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이 말했다.
“이제 장관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모 지역구 출신 다선 의원 부인은 사랑방 좌담회에서 이렇게 속내
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녀의 남편은 여당 중진 의원인데다 주요 당직도 맡은 바 있어 부러울 게 없다. 더구나 다음 선거
도 ‘떼놓은 당상(堂上)’ 지역이라, 7~8선까지 가면 국회의장도 바라볼 처지다. 사람들이 질
문을 했다.
“국회의원이 더 좋을텐데 왜 …”
“장관 한번 하고나면 평생 연금도 나오고…”
그날 아침 신문에는 한국부동산신탁(줄임말:한부신)의 부도로 엄청난 피해를 당하게 된 사람들의 농
성 기사가 실렸다. 게중엔 공장 잡일, 하수도 청소, 연탄 배달, 지하철 구걸 등 막일로 번 돈 1억
2천5백만원을 날린 장애인 부부의 애타는 사연도 있다. 60 전후인 이들은 ‘마지막 희망’이었
던 10평짜리 상가(성남시 야탑동 테마폴리스)에 입주하기 위해 전재산을 투자했다. 한부신이 공기
업이라는 것만을 믿고 ―. 그런데 공기업이 부도가 나버렸다. 그들은 울먹이며 말했다. “18년 동
안 막일을 하며 제대로 먹고 쓰지도 못하고 모은 전재산인데…”
2조 피해 한부신 부도에 발뺌하는 당국자들
한 공기업의 부도로 시공사 분양계약자 입주자 등 피해자는 2만여명, 피해액은 2조원에 이르
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역대 정권 때부터의 낙하산 인사, 그들에 의한 관리태만, 끊이지 않는 임직원
들의 뇌물 받아먹기가 부도의 원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직·간접으로 책임져야할 건설교통부 금융
감독위원회 기획예산처 한국감정원 등 ‘국민의 정부’ 당국자들은 서로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
다.
정치권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집권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이번 사태를 부실 공기
업 및 자회사에 대한 정비방안을 마련하고, 관련기관의 감독문제 등 공기업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
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수석부대변인은 “정부 보증을 앞세운 무리한
사업확장의 결과인 만큼 정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무대책이 상대책’이라는 식으로 손을 놓고 있
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논평을 냈다. 논평은 성명보다 한 급수 낮은 것이다. 그것 뿐이
다. 정부 여당은 5일 오후 갖기로 했던 당정협의도 각 부처의 이견만 표출할 뿐이라며 회의를 연기
했다.
정치인과 공무원- 국민의 세금을 받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자기 앞가림만 생
각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며, 노년에 연금 탈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권력의 맛을 한번 보
면 그 맛을 잊을 수도, 놓칠 수도 없을 것이다.
공무원 연금은 퇴직금을 비롯해 요양비·재해부조·사망조위·장해급여·유족급여 등 13종이나
되고 액수도 만만찮다. 그만한 대우는 그만큼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의미가 함축돼있는 것이다.
한때 이런 유머가 돈 적이 있다. 아니 지금도 유효할 것이다.
‘고급 공무원이나 장·차관에겐 손금이 없다. 그만한 지위와 감투를 얻기위해 얼마나 손바닥을 비
벼댔겠나?”
남아 있는 ‘오적’ 서둘러 숙정해야
‘…또 한 놈이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 들고 대갈일성,
쭉 째진 배암 혓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 셋째 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 한 손으로 노땡큐요 다
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없어, 책상 위엔 서류뭉치 책상 밑엔 지폐뭉
치’…
31년 전 ‘사상계’에 발표된 김지하의 담시 ‘오적(五賊)’이 떠오르는 현실이다. 오늘의 시
대상황에 흡사한 점이 너무 많다면 지나친 말일까. 이름 없이 소문 없이 묵묵히 일해온 청백리가 더
많고, 진실로 국민을 위해 일한 국회의원들이 더 많았기에 나라가 이 만큼이나마 발전해 온 것이리
라. 우리는 그러나 계속해서 남아 있는 ‘오적’들을 서둘러 쓸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지 않으
면 나라가 더 이상 강성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월 대보름 날이다. 우리 민족의 밝음사상이 반영된 큰 명절이다. 손바닥 적당하게 비비며 이렇게
기원하는 것은 어떠할까?
