아이 중에 학원과 과외를 9개나 하는 일곱 살짜리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는 항상 다음 수업을 걱정하고, 다른 수업에 늦을까봐 계속 시간을 물어보고, 힘들어서 엎드려 있는 경우가 많았죠. 당연히 진도도 늦고 의욕도 없어 자주 혼나기도 했고요.”
그 아이를 보면서 무조건 많은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딸 아이 미술 교육도 밀가루나 솜을 직접 만져보고 느끼게 하는 식의 창의적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전부다.
육아휴직 중인 초등학교 교사 문혜옥 씨(35)는 2년 동안 민준(4)이와 주은(2)이의 엄마로 살면서 아침마다 오늘의 계획을 세우고 학습 목표를 떠올리며 놀이 활동을 했다. 또 창의성은 칭찬에서 시작한다는 진리를 교단에서 익히 확인했던 바, 칭찬은 좀 오버다 싶을 만큼 아끼지 않았다.
요즘 초등학생 학부모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공부만 중시하면서 정작 그 책임은 학원에 떠넘기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점수를 하나도 중시하지 않는데 엄마들이 너무 민감해요. 학교를 사교육 경연장으로 여기거나 아이의 창의성이나 다른 재능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면 안타깝죠.”
조기 교육보다 인격 형성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이 엄마는 맏이에게 자연스럽게 남을 배려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서둘러 둘째를 낳았다.
이 밖에도 서너 시면 끝나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을 자신의 퇴근 시간까지 운동장에서 뛰놀게 하다 같이 귀가하는 초등교사 엄마, 영어유치원 교사임에도 아이는 일반유치원에 보낸 엄마도 있다. 이들의 교육적 지식과 교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녀 교육의 키워드는 ‘아이 우선’, ‘엄마 사랑’, ‘인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영어 교사 출신 엄마의 영어 교육법 =
매일, 재미있게 영어 들.려.주.기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 교사를 했던 최진우 씨(37). 교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를 바꿨지만 교사로서의 경험은 지금 아이를 키우는 데 소중한 공부가 됐다. 그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부분은 아이는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성격, 소질, 좋아하는 것 다 다른데 엄마들은 ‘공부’라는 한 가지 기준만 정해놓고 아이를 끼워 맞추려 하죠. 공부도 내 아이에 맞게 지도해야 하고, 좀 못 따라오더라도 공부 아닌 다른 것도 보려는 느긋한 마음가짐이 필요한데요.”
고등학교 교사로서 확인한 사실은 유아기엔 엄마의 역할이 크지만 청소년기가 되면 아이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목표, 동기 부여가 학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엄마는 당장 높은 점수를 내는 아이보다는 모든 일에 자신감 있고 목표가 뚜렷한 아이로 키우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성민이(7)와 수민이(5) 키우면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도 스스로 목표를 찾게 도와주는 것이다. 영어 교사 경력이 있으니 영어만큼은 확실하게 가르치겠다 싶지만 프로그램을 짜서 시간을 정해 가르치지는 않는다. 남보다 앞서 영어를 잘 하는 것보다 아이가 영어를 평생 함께해야 하는 친구쯤으로 인식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성민이는 영어보다는 수학이나 과학 놀이에 관심이 더 많다. 그럴 땐 이런 말도 한 번씩 덧붙인다. “로봇을 만든 과학자가 미국 사람이라면 성민이가 영어를 잘해야 그 사람과 이야기도 할 수 있겠다. 그렇지.”
엄마가 하라니까 무조건 해야 하는 영어가 아니라 내 관심 분야와도 영어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는 것이다.
