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 양성성 본격 전파 … ‘서서 오줌누는 여자, 치마입는 남자’ 출간
1990년대 들어 보수주의자들 역시 동성애를 불가피한 사회현상으로 여기기 시작하였다. 바른 교육을 생각하는 인문학자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을 강요하는 대신 양성성(androgyny)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소위 386세대의 성장 이후 한국에서도 많은 지성인들이 자녀를 이런 방식으로 키우기를 원하게 되었다.
소비산업과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발전할수록 남성이 여성적이고 여성이 남성적인 이미지를 갖는 차용과 혼용이 중요한 대중문화 현상이 된다. 이러한 유희 속에 중성적 이미지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각광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단순히 매력적인 캐릭터의 외형적 요소를 넘어, 자신 속의 이성을 발견하여 생활 속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기성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효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일 속에서 양성적 존재의 건강성을 화두로 살아가는 앞선 현대인이다.
‘백마 탄 왕자의 멸종’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은 여성의 사회적 약진을 강조하고 남성이 밀리는 현상을 ‘백마 탄 왕자의 멸종’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정부효는 ‘정보화 시대의 성공 키워드는 양성성’이라고 주장하는 국가공무원이다.
현재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의 서기관인 그는 피할 수 없는 ‘성의 세대교체 바람’을 파고들면서 ‘피메일리즘(femalism)’ 신봉자가 되었다. 여성운동은 남녀동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즘(feminism)’에서 양성간의 생리적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에 알맞는 역할을 요구하는 피메일리즘으로 가는 추세를 읽었기 때문이다.
정부효는 교육을 통해 양성평등에 대한 구호를 학습했지만 머릿속에서만 떠돌았지 실천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첫 딸을 얻으면서 아이가 겪어낼 현실의 벽이 보였다.
정부효를 오늘 이 지경으로 만든 원동력은 그가 공무원 생활 16년 만에 맡은 직책이었다.
2000년 2월에 행정자치부 여성정책담당관실에 발령이 나 1년9개월 동안 근무했는데, 담당한 업무는 40년 간 가부장 문화에 절어 있던 그의 생각에 ‘쿠드그라스’ 즉 자비로운 최후 일격을 가했다. 그의 생각은 뒤바뀌어 버렸다.
“남자와 여자를 섞으면 어떨까?” 이제 정부효는 이 테마에 매달리게 된다. 그가 상식을 뒤집는 제목을 붙인 책 ‘서서 오줌 누는 여자, 치마 입는 남자’는 위의 물음에 대한 해답이다. 그는 여성 모임에 나갔다가 외톨이가 된 예를 통해 양성 함께 하기를 강조한다. 경험담은 이렇다.
몇 년 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여성단체가 주최한 모 여성장관의 취임축하행사가 있었다. 당시 나는 여성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부처를 대표해서 외교사절(?)로 참석하면 여성계의 이슈와 동향을 알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어 참석하게 되었다.
자칫 대화상대를 못 찾을 경우 코너에 몰릴 수 있으므로 어색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상황에 민감하게 대처하기로 내부 작전을 세웠다.
도착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겨우 서너 명. 조금 지나니 남성들은 “오늘 행사는 남자가 올 곳이 아니야”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유쾌하게 환담하는 여성들 사이로 ‘핫바지 방귀 새듯’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이미 각오하고 참석한 것인 만큼 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시험해 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남성들은 점점 외톨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위 모든 여성들은 둘러서서 연방 웃음을 터뜨리며 유쾌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적군들에 둘러싸인 것처럼 적막감이 감도는 것이 내 주위 상황이었다.
밑천도 다 떨어지고 무료하게 서성이고 있는데 옆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정 사무관하고 나하고 두 명뿐이네요.” 어정쩡하게 서있는 내 모습이 불편하던 차에 말을 걸어주는 분이 있으니 정말 반가웠다.
