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세계가 변하고 있다-상

유흥가서 번 돈으로 벤처사장 변신

지역내일 2001-02-04 (수정 2001-02-04 오후 11:00:53)
불로소득을 원천으로 하는 조폭 세계의 변화에 따라 검찰의 수사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조폭이 과거 주류도매와 유흥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벤
처사장 등 합법적인 명함을 들고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채시장을 장악하는 한편, 아파트 재건축과 상가분양 등의 이권을 통해 수십억원에서 수백
억원대의 재산을 모아 벤처나 기업으로 진출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강남에서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김 모(37)씨는 나이트클럽에서 활동했던 OB파 출신. 김씨가
운영하는 금융회사 간판은 합법이지만 자금사정이 어려운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사채놀이
를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30대인 김씨는 조폭세계에서 ‘형님’ 대우를 받는 대열에 끼었다.
조폭의 파벌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서울지검 강력부 관계자는 “최근에는 나이가 비슷한 또
래나 교도소 출신지에 따라 상호교류하고 전국적으로 네트워크화하는 사례가 늘고있다”며 “큰
이익이 아니면 서로 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조폭간의 이권다툼 등으로 칼부림 양상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권투선수출신인 ㅂ
씨는 “IMF시절 밥먹기도 힘들어 조직을 잠시 해체하기도 했으나 요즘에는 돈벌이가 된다”고
말해 호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당수는 벤처열풍이 불면서 거액의 자금
을 손에 거머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계로 진출하지 못한 조폭들 중 일부는 불교계에 입문하거나 목회를 하기도 하지
만 대부분은 신분을 위장하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술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지검 강력부(이준보 부장)는 2일 OB파 부두목 김 모(42)씨, 범 서방파 부두목 이 모(47)씨,
양은이파 부두목 오 모(49)씨 등 국내 국내 3대 폭력조직의 우두머리급 간부를 비롯한 조직
폭력배 9개파 20여명을 구속기소하고 문 모씨 등 7명을 전국에 수배했다.
검찰이 폭력조직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은 양은이파 등 우두머리급이 다음
달 잇따라 출소하는 등 조직재건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폭력조직의 자금고리를 끊겠다는 강
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지검 강력부 관계자는 “조폭의 자금원인 사채나 유흥업소 탈
세를 원천적으로 막고 불로소득으로 확보한 자금을 몰수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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