엄마가 함께 하는 영어 학습은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이다. 재미있는 한글 동화 사이에 간단한 영어 동화책을 끼워 읽어주는 식이다. 처음엔 ‘영어공부 하자’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고 ‘또 영어하려고’하던 아이도 서서히 영어 동화도 다 같은 ‘재미있는 동화’라고 생각하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읽어주는 기술도 있다. 처음엔 영어로 한두 번씩 읽고 간단한 내용 해석과 함께 넘어간다. 그러다 아이가 관심을 갖고 물어보면 훨씬 자세히 단어와 문장을 해석해준다. 이런 식으로 반복해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면 어느새 아이가 문장을 통째로 외울 때도 있다. 그럴 때 엄마가 해줘야 하는 것은 흠뻑 칭찬해주는 것이다.
또 하나, “이 단어는 한국말로 뭐니” 하는 질문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유아기엔 알든 모르든 영어를 자주, 꾸준히 그저 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 몇 시간씩 집중적으로는 공부하기보다는 하루 10~20분씩이라도 매일 영어를 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또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아이가 지금 재미있어 하는 것을 더 많이 해줘도 무방하다.
◆음악 듣고 두드리며 감수성 키우기 =
음대에서 가야금을 전공하고 중학교 음악교사로 재직하다 현재 육아휴직중인 이경선 씨(33). 감수성이 가장 예민해지는 때인 중학생들과 생활하다보니 음악 교육과 자녀 교육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음악은 엄마가 잘 모르니까 사교육에 맡겨버리는 분야죠. 하지만 엄마도 같이 배우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음악적 감성이 곧 아이의 감수성이 되기 때문이죠.”
엄마가 음악을 즐겨들어야 아이도 그럴 수 있고, 그런 식으로 꾸준히 음악을 접한 아이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그렇지 않은 아이와 차이가 난다는 걸 교단에서 확인했다.
“특히 남학생은 성격과 정서에서 많은 차이가 보입니다. 음악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아이는 자제력이 떨어지거나 감성이 메말랐거든요. 항상 생활 속에서 즐거운 음악을 듣고 부르며 살았으면 해요.”
학원에서 음악이나 악기를 배우는 것도 의미 있다. 아이가 어느 하나라도 잘하면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갖고 적극성을 띠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평균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수준이나 흥미를 모두 맞출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잘하는 아이는 관심을 받고 기초가 안 되면 스스로 소외되기 일쑤다. 일례로 악보를 읽지 못하면 학교 음악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이럴 때 부모가 할 일은 내 아이가 어떤 면이 부족한가를 직시하고 도와주는 거예요. 굳이 학원에 가서 악보 보는 공부를 할 필요는 없어요. 엄마가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라면 학원의 도움을 받는 거죠. 엄마가 관심을 가져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인성을 위해서도 엄마의 관심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교육 현장에서 실감한다. 사춘기엔 많은 아이들이 흔들리고 삐끗할 수 있는데, 이때 어렸을 적부터 부모와 의사소통이 잘 되었던 아이는 해결책도 빨리 찾는다는 것을 많은 중학생들에게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취재 최유정 리포터
또래 친구와 잘 어울려야 … 억지로 시키는 공부는 금물
“그 엄마가 음악 전공했는데 벌써 안 가르쳐도 된다던데~”, “교사인 내 친구 얘기론…”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은 예체능을 전공한 엄마나 교사의 정보를 꽤 신뢰하는 편이다. 그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적용하는 교육 정보라면 틀릴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교사 출신 엄마는 교육을 전공하고 교단에서 다양한 경험까지 쌓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작 교사 출신 엄마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을까.
아이 하나인 가정이 많은 요즘, 30대 외동이의 엄마들은 대부분 자녀 교육에 관한 한 초보자다. 고학력 전문직 엄마들도 자녀 교육에선 막힐 때가 많다. 요즘 엄마들은 그럴 때면 인터넷 카페나 포털 사이트를 뒤져 같은 경험을 한 선배 엄마들의 경험에 귀 기울인다. 교육 컨설턴트나 아동상담가, 소아정신과 등 전문가를 찾는 엄마들도 많다.
소 아무개씨(35)도 요즘 초등학교 교사 친구와의 전화 통화가 부쩍 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신경 써야 할 것, 궁금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미술을 전공한 박소영 씨(35)는 문화센터 제2의 선생님이다. 24개월 아이와 강좌를 듣는 같은 입장의 수강생인데, 함께 참여한 다른 엄마들이 미술 지도에 관해 많이 질문해오기 때문이다.