그 날 주빈부처의 남성 차관님이었다. 몇 마디가 오가 가고 그것도 잠깐, 주변은 또 다시 적막감에 휩싸였다. 나도 한계 상황이라는 판단아래 당초의 각오를 무시하고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여성행사라 하지만 하객으로 참석한 몇 안 되는 연약한 남성(?)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 준다면 더 많은 남성인사들이 여성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남성을 끌어당기는 여성운동, 나아가 남성들이 여권운동단체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양성성의 행사야말로 편향되지 않고 윈윈하는 바람직한 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효가 보기에 남성성을 많이 보유한 남성은 분명히 사회적 역할에서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
영화나 광고의 예를 보면 ‘남성을 밟아야만 성공한다’고 할 정도로 내·외면 묘사에서 남성은 약한 모습으로 설정된다. 따라서 성별에 관계없이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남성성과 여성성 즉 양성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 하는 것과 상통한다고 본다. 양성성을 즐기는 길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외친다. 분명히 양성성은 피할 수 없는 물결이요, 미래를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자 지향점이라면 더욱 분명해진다. 양성적인 인간은 과거의 전통적인 성 역할을 고집하는 사람보다 성취동기, 자아실현, 자존심, 결혼만족도가 높다.
최근 미국 예일대학 연구팀은 부부관계의 유형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공처가형의 남편은 수명이 가장 짧고, 부인이 남편에게 의존하는 전통적 부부관계에서의 남성은 가장 장수하며, 성격이 서로 강해 독립적인 부부는 서로 의존하는 부부에 비해 수명이 짧다.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나의 양성 쌍둥이 관찰기
그는 양성성을 파고들기 위해 자기의 이란성 쌍둥이 남매를 관찰하는 열성분자이다. 생물학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이 어떻게 생기고 변화하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다음은 쌍둥이 관찰기의 첫 대목.
나는 우유병을 줄 때는 으레 쌍둥이 딸을 먼저 챙긴다. 쌍둥이라도 딸애가 더 성장이 빨라 선택권을 먼저 주지 않으면 울고불고 야단나기 때문이다. 어떤 색 우유병을 집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니 딸애는 푸른색 우유병을 선택했다.
아동심리학에 의하면 아이들은 자신의 성 역할을 부모를 비롯한 성인들의 행동을 통해 배우며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 학습하게 된다. 아이들의 성 역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소산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물론 한 가지로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판단할 수 없겠지만 쌍둥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와 학습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우선 나부터 여자니까 남자니까 하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이들이 양성성을 받아들이고 폭넓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
과학자들은 말썽 피우는 아들과 사려깊은 딸을 보고 아들이 딸에 비해 유전적으로 열성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와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어 남자애들은 여자애들보다 초등학교에 늦게 입학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고 정부효는 소개한다.
양성성이라는 테마는 그동안 연구논문이나 전문서적에서나 논의했지 일반화 하기는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정부효는 양성성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양지로 끌어내어 본격적으로 대중화한 진보적 아방가르드이다.
그는 양성성의 물결을 한국사회 구석구석의 변화에 대입하여 실증하고 외국 사례와 이론을 정리하여 뒷받침했다. 그의 노력과 땀이 배어있는 ‘전도서’는 매우 재미있고 읽기 쉽다는 미덕만으로도 전파력을 갖는다.
여성성과 남성성은 스위스 정신과 의사인 카를 구스타브 융이 찾아낸 용어이다. 그는 사람의 집단적 무의식은 정신의 기저에 있는 ‘남성 속의 여성성(아니마)’과 ‘여성 속의 남성성(아니무스)’의 원형으로써 성립되어 있다고 보았다.
한 사람의 내면에 남성적이라 불리는 특성과 여성적이라고 불리는 특성이 함께 존재하는 것은 양성성이다. 이 개념은 70년대에 들어 산드라 벰을 비롯한 진보적 심리학자들이 도입했다.
정부효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든 인간은 여성성과 남성성을 함께 가지고 태어나며, 소수이기는 하지만 남성은 여성호르몬을, 여성은 남성호르몬을 더 많이 지녀 성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양성성을 세분하기를 남성적인 남성과 여성적인 여성, 그리고 성격과 성별이 뒤바뀐 이상심리자 즉 남성적 여성이나 여성적 남성으로 나누어 보았다는 것이다.
