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수 민족일보 사장과 이회창 총재

혁명재판부에 차출, 판결문에 사인 남겨

지역내일 2001-02-16
1961년 12월 21일 오후 4시 6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울형무소(지금의 독립공원) 사형장에서는 한 젊은 언론인이 이슬로 사라졌다. “민족을 위해 할 일 못하고 가는 게 억울하다. 돈을 꾸어다 신문 만드는데 썼는데 갚아주지 못하고 가게 돼 억울하다”는 유언만 남긴 채. 이 젊은 언론인이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이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2001년 2월 15일, 조용수 사장은 여야 정치인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이름이 됐다. 국회 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 나선 자민련 송석찬 의원이 “<민족일보> 담당판사였던 이회창 총재가 언론자유를 거론할 자격이 있느냐”며 벌집을 쑤셨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발끈하고 나섰고, 민주당은 김현미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족일보> 사건을 다시 거론하고 나섰다.
<민족일보> 사건이란 5·16 쿠데타 직후 군부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1961년 2월 창간한 <민족일보>에 대해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의 반국가단체 고무·동조 혐의를 적용해 사장인 조용수에게 사형을 언도·집행한 사건이다.
당시 인천지법 판사였던 이회창 총재는 이 사건을 담당한 혁명재판소 심판관으로 차출돼다. 군사 쿠데타 직후의 ‘혁명재판’에 갓 임용된 초임이었던 이회창 판사가 이 재판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아니다.
《조용수 평전》(언론연맹·1995)을 지은 경향신문 원희복 기자는 “당시 쿠데타 세력들이 혁명재판소를 만들면서 각 지원에 판사를 할당해 차출지시를 내려보냈고,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나이가 어린 순서로 파견했다”며 “그렇게 파견된 판사들이 하는 일이란 법률자문이나 판결문을 쓰는 게 고작이었다”고 말했다.
<민족일보> 사건에 대한 수사는 중앙정보부가 담당했고, 판결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지침’을 정해 재판부에 내려보냈다. 그렇게 보면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도 <민족일보> 사건에서 자유로운 입장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이회창 판사가 <민족일보> 사건에서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정이 어떻했던 간에 조용수 사장의 사형을 판결한 판결문에 이회창 판사의 사인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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