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제일 부자구에서 ‘삶의 질’ 높은 도시로

지역내일 2006-07-11
강남구
전국 제일 부자구에서 ‘삶의 질’ 높은 도시로
문화·예술·환경 경쟁력 높여 서울 대표하는 ‘매력 도시’로
재산세·거래세 완화 노력 … 여성 사회활동 지원 모범 보일 터

“서울의 얼굴에 걸맞는 여건을 갖춰야 합니다. 문화·예술·환경 등 주민생활여건이 싱가포르나 홍콩, 뉴욕과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도시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구청장을 맞아들인 민선4기 강남구가 서울 대표도시에 걸맞는 변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부자들 많이 사는 지역’에서 ‘삶의 질 높은 도시’로 변하는 업그레이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맹정주(59) 구청장은 “서울이 국제금융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기업들을 유인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기능을 갖춘 중심지가 서울에 있어야 한다”며 “강남이 서울의 홍보대사가 돼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는 첨병이 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기질 개선 노력에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선4기 강남구는 도시환경도 국제도시에 걸맞게 바꿔나간다. 플라타너스 중심이던 도심 가로수도 고급수종으로 교체하고, 무분별하게 늘어선 간판도 ‘강남답게’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주·정차와 교통시스템을 개선해 도심 대부분을 ‘걷고 싶은 거리’ 못지않게 만들 비전을 제시한다. 이면도로의 신호체계를 개편하고 교통표지 등을 보완해 간선도로에 집중된 교통량을 이면도로로 분산시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른바 ‘프로’ 중심의 보는 문화·예술을 주민이 참여해 즐길 수 있도록 소규모 전시장과 공연장을 많이 만들 생각이다. 구청 조직에서도 문화예술을 전담하는 부서를 육성할 계획이다. 맹 구청장은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는 강남의 매력지수를 높이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재산세 등 세금 인하노력 주도 =
강남구는 특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재건축 사업을 앞당기는데 힘을 모을 방침이다. 맹 구청장은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경쟁원리를 무시하고, 강남의 주거수준을 하향평준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후 “서울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강남지역의 재건축을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압구정지구를 포함해 청담지구, 개포택지개발지구 등 총 36개 단지 3만 4000여 세대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인하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를 6억원에서 9억 수준으로 환원시키고, 재산세 뿐만 아니라 거래세도 대폭 낮춰 부동산 거래를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현재 강남구의 전체 15만 가구 중 4만5000가구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맹 구청장은 “강남의 탄력세율 50%를 두고 말이 많은데 적어도 기준시가 상승률이 너무 높아 주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강남구는 주민입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나누는 도시 실천 =
민선4기 강남구는 ‘그들만의 세상’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반(反) 강남’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함께 나누는 도시’를 만들어 간다. 4만여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센터 등록 봉사자들의 활발한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자원봉사를 주민들의 일상생활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또 강남에 정착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전국에 무상으로 보급하는 한편, 독거 노인과 소년ㆍ소녀 가장,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공전의 희트작인 ‘강남 수능방송’의 수혜범위를 지금보다 훨씬 늘려나간다. 교육여건이 열악한 전국 곳곳에 정상급 교육프로그램을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장애인들의 도심활동을 제한하는 ‘턱’의 실태를 파악해 없애기로 했다.
여성들이 육아부담에서 벗어나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일제 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올해 가을부터 시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정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맹 구청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발전의 척도는 여성의 사회활동 여부에 달려 있다”며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아이의 끼니와 놀이를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모범을 강남이 만들어 보이겠다”고 말했다.
또 국내 최고수준의 교육 여건을 활용해 평생교육 체제를 정비할 예정이다. 일자리를 얻는데 도움이 되는 직업훈련부터 유능한 리더를 키우는 교육을 전 구민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외국어, 취미강좌는 물론 철학, 리더십 강좌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명환·김진명 기자 mhan@naeil.com

인터뷰 - 맹정주 구청장
“공무원이 변하면 구정이 달라진다”
취임 후 대대적 혁신인사, ‘창의적 공무원’ 강조

서울시 25개 구청장 가운데 최다득표로 당선된 맹정주(59·사진) 구청장은 취임과 함께 과·동장급 공무원 38명을 전보발령하고, 5~7급 공무원 32명에 대한 대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전임 구청장이 3선 연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번 인사는 민선 지자체 들어 최대규모로 실시된 것이다. 맹 청장은 ‘분위기 쇄신과 창의적 공무원상에 대한 강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직자들의 능력이 향상되면서 2~3년만 지나면 업무파악은 물론 전반적인 흐름을 다 꿰고 있다”며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자칫 타성에 젖어 본연의 역할을 잊기도 쉽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그는 동장은 2년 이상, 과장은 1년 이상을 전보 대상으로 했다. 여기에 32명을 승진시켜 공무원 조직의 사기도 진작시켰다.
앞으로 문화예술과 지역경제, 홍보파트에 대한 조직을 재조정해 민선4기 행정의 집중도를 높일 복안도 마련했다. 그는 “공무원이 창의적으로 활동하면 구정 자체가 생동감있고 활력있게 변할 수 있다”며 “능력과 활동에 따른 평가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다시 불거진 서울시 세목교환, 공동세 도입 등 세제와 관련해 그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자동차 관련 주행세와 담배세 등 시세를 대표적 구세인 재산세와 교환하는 ‘세목교환’은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자치구 재산세 중 일부를 공동으로 나누는 방안 역시 효율성 면에서 떨어진다고 분석하고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통 경제관료의 길을 걸어 온 그가 내놓을 대안에 관심이 쏠린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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