‘인류해방’ 위하여
그는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열쇠 말(키워드)의 하나로 성(섹스)을 꼽는다. 정부효는 섹스가 미(美)로 해석되는 감성시대에 우리는가 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성애와 동성애만 세상에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라는 이분법은 편리한 분류지만 이미 다양하게 분화한 이 사회의 성적 취향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정부효는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강조하는 외적 인격과는 달리 남성 속의 여성성, 여성 속의 남성성을 매력으로 존중하는 세태와 깊은 관계가 있을 법하다고 가정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처한 상황에 따라 〈30% 남성성, 70% 여성성〉, 〈40% 여성성, 60% 남성성〉으로 가변적인 성적 정체성이 요구된다고 정부효는 말한다. 제3, 제4의 성으로 이른바 ‘범성애(오픈 섹슈얼리티)’사회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결승전 때 여자축구 선수가 골을 넣고 남자선수들이 하는 것처럼 웃통을 벗어 젖히며 환호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현지에서는 여성이 유니폼을 벗어도 괜찮은 것인지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여성선수는 알몸 시위를 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남성성을 발휘했다고 보는 것이 정답일 터이다.
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남성과 여성이 상호 의존하고 협력하는 것은 신의 창조 섭리이자 인류 역사를 이어가는 큰 축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전제하고 양성성을 전파한다.
사람들은 그의 손을 통해 ‘이란성 쌍둥이의 성장과정을 통해 본 남성과 여성’이라는 새로운 사례집이 나오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는 금녀구역 깨기와 금남구역 깨기를 통해서 양성과 함께 하기 임무를 계속하고 있다.
결국 그는 남성성의 약화와 여성성의 확대로 ‘인류해방’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좇아서 일로 매진하는 ‘양성주의자’이다.
정부효는
1962년 경남 함안 생. 1984년 총무처 행정직 7급 합격. 현재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국 균형인사과 서기관. 2001년 첫 저서 ‘서서 오줌누는 여자, 치마 입는 남자’로 당시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초청을 받고 격려를 받았다. 국방부 진중문고로 1만2천부가 보급됨. 두 번 째 저서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2003년)이다. 방송출연, 기고문 등으로 양성성을 전파하고 있다.
안병찬 본지 칼럼니스트
일러스트레이션 = 박용인 작가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1990년대 들어 보수주의자들 역시 동성애를 불가피한 사회현상으로 여기기 시작하였다. 바른 교육을 생각하는 인문학자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을 강요하는 대신 양성성(androgyny)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소위 386세대의 성장 이후 한국에서도 많은 지성인들이 자녀를 이런 방식으로 키우기를 원하게 되었다.
소비산업과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발전할수록 남성이 여성적이고 여성이 남성적인 이미지를 갖는 차용과 혼용이 중요한 대중문화 현상이 된다. 이러한 유희 속에 중성적 이미지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각광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단순히 매력적인 캐릭터의 외형적 요소를 넘어, 자신 속의 이성을 발견하여 생활 속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기성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효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일 속에서 양성적 존재의 건강성을 화두로 살아가는 앞선 현대인이다.
‘백마 탄 왕자의 멸종’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은 여성의 사회적 약진을 강조하고 남성이 밀리는 현상을 ‘백마 탄 왕자의 멸종’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정부효는 ‘정보화 시대의 성공 키워드는 양성성’이라고 주장하는 국가공무원이다.
현재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의 서기관인 그는 피할 수 없는 ‘성의 세대교체 바람’을 파고들면서 ‘피메일리즘(femalism)’ 신봉자가 되었다. 여성운동은 남녀동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즘(feminism)’에서 양성간의 생리적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에 알맞는 역할을 요구하는 피메일리즘으로 가는 추세를 읽었기 때문이다.
정부효는 교육을 통해 양성평등에 대한 구호를 학습했지만 머릿속에서만 떠돌았지 실천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첫 딸을 얻으면서 아이가 겪어낼 현실의 벽이 보였다.
정부효를 오늘 이 지경으로 만든 원동력은 그가 공무원 생활 16년 만에 맡은 직책이었다.
2000년 2월에 행정자치부 여성정책담당관실에 발령이 나 1년9개월 동안 근무했는데, 담당한 업무는 40년 간 가부장 문화에 절어 있던 그의 생각에 ‘쿠드그라스’ 즉 자비로운 최후 일격을 가했다. 그의 생각은 뒤바뀌어 버렸다.