‘미술을 전공한 어느 집 엄마는 이렇게 가르치더라’하면 무작정 따라해 보고 싶고 ‘엄마가 교사인데 애 학원 안 보낸대’ 하는 말에 ‘거봐!’ 하며 확신을 다질 정도다. 교육 관련 학문을 전공하거나 경험이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 엄마들에게 소중한 정보가 된다. 그들 말로는 ‘부지런한 엄마’가 ‘아는 엄마’보다 한 수 위라고 하지만, 실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보고 깨친 그들만의 경험은 교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엄마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교단에서 봤더니 =
유치원 미술 특기교사로 일했던 박인희 씨(28)는 교사라는 직업 대신 엄마를 택했다. 유치원 교사 시절, 가장 바람직해 보이던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NQ(Network Quotien:공존지수)가 높은 아이였다. 그런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의 사랑과 애정 표현을 충분히 받고 자라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들이다. 딸 재희(3)도 그렇게 키우고 싶었기에 그는 미련 없이 교사직을 그만 뒀다.
“제가 가르쳤던 아이 중에 학원과 과외를 9개나 하는 일곱 살짜리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는 항상 다음 수업을 걱정하고, 다른 수업에 늦을까봐 계속 시간을 물어보고, 힘들어서 엎드려 있는 경우가 많았죠. 당연히 진도도 늦고 의욕도 없어 자주 혼나기도 했고요.”
그 아이를 보면서 무조건 많은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딸 아이 미술 교육도 밀가루나 솜을 직접 만져보고 느끼게 하는 식의 창의적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전부다.
육아휴직 중인 초등학교 교사 문혜옥 씨(35)는 2년 동안 민준(4)이와 주은(2)이의 엄마로 살면서 아침마다 오늘의 계획을 세우고 학습 목표를 떠올리며 놀이 활동을 했다. 또 창의성은 칭찬에서 시작한다는 진리를 교단에서 익히 확인했던 바, 칭찬은 좀 오버다 싶을 만큼 아끼지 않았다.
요즘 초등학생 학부모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공부만 중시하면서 정작 그 책임은 학원에 떠넘기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점수를 하나도 중시하지 않는데 엄마들이 너무 민감해요. 학교를 사교육 경연장으로 여기거나 아이의 창의성이나 다른 재능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면 안타깝죠.”
조기 교육보다 인격 형성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이 엄마는 맏이에게 자연스럽게 남을 배려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서둘러 둘째를 낳았다.
이 밖에도 서너 시면 끝나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을 자신의 퇴근 시간까지 운동장에서 뛰놀게 하다 같이 귀가하는 초등교사 엄마, 영어유치원 교사임에도 아이는 일반유치원에 보낸 엄마도 있다. 이들의 교육적 지식과 교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녀 교육의 키워드는 ‘아이 우선’, ‘엄마 사랑’, ‘인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영어 교사 출신 엄마의 영어 교육법 =
매일, 재미있게 영어 들.려.주.기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 교사를 했던 최진우 씨(37). 교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를 바꿨지만 교사로서의 경험은 지금 아이를 키우는 데 소중한 공부가 됐다. 그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부분은 아이는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성격, 소질, 좋아하는 것 다 다른데 엄마들은 ‘공부’라는 한 가지 기준만 정해놓고 아이를 끼워 맞추려 하죠. 공부도 내 아이에 맞게 지도해야 하고, 좀 못 따라오더라도 공부 아닌 다른 것도 보려는 느긋한 마음가짐이 필요한데요.”
