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러브호텔 2곳 허가 취소키로…

2일 긴급대책회의 “공익이 우선” … “법적 다툼도 감수”

지역내일 2000-10-05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심한 진통을 겪던 속칭 러브호텔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 10월2일 부천시는 정식 건축허가를 받고 공사가 진행 중이던 중동신도시 숙박시설 2곳에 대한 허가취소 방침을 결정하고 이에 따른 법적다툼에도 적극 대비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10월2일 오후 2시30분 시청 제2상황실에서 긴급하게 열린 ‘포도마을 숙박시설 반대민원대책회의’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날 대책회의는 원혜영 시장 주재로 시청 관계공무원과 시의회 의장단, 지역국회의원, 시민단체 대표 등 10여 명이 참석해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으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배기선 국회의원(원미을)은 최근 국회차원의 법개정 움직임 등 러브호텔에 대한 중앙정부와 여당의 흐름을 소개했다.
배 의원은 “오늘(2일) 오전 러브호텔 문제와 관련이 많은 여당 국회의원들과 교육부, 건교부 차관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던 간담회에서 도시계획법 학교보건법 건축법 등의 개정논의가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러브호텔은 단순히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사이며 여야 의원들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향후 법개정을 통해 난립을 막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자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현재 중앙부처의 개선책 마련 움직임을 반기면서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공적가치에 무게를 싣는 것이 마땅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한 현재 흐름으로 볼 때 관련법 개정이나 제도개선을 통해 향후에는 사전차단이 가능 할 것이라는 데도 공감했다.
하지만 이미 허가가 나간 곳에 대한 처리 문제를 놓고는 설전을 거듭했다.
1시간 가까운 토론과정에서 시에서 매입 후 제3자 매각처리, 대토를 통한 승계, 그리고 공사중지처분이나 허가취소와 같은 행정처분 등이 폭넓게 검토됐다. 또한 허가취소 시 예상되는 법적다툼에서의 승산과 담당 공무원들의 피해 등도 거론됐다.
한 참석자는 “허가취소는 상대방(건축주)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거의 질 수밖에 없다”면서 “차라리 공사중지는 다툼의 소지는 있지만 담당공무원의 부담도 줄어주는 잇점이 있다”고 공사중지를 주장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어차피 법적다툼이 예상된다면 공사중지보다는 허가취소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여 결국 허가취소로 결론지었다.
이 자리에는 시 고문변호사 자격으로 참석한 이양원 변호사 자문도 함께 이뤄졌다.
이 변호사는 “행정처분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 뒤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지만 최근 생활권 주거권 일조권 등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을 감안할 때 이해당사자 뿐만 아니라 전체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원혜영 부천시장도 “여러 곳에 자문해 본 결과 이번 문제는 재산권과 환경권의 다툼이다”면서 “어렵긴 하지만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일종의‘기획소송’으로 해 볼 만한 법적다툼이 될 것”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허가취소 시 법적 근거가 약해 패소가능성이 높으므로 최대한 사회적 지지와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부천시의회는 오는 10월9일 임시회 때 지지성격을 지닌 권고결의안(가칭)을 채택하기로 잠정 합의했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광범위한 서명작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적가치’를 앞세운 부천시의 이번 결정은 비슷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고양 성남 전주 등 다른 지방자체단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처리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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