“남자와 여자를 섞으면 어떨까?” 이제 정부효는 이 테마에 매달리게 된다. 그가 상식을 뒤집는 제목을 붙인 책 ‘서서 오줌 누는 여자, 치마 입는 남자’는 위의 물음에 대한 해답이다. 그는 여성 모임에 나갔다가 외톨이가 된 예를 통해 양성 함께 하기를 강조한다. 경험담은 이렇다.
몇 년 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여성단체가 주최한 모 여성장관의 취임축하행사가 있었다. 당시 나는 여성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부처를 대표해서 외교사절(?)로 참석하면 여성계의 이슈와 동향을 알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어 참석하게 되었다.
자칫 대화상대를 못 찾을 경우 코너에 몰릴 수 있으므로 어색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상황에 민감하게 대처하기로 내부 작전을 세웠다.
도착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겨우 서너 명. 조금 지나니 남성들은 “오늘 행사는 남자가 올 곳이 아니야”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유쾌하게 환담하는 여성들 사이로 ‘핫바지 방귀 새듯’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이미 각오하고 참석한 것인 만큼 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시험해 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남성들은 점점 외톨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위 모든 여성들은 둘러서서 연방 웃음을 터뜨리며 유쾌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적군들에 둘러싸인 것처럼 적막감이 감도는 것이 내 주위 상황이었다.
밑천도 다 떨어지고 무료하게 서성이고 있는데 옆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정 사무관하고 나하고 두 명뿐이네요.” 어정쩡하게 서있는 내 모습이 불편하던 차에 말을 걸어주는 분이 있으니 정말 반가웠다.
그 날 주빈부처의 남성 차관님이었다. 몇 마디가 오가 가고 그것도 잠깐, 주변은 또 다시 적막감에 휩싸였다. 나도 한계 상황이라는 판단아래 당초의 각오를 무시하고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여성행사라 하지만 하객으로 참석한 몇 안 되는 연약한 남성(?)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 준다면 더 많은 남성인사들이 여성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남성을 끌어당기는 여성운동, 나아가 남성들이 여권운동단체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양성성의 행사야말로 편향되지 않고 윈윈하는 바람직한 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효가 보기에 남성성을 많이 보유한 남성은 분명히 사회적 역할에서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
영화나 광고의 예를 보면 ‘남성을 밟아야만 성공한다’고 할 정도로 내·외면 묘사에서 남성은 약한 모습으로 설정된다. 따라서 성별에 관계없이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남성성과 여성성 즉 양성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 하는 것과 상통한다고 본다. 양성성을 즐기는 길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외친다. 분명히 양성성은 피할 수 없는 물결이요, 미래를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자 지향점이라면 더욱 분명해진다. 양성적인 인간은 과거의 전통적인 성 역할을 고집하는 사람보다 성취동기, 자아실현, 자존심, 결혼만족도가 높다.
최근 미국 예일대학 연구팀은 부부관계의 유형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공처가형의 남편은 수명이 가장 짧고, 부인이 남편에게 의존하는 전통적 부부관계에서의 남성은 가장 장수하며, 성격이 서로 강해 독립적인 부부는 서로 의존하는 부부에 비해 수명이 짧다.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나의 양성 쌍둥이 관찰기
그는 양성성을 파고들기 위해 자기의 이란성 쌍둥이 남매를 관찰하는 열성분자이다. 생물학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이 어떻게 생기고 변화하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다음은 쌍둥이 관찰기의 첫 대목.
나는 우유병을 줄 때는 으레 쌍둥이 딸을 먼저 챙긴다. 쌍둥이라도 딸애가 더 성장이 빨라 선택권을 먼저 주지 않으면 울고불고 야단나기 때문이다. 어떤 색 우유병을 집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니 딸애는 푸른색 우유병을 선택했다.