“일하지 않고 연금 타는 공무원 없게 하옵시고, 손금 없이 지위 얻는 놈 없게 하소서”
안병준/편집국장
“이제 장관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모 지역구 출신 다선 의원 부인은 사랑방 좌담회에서 이렇게 속내
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녀의 남편은 여당 중진 의원인데다 주요 당직도 맡은 바 있어 부러울 게 없다. 더구나 다음 선거
도 ‘떼놓은 당상(堂上)’ 지역이라, 7~8선까지 가면 국회의장도 바라볼 처지다. 사람들이 질
문을 했다.
“국회의원이 더 좋을텐데 왜 …”
“장관 한번 하고나면 평생 연금도 나오고…”
그날 아침 신문에는 한국부동산신탁(줄임말:한부신)의 부도로 엄청난 피해를 당하게 된 사람들의 농
성 기사가 실렸다. 게중엔 공장 잡일, 하수도 청소, 연탄 배달, 지하철 구걸 등 막일로 번 돈 1억
2천5백만원을 날린 장애인 부부의 애타는 사연도 있다. 60 전후인 이들은 ‘마지막 희망’이었
던 10평짜리 상가(성남시 야탑동 테마폴리스)에 입주하기 위해 전재산을 투자했다. 한부신이 공기
업이라는 것만을 믿고 ―. 그런데 공기업이 부도가 나버렸다. 그들은 울먹이며 말했다. “18년 동
안 막일을 하며 제대로 먹고 쓰지도 못하고 모은 전재산인데…”
2조 피해 한부신 부도에 발뺌하는 당국자들
한 공기업의 부도로 시공사 분양계약자 입주자 등 피해자는 2만여명, 피해액은 2조원에 이르
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역대 정권 때부터의 낙하산 인사, 그들에 의한 관리태만, 끊이지 않는 임직원
들의 뇌물 받아먹기가 부도의 원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직·간접으로 책임져야할 건설교통부 금융
감독위원회 기획예산처 한국감정원 등 ‘국민의 정부’ 당국자들은 서로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
다.
정치권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집권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이번 사태를 부실 공기
업 및 자회사에 대한 정비방안을 마련하고, 관련기관의 감독문제 등 공기업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
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수석부대변인은 “정부 보증을 앞세운 무리한
사업확장의 결과인 만큼 정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무대책이 상대책’이라는 식으로 손을 놓고 있
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논평을 냈다. 논평은 성명보다 한 급수 낮은 것이다. 그것 뿐이
다. 정부 여당은 5일 오후 갖기로 했던 당정협의도 각 부처의 이견만 표출할 뿐이라며 회의를 연기
했다.
정치인과 공무원- 국민의 세금을 받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자기 앞가림만 생
각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며, 노년에 연금 탈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권력의 맛을 한번 보
면 그 맛을 잊을 수도, 놓칠 수도 없을 것이다.
공무원 연금은 퇴직금을 비롯해 요양비·재해부조·사망조위·장해급여·유족급여 등 13종이나
되고 액수도 만만찮다. 그만한 대우는 그만큼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의미가 함축돼있는 것이다.
한때 이런 유머가 돈 적이 있다. 아니 지금도 유효할 것이다.
‘고급 공무원이나 장·차관에겐 손금이 없다. 그만한 지위와 감투를 얻기위해 얼마나 손바닥을 비
벼댔겠나?”
남아 있는 ‘오적’ 서둘러 숙정해야
‘…또 한 놈이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 들고 대갈일성,
쭉 째진 배암 혓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 셋째 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 한 손으로 노땡큐요 다
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없어, 책상 위엔 서류뭉치 책상 밑엔 지폐뭉
치’…
31년 전 ‘사상계’에 발표된 김지하의 담시 ‘오적(五賊)’이 떠오르는 현실이다. 오늘의 시
대상황에 흡사한 점이 너무 많다면 지나친 말일까. 이름 없이 소문 없이 묵묵히 일해온 청백리가 더
많고, 진실로 국민을 위해 일한 국회의원들이 더 많았기에 나라가 이 만큼이나마 발전해 온 것이리
라. 우리는 그러나 계속해서 남아 있는 ‘오적’들을 서둘러 쓸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지 않으
면 나라가 더 이상 강성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월 대보름 날이다. 우리 민족의 밝음사상이 반영된 큰 명절이다. 손바닥 적당하게 비비며 이렇게
기원하는 것은 어떠할까?
“일하지 않고 연금 타는 공무원 없게 하옵시고, 손금 없이 지위 얻는 놈 없게 하소서”
안병준/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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