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떠도는 단기성 자금 규모가 아직도 2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초 랠리의 배경엔 이 같은 뭉칫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었고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그러나 실제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저축성 예금 200조원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강한 상승이나 급락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도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확인한 후 투자를 하겠다는 게 시장참여자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물론 증시에선 옆걸음 치는 지수와는 상관없이 개별종목들이 꾸준히 시세를 내고 있다. 일부종목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나들었던 지난 99년말과 2000년 초때 만큼 주가가 올랐다. 미국증시에 흔들리는 외국인과 매수여력이 취약한 기관들의 틈바구니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그나마 수익률 만회를 위해 몸부림을 치는 형국이다.
신한증권은 최근 여러 변수들이 있지만 추가 상승하는데 가장 큰 역할이 기대되는 저축성예금 200조원, 다시 말해 뭉칫돈들이 언제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는 보고서를 내 주목된다.
신한증권은 결론적으로 유동성장세보다 경기회복 조짐이 엿보일 때 저축성 예금이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과거 통계와 경험들을 고려할 때 저축성 예금이 1% 줄어들 경우 종합주가지수는 1.90%나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금시장이 변하고 있다=IMF구제금융 신청이후 안정성을 선호하는 자금들이 은행 정기예금 등 저축성예금으로 급속히 몰려들었다. 지난 97년말 이후 저축성예금은 통틀어 2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다 지난해말 정부가 자금시장에 깊숙히 개입하면서 인위적인 초저금리 시대를 맞았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에 콜금리 인하 그리고 국고채 시장의 과열로 시중 실세금리는 사실상 4%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초저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고 저축성예금에 몰린 자금들이 더 이상 낮은 금리에 만족을 못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자금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위험 상황에서는 자금이 단기 부동화 현상이 더욱 강해지면서 은행등 1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 경기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안정성이 기대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단기에서 장기로 자금이 전환되고 주식시장으로 일부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경기는 좋지 않은 상황인 점이 뭉칫돈의 증시유입을 막고 있다. 다만 정부의 강력한 증시부양의지로 유동성장세 성격을 띄며 증시가 여전히 상승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시간과의 싸움이다=이달초 단행된 콜금리 인하와 공적자금 투입 등 금리와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미국시장 역시 금리와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때 기대하던 경기연착륙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경우 현재의 저금리에 만족 못하고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려 있던 단기부동 자금은 물론 은행권 저축성 예금 역시 안정성 및 수익성을 좇아 움직일 것으로 점쳐진다. 장기 수익증권이나 증시로 이들 단기자금들이 흘러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다. 자금이 단기에서 장기 투자대상으로 움직이고 결국에 증시로까지 흘러들어 오기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올 3분기 이후에나 금리 인하효과가 국내 경기에 반영돼 유동성장세에서 금융장세로 변환될 것으로 점쳐진다.
◇저축성예금과 지수는 반비례=과거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저축성예금의 만기는 주로 4월 11월 12월에 집중적으로 만기가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저축성예금 만기시점 이후 증시로의자금 유입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저축성 예금은 종합주가지수와는 반비례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성예금이 1% 줄면 반대로 종합주가 지수는 평균적으로 1.90%정도 오른다. 저축성예금의 성격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좇는 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같은 유동성장세 초기 시점 보다는 가시적인 경기회복조짐이 보일 때 이들 저축성예금은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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