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오락중심에서 ‘사색과 쉼’의 공간으로
최초 민·관 공동운영, 수요자 중심 운영 정착
오는 18일 개장 1주년을 맞는 서울숲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숲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대규모 도시숲을 만든다는 계획에 따라 2004년 6월 성동구 뚝섬체육공원 일대 35만평 위에 조성했다. 2500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갔다.
조성 당시부터 친환경적 요소를 강조해 공원 전체에 걸쳐 지름 30~40㎝에 높이 20m의 나무 104종 42만 그루를 옮겨 심는 작업을 펼쳤다.
또 공원을 5개 주제에 따라 문화예술공원, 생태숲,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 등 각각의 특징에 맞게 개발했다.
◆ 생명이 살아 있는 ‘쉼’의 공간 =
무엇보다 개장 1년만에 숲의 생명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조사에 따르면 서울숲에는 천연기념물 323호 ‘새매’를 비롯해 모두 488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류 8종, 조류 31종, 곤충류 95종, 식물류 335종 등이 조사에서 나타났다. 특히 들쥐나 작은 새, 곤충 등을 잡아먹는 맹금류인 새매의 서식은 서울숲의 먹이사슬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바람과 새의 활동으로 당초 215종을 심었는데 조사에서 한련초, 여뀌바늘, 파대가리 등이 새로 발견돼 총 335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관계자는 “조성 1년만에 생태계가 다양화하고 있어 자연의 역동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며 “다양한 곤충의 출현, 식물종의 다양화는 서울숲의 생태계를 풍부하고 안정적으로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그린그러스트 관계자는 “공원 본래 기능에 충실한 조성과 운영이 생태계 복원에 도움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 단체 이강오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대규모 공원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놀이기구 등 오락시설 건립에 열을 올려 공원이라기보다는 놀이동산의 특성이 강했다”면서 “서울숲은 공원 본래 기능인 사색과 쉼터, 생명의 공간을 찾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숲은 기존 공원의 시설 및 오락중심 공간을 녹색공간과 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 놓았고, 곳곳에 사색의 벤치 등 독특한 공간을 배치했다.
◆행정·시민사회 유기적 네트워크 =
무엇보다 서울숲은 수요자 중심의 공원이라는 점에서 더 빛이 난다. 시설을 조성해 놓고 이용자를 맞는 소극적인 관리에서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공원가치를 키웠다는 평가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숲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열어온 점 등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노력 덕분으로 서울숲은 시민이 참여해 ‘지키고, 키우는’ 참여의 공간으로 성장했다.
서울숲은 조성 당시부터 시민의 힘이 더해졌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숲조성을 위한 기금모금에 나서 50억원을 모금했고, 공원운영을 위한 기금으로 5억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후원에 참가한 기업명의 벤치를 숲 곳곳에 세우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생태교육에 한정됐던 공원 자원봉사의 영역을 정원가꾸기, 공익캠페인, 방문자안내, 프로그램 운영 등 공원운영 전분야로 확장했다. 또 선진국의 워킹할러데이 프로그램을 적용해 기업의 참여를 끌어냈다. 쓰레기·꽁초줍기나 자연정화 방식의 자원봉사 대신 월별, 계절별로 공원가꾸기 자원활동에 나서 참여자들 스스로 만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공원 이용자의 만족도 또한 가장 높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서울그린크러스트 이강오 국장은 “서울숲은 시간과 끼를 가진 분은 자원봉사, 서울숲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분은 회원, 사회공헌을 위한 분은 기금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가 최초로 도입한 민·관 공동운영 시스템 효과로 분석하기도 한다. 서울숲은 숲 조성과 관리 등은 조직력과 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는 서울시가 맡고, 프로그램 운영은 전문성을 지닌 시민단체가 맡는 네트워크로 운영한다.
이강오 국장은 “보통 공원을 조성해 놓고 ‘어떻게 관리할까’에 치중하는데, 서울숲은 ‘시민들은 뭘 원할까’를 고민하고 프로그램에 반영했다”며 “공원운영에 시민이 참여하면서 수요자 중심의 공원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숲 운영기관의 이러한 시도는 적중했다. 오락 대신 사색과 쉼터를 찾는 시민들의 욕구와 절묘하게 결합됐다는 평가다. 성동구청 문화공보과 임재홍씨는 “성동구 주민들은 좋은 공원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그 어느 지역보다 높다”며 “좋은 공원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숲 개원 1주년을 맞아 올해 서울숲의 모토를 ‘책 읽는 공원, 서울숲’으로 정하고 오는 17일 서울숲 안에 ‘숲 속 작은 도서관’을 개관한다.
도서관은 탐방객 안내소 앞의 옛 자원봉사센터 건물을 개조한 10여평 공간에 마련되며, 기업체 등에서 기증받은 환경 관련 서적 3000여권이 비치돼 서울숲을 찾은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도서관 개관식 때는 ‘북(book) 벼룩시장’도 열려 자신이 읽은 좋은 책을 가져와 판매하거나 교환할 수 있다. 또 책을 수레에 싣고 다니며 독서를 권하는 ‘책수레 퍼레이드’, 동화음악 콘서트와 함께 ‘환’, ‘똥의 힘’ 등 단편 환경영화를 상영하는 서울숲 환경영화제도 진행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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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민·관 공동운영, 수요자 중심 운영 정착
오는 18일 개장 1주년을 맞는 서울숲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숲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대규모 도시숲을 만든다는 계획에 따라 2004년 6월 성동구 뚝섬체육공원 일대 35만평 위에 조성했다. 2500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갔다.
