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 '문이재'의 김종순 원장<373호/문화>

'열심히 사는 여성이 아름답다'

지역내일 2001-02-26
오전내 조용하던 글방 '문이재'(덕양구 화정동)가 오후 1시가 넘어서부터 활기가 넘친다.

책을 읽고도 무엇을 쓸까 자신없어 주저하던 아이도 김종순 원장의 격려에 자신감을 얻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낸다. 아이들의 글에 모범답안은 없다. '너다운 생각이야.

참 재미있는 생각을 다 했구나'라는 김 원장의 한 마디로 아이들의 창의력은 쑥쑥 커나간다.
김종순씨는 덕성여대와 한성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박사과정중에 있다.

1984년 '예술계'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학평론가로 데뷔, 학창시절엔 학보사 기자, 졸업 후에는 연세의료원 소식지 '의료원소식' 금성사 사보, LG 사보기자 등을 거쳤다.

어느 단계에 올라선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이 글을 쓰는 일이 그의 전공이고 생활이었지만 지금 아이들을 지도하는 자리에 있으리라고는 그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

결혼과 함께 아이가 생기면서 육아문제로 일을 접어두고 있었던 때 어린 아들을 위해 같이 책을 읽어주고 이왕이면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일이 주변의 호응을 얻으면서부터.

닫혀 있는 아이들의 마음속을 털어놓을 수 밖에 없는 그만의 독특한 수업방식은 그야말로 학부모의 입소문만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밀려들었다.

이렇게 시작한 일에 차츰 독서를 통한 창의력 사고력 증진과 글쓰기지도의 필요성을 느끼고 국립중앙도서관, 신세계 문화센터 등의 사회교육기관에서 학부모 및 독서지도교사를 위한 특강을 하는 한편 글방 '문이재'와 '창의적 책읽기, 글쓰기 연구회'를 개설하여 틈틈이 아이들을 지도하는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다.

'글의 집'이란 뜻의 '문이재'는 현대문학을 전공한 그가 고전문학의 아름다움에 빠져 석사논문은 '허난설헌의 페미니즘'을 준비하면서 인연을 맺은 지도교수가 제안한 것. "모든 문은 글로 통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의미만큼 김종순씨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아이들은 논리적 사고의 능력이 키워지면서 바른 생활관과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고 믿는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실력보다는 창의력, 보다 융통성 있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요구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 '심심하면 책읽기' '책 읽는 것은 노는 것'이란 엄마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져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독서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책 속의 주인공이 모두 옳다는 논리보다는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적극적 대안제시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것, 적당한 비판능력도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들 글쓰기지도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앞으로 이혼을 앞두고 소송중에 있거나 합의중인 상태에 있는 여성, 매맞는 여성들이 피신을 하려고 해도 갈 곳이 없어 결국 집에서 더욱 문제를 확대시킬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을 위한 수용시설을 꼭 마련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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