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고려산업개발 부도, 제목 : 입주예정자·협력업체 피해 우려

무리한 사업확장이 원인, 부동산업계에 타격

지역내일 2001-03-04


국내 건설업체 도급순위 28위의 중견업체인 고려산업개발이 지난 2일 최종부도 처리됨으로
써 지난 1월 한국부동산신탁의 부도 및 동아건설 청산의견제출 등으로 가뜩이나 얼어붙어
있는 건설업계에 또 한차례 찬바람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또 이 회사가 짓고 있는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불가피하게 입주가 지연되거나 중도금 손실
을 감수해야 하고 하도급업체들은 공사대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는 등 연쇄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원인 = 부동산 경기침체와 무리한 사업확장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토목, 건축이 주력인 고려산업개발은 98년 8월 건설업과는 연관성이 적은 현대알루미늄공업
(주) 및 (주)신대한을, 같은해 12월에는 현대리바트(주)를 인수했다.
당시 현대알루미늄과 현대리바트는 엄청난 적자로 현대그룹 차원에서 정리대상으로 분류됐
는데 이 짐을 고려산업개발이 지게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고려산업개발은 4000억원 가량의 부채를 떠안았으며 사업분야도 건설사업, 레미
콘사업에서 알루미늄사업, 전선사업, 유화사업 등으로 원칙없이 확대됐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99년부터 본격화된 국내 부동산경기침체와 작년초 사
회문제화된 용인지역 난개발이 고려산업개발의 발목을 잡았다.
고려산업개발의 용인지역 아파트 물량은 성북리 1632가구, 상현리 1687가구, 신봉리 1626가
구 등으로 이 물량의 상당수가 묶였으며 이때부터 분양금 회수가 제대로 안돼 유동성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게 고려산업개발의 설명이다.
또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생기면서 고려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이 급
락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98년 한때 국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AA 등급을 받기도 했던 고려산업개발의
회사채 등급은 작년에 현대건설과 함께 BBB등급으로 하락했으며, 올해에는 BB+등급으로
한단계 더 떨어졌다.
이 와중에 은행들은 지난해 고려산업개발로부터 1500억원의 채권을 회수했으며 이로 인해
고려산업개발은 작년 10월부터 매달 유동성위기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 파장 = 고려산업개발의 경우 분양보증 대상이 아닌 상가나 임대아파트가 많지 않아 서
민들이 분양금이나 중도금을 고스란히 떼일 위험은 지난번 한부신 사태 때보다는 덜할 것으
로 업계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고려산업개발이 현재 공사를 진행중인 아파트 현장은 전국적으로 26곳이다.
경기 광주 신현리 1차나 신영통 현대타운 3차의 경우 아파트 분양은 100% 완료된 상태지만
공정률은 이제 겨우 45∼60% 수준이어서 이곳 입주예정자들은 입주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건축조합아파트 가운데 조합원분으로 남겨진 경기 의왕 오전동 1614가구중 1174가구와
부평 산곡동 재건축아파트 199가구 중 78가구 등 1400여가구는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분양
보증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중도금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밖에 고려산업개발이 진행하고 있는 공사장은 토목이 12곳, 알루미늄사업이 3곳 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려산업개발의 협력업체는 대략 1000여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교통부는 고려산업개발의 부도로 인한 하도급업체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사업장 현황
조사를 진행중인데 건교부가 발주한 공사를 고려산업개발이 시공하고 있는 경우 이 사업장
의 하도급업체에 대해 공사대금을 하도급업체에 직접 지급하고 아울러 협력업체에 대한 보
증 및 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곳들을 제외한 사업장의 협력업체들은 불가피하게 공사대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최
악의 경우 고스란히 떼일 상황에 놓여 있어 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밖에 고려산업개발이 금융권으로부터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포함, 대략 6000여억원의 부채
를 안고 있어 이 자금이 꼼짝없이 묶이게 되고 기존주주들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등 관
계자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한편 이번 고려산업개발의 최종부도는 이달부터 본격가동된 상시퇴출시스템에 의한 최초의
부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관계자는“경제장관 합동기자회견에서도 밝힌 것처럼 기업의
경우 상시퇴출기준에 해당되면 시장원리에 따른 처리원칙을 고수하기로 한 것이 이번에 그
대로 적용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많은 건설사들 부도가 이어
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고려산업개발은 76년 4월 고려항만개발주식회사로 설립돼, 토목, 건축사업에 주력해 오다
85년 3월 고려산업개발(주)로 회사이름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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