아동심리학에 의하면 아이들은 자신의 성 역할을 부모를 비롯한 성인들의 행동을 통해 배우며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 학습하게 된다. 아이들의 성 역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소산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물론 한 가지로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판단할 수 없겠지만 쌍둥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와 학습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우선 나부터 여자니까 남자니까 하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이들이 양성성을 받아들이고 폭넓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
과학자들은 말썽 피우는 아들과 사려깊은 딸을 보고 아들이 딸에 비해 유전적으로 열성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와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어 남자애들은 여자애들보다 초등학교에 늦게 입학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고 정부효는 소개한다.
양성성이라는 테마는 그동안 연구논문이나 전문서적에서나 논의했지 일반화 하기는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정부효는 양성성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양지로 끌어내어 본격적으로 대중화한 진보적 아방가르드이다.
그는 양성성의 물결을 한국사회 구석구석의 변화에 대입하여 실증하고 외국 사례와 이론을 정리하여 뒷받침했다. 그의 노력과 땀이 배어있는 ‘전도서’는 매우 재미있고 읽기 쉽다는 미덕만으로도 전파력을 갖는다.
여성성과 남성성은 스위스 정신과 의사인 카를 구스타브 융이 찾아낸 용어이다. 그는 사람의 집단적 무의식은 정신의 기저에 있는 ‘남성 속의 여성성(아니마)’과 ‘여성 속의 남성성(아니무스)’의 원형으로써 성립되어 있다고 보았다.
한 사람의 내면에 남성적이라 불리는 특성과 여성적이라고 불리는 특성이 함께 존재하는 것은 양성성이다. 이 개념은 70년대에 들어 산드라 벰을 비롯한 진보적 심리학자들이 도입했다.
정부효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든 인간은 여성성과 남성성을 함께 가지고 태어나며, 소수이기는 하지만 남성은 여성호르몬을, 여성은 남성호르몬을 더 많이 지녀 성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양성성을 세분하기를 남성적인 남성과 여성적인 여성, 그리고 성격과 성별이 뒤바뀐 이상심리자 즉 남성적 여성이나 여성적 남성으로 나누어 보았다는 것이다.
‘인류해방’ 위하여
그는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열쇠 말(키워드)의 하나로 성(섹스)을 꼽는다. 정부효는 섹스가 미(美)로 해석되는 감성시대에 우리는가 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성애와 동성애만 세상에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라는 이분법은 편리한 분류지만 이미 다양하게 분화한 이 사회의 성적 취향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정부효는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강조하는 외적 인격과는 달리 남성 속의 여성성, 여성 속의 남성성을 매력으로 존중하는 세태와 깊은 관계가 있을 법하다고 가정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처한 상황에 따라 〈30% 남성성, 70% 여성성〉, 〈40% 여성성, 60% 남성성〉으로 가변적인 성적 정체성이 요구된다고 정부효는 말한다. 제3, 제4의 성으로 이른바 ‘범성애(오픈 섹슈얼리티)’사회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결승전 때 여자축구 선수가 골을 넣고 남자선수들이 하는 것처럼 웃통을 벗어 젖히며 환호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현지에서는 여성이 유니폼을 벗어도 괜찮은 것인지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여성선수는 알몸 시위를 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남성성을 발휘했다고 보는 것이 정답일 터이다.
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남성과 여성이 상호 의존하고 협력하는 것은 신의 창조 섭리이자 인류 역사를 이어가는 큰 축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전제하고 양성성을 전파한다.
사람들은 그의 손을 통해 ‘이란성 쌍둥이의 성장과정을 통해 본 남성과 여성’이라는 새로운 사례집이 나오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는 금녀구역 깨기와 금남구역 깨기를 통해서 양성과 함께 하기 임무를 계속하고 있다.
결국 그는 남성성의 약화와 여성성의 확대로 ‘인류해방’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좇아서 일로 매진하는 ‘양성주의자’이다.
정부효는
1962년 경남 함안 생. 1984년 총무처 행정직 7급 합격. 현재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국 균형인사과 서기관. 2001년 첫 저서 ‘서서 오줌누는 여자, 치마 입는 남자’로 당시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초청을 받고 격려를 받았다. 국방부 진중문고로 1만2천부가 보급됨. 두 번 째 저서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2003년)이다. 방송출연, 기고문 등으로 양성성을 전파하고 있다.
안병찬 본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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