조성 당시부터 친환경적 요소를 강조해 공원 전체에 걸쳐 지름 30~40㎝에 높이 20m의 나무 104종 42만 그루를 옮겨 심는 작업을 펼쳤다.
또 공원을 5개 주제에 따라 문화예술공원, 생태숲,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 등 각각의 특징에 맞게 개발했다.
◆ 생명이 살아 있는 ‘쉼’의 공간 =
무엇보다 개장 1년만에 숲의 생명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조사에 따르면 서울숲에는 천연기념물 323호 ‘새매’를 비롯해 모두 488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류 8종, 조류 31종, 곤충류 95종, 식물류 335종 등이 조사에서 나타났다. 특히 들쥐나 작은 새, 곤충 등을 잡아먹는 맹금류인 새매의 서식은 서울숲의 먹이사슬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바람과 새의 활동으로 당초 215종을 심었는데 조사에서 한련초, 여뀌바늘, 파대가리 등이 새로 발견돼 총 335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관계자는 “조성 1년만에 생태계가 다양화하고 있어 자연의 역동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며 “다양한 곤충의 출현, 식물종의 다양화는 서울숲의 생태계를 풍부하고 안정적으로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그린그러스트 관계자는 “공원 본래 기능에 충실한 조성과 운영이 생태계 복원에 도움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 단체 이강오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대규모 공원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놀이기구 등 오락시설 건립에 열을 올려 공원이라기보다는 놀이동산의 특성이 강했다”면서 “서울숲은 공원 본래 기능인 사색과 쉼터, 생명의 공간을 찾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숲은 기존 공원의 시설 및 오락중심 공간을 녹색공간과 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 놓았고, 곳곳에 사색의 벤치 등 독특한 공간을 배치했다.
◆행정·시민사회 유기적 네트워크 =
무엇보다 서울숲은 수요자 중심의 공원이라는 점에서 더 빛이 난다. 시설을 조성해 놓고 이용자를 맞는 소극적인 관리에서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공원가치를 키웠다는 평가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숲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열어온 점 등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노력 덕분으로 서울숲은 시민이 참여해 ‘지키고, 키우는’ 참여의 공간으로 성장했다.
서울숲은 조성 당시부터 시민의 힘이 더해졌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숲조성을 위한 기금모금에 나서 50억원을 모금했고, 공원운영을 위한 기금으로 5억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후원에 참가한 기업명의 벤치를 숲 곳곳에 세우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생태교육에 한정됐던 공원 자원봉사의 영역을 정원가꾸기, 공익캠페인, 방문자안내, 프로그램 운영 등 공원운영 전분야로 확장했다. 또 선진국의 워킹할러데이 프로그램을 적용해 기업의 참여를 끌어냈다. 쓰레기·꽁초줍기나 자연정화 방식의 자원봉사 대신 월별, 계절별로 공원가꾸기 자원활동에 나서 참여자들 스스로 만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공원 이용자의 만족도 또한 가장 높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서울그린크러스트 이강오 국장은 “서울숲은 시간과 끼를 가진 분은 자원봉사, 서울숲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분은 회원, 사회공헌을 위한 분은 기금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가 최초로 도입한 민·관 공동운영 시스템 효과로 분석하기도 한다. 서울숲은 숲 조성과 관리 등은 조직력과 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는 서울시가 맡고, 프로그램 운영은 전문성을 지닌 시민단체가 맡는 네트워크로 운영한다.
이강오 국장은 “보통 공원을 조성해 놓고 ‘어떻게 관리할까’에 치중하는데, 서울숲은 ‘시민들은 뭘 원할까’를 고민하고 프로그램에 반영했다”며 “공원운영에 시민이 참여하면서 수요자 중심의 공원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숲 운영기관의 이러한 시도는 적중했다. 오락 대신 사색과 쉼터를 찾는 시민들의 욕구와 절묘하게 결합됐다는 평가다. 성동구청 문화공보과 임재홍씨는 “성동구 주민들은 좋은 공원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그 어느 지역보다 높다”며 “좋은 공원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숲 개원 1주년을 맞아 올해 서울숲의 모토를 ‘책 읽는 공원, 서울숲’으로 정하고 오는 17일 서울숲 안에 ‘숲 속 작은 도서관’을 개관한다.
도서관은 탐방객 안내소 앞의 옛 자원봉사센터 건물을 개조한 10여평 공간에 마련되며, 기업체 등에서 기증받은 환경 관련 서적 3000여권이 비치돼 서울숲을 찾은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도서관 개관식 때는 ‘북(book) 벼룩시장’도 열려 자신이 읽은 좋은 책을 가져와 판매하거나 교환할 수 있다. 또 책을 수레에 싣고 다니며 독서를 권하는 ‘책수레 퍼레이드’, 동화음악 콘서트와 함께 ‘환’, ‘똥의 힘’ 등 단편 환경영화를 상영하는 서울숲 환경영화제도 진행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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