고등학교 교사로서 확인한 사실은 유아기엔 엄마의 역할이 크지만 청소년기가 되면 아이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목표, 동기 부여가 학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엄마는 당장 높은 점수를 내는 아이보다는 모든 일에 자신감 있고 목표가 뚜렷한 아이로 키우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성민이(7)와 수민이(5) 키우면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도 스스로 목표를 찾게 도와주는 것이다. 영어 교사 경력이 있으니 영어만큼은 확실하게 가르치겠다 싶지만 프로그램을 짜서 시간을 정해 가르치지는 않는다. 남보다 앞서 영어를 잘 하는 것보다 아이가 영어를 평생 함께해야 하는 친구쯤으로 인식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성민이는 영어보다는 수학이나 과학 놀이에 관심이 더 많다. 그럴 땐 이런 말도 한 번씩 덧붙인다. “로봇을 만든 과학자가 미국 사람이라면 성민이가 영어를 잘해야 그 사람과 이야기도 할 수 있겠다. 그렇지.”
엄마가 하라니까 무조건 해야 하는 영어가 아니라 내 관심 분야와도 영어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는 것이다.
엄마가 함께 하는 영어 학습은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이다. 재미있는 한글 동화 사이에 간단한 영어 동화책을 끼워 읽어주는 식이다. 처음엔 ‘영어공부 하자’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고 ‘또 영어하려고’하던 아이도 서서히 영어 동화도 다 같은 ‘재미있는 동화’라고 생각하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읽어주는 기술도 있다. 처음엔 영어로 한두 번씩 읽고 간단한 내용 해석과 함께 넘어간다. 그러다 아이가 관심을 갖고 물어보면 훨씬 자세히 단어와 문장을 해석해준다. 이런 식으로 반복해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면 어느새 아이가 문장을 통째로 외울 때도 있다. 그럴 때 엄마가 해줘야 하는 것은 흠뻑 칭찬해주는 것이다.
또 하나, “이 단어는 한국말로 뭐니” 하는 질문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유아기엔 알든 모르든 영어를 자주, 꾸준히 그저 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 몇 시간씩 집중적으로는 공부하기보다는 하루 10~20분씩이라도 매일 영어를 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또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아이가 지금 재미있어 하는 것을 더 많이 해줘도 무방하다.
◆음악 듣고 두드리며 감수성 키우기 =
음대에서 가야금을 전공하고 중학교 음악교사로 재직하다 현재 육아휴직중인 이경선 씨(33). 감수성이 가장 예민해지는 때인 중학생들과 생활하다보니 음악 교육과 자녀 교육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음악은 엄마가 잘 모르니까 사교육에 맡겨버리는 분야죠. 하지만 엄마도 같이 배우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음악적 감성이 곧 아이의 감수성이 되기 때문이죠.”
엄마가 음악을 즐겨들어야 아이도 그럴 수 있고, 그런 식으로 꾸준히 음악을 접한 아이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그렇지 않은 아이와 차이가 난다는 걸 교단에서 확인했다.
“특히 남학생은 성격과 정서에서 많은 차이가 보입니다. 음악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아이는 자제력이 떨어지거나 감성이 메말랐거든요. 항상 생활 속에서 즐거운 음악을 듣고 부르며 살았으면 해요.”
학원에서 음악이나 악기를 배우는 것도 의미 있다. 아이가 어느 하나라도 잘하면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갖고 적극성을 띠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평균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수준이나 흥미를 모두 맞출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잘하는 아이는 관심을 받고 기초가 안 되면 스스로 소외되기 일쑤다. 일례로 악보를 읽지 못하면 학교 음악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이럴 때 부모가 할 일은 내 아이가 어떤 면이 부족한가를 직시하고 도와주는 거예요. 굳이 학원에 가서 악보 보는 공부를 할 필요는 없어요. 엄마가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라면 학원의 도움을 받는 거죠. 엄마가 관심을 가져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인성을 위해서도 엄마의 관심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교육 현장에서 실감한다. 사춘기엔 많은 아이들이 흔들리고 삐끗할 수 있는데, 이때 어렸을 적부터 부모와 의사소통이 잘 되었던 아이는 해결책도 빨리 찾는다는 것을 많은 중학생들에게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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