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찬 칼럼]최후 일격 받는 남성성

지역내일 2006-04-14
최후 일격 받는 남성성
안병찬 (언론인 한국VJ협회 회장)

한국 아줌마들은 투표할 때 동성인 여자후보를 외면하는 성향을 보여왔다. 며칠 전 작은모임에서 강금실 후보의 보랏빛 패션쇼가 화제에 올랐다. 여자의 표심에 관한 말도 오고갔다. 현직 보도국장 한 사람은 여성의 여성 거부 정도가 강금실의 서울시장 당락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거리라고 했다. 여성의 투표성향이 큰 변수가 되리라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조선일보가 주초에 내놓은 여론조사를 보면 40대 여심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40대 남성은 강금실 예비후보와 오세훈 전 의원을 지지하는 비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지만, 40대 여성은 오세훈을 지지하는 쪽이 강금실을 지지하는 쪽보다 많았다. 그러나 30대 이하는 남녀 모두 강금실을 지지하는 수가 많았고 50대 이상은 남녀 모두 오세훈을 지지하는 수가 많았다.

여자리더십 찾아서 결집
이 조사 하나로 여자가 여자후보를 외면하는 전통적 경향이 확 바뀌어 ‘여자가 여자를 찾아서 찍는 성향’이 확실하다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근자의 여론조사에서는 여자가 여자를 더 찍지 않는다는 전통적인 투표 성향은 잡히지 않는다. 귀를 기울여 보면 주변에서 여자들이 내놓고 여성 리더십을 지지한다거나 여자후보를 찍겠다고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 전에 여자가 여자 리더십을 찾아서 결집하는 새로운 추세가 똬리를 튼 것이다. 그렇다면 한명숙 총리 내정자와 강금실 예비후보를 내세워 여성표를 공략한다는 열린우리당 전략은 새 추세를 잘 읽은 것이 된다.
소설가 김훈은 남성의 본질은 결핍에 있고 스스로의 결핍 때문에 그리움이 생긴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가 여성의 본질을 정의한 바는 없지만 남성의 본질적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를 여성으로 본다면 여성은 우월한 존재가 된다. 이미 피할 수 없는 ‘성의 세대교체 바람’이 일어났다. 남녀동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즘(feminism)’은 사양길에 접어들고 양성간의 생리적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에 알맞은 역할을 강조하는 ‘피메일리즘(femalism)’ 신봉자가 남자한테서 나오는 세상이 됐다. 그런 남자 중에는 ‘정보화 시대의 성공 키워드는 양성성’이라고 주장하는 국가공무원이 한 사람 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의 서기관인 그는 공무원 생활 16년 만에 행정자치부 여성정책담당관실에 발령이 나면서 생각이 확 바뀌었다. 그는 40년 간 가부장 문화에 절어 있던 자신의 생각이 최후의 일격(쿠드 그라스)을 받은 듯 무너졌다고 말한다.
그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외친다. 분명히 양성성은 피할 수 없는 물결이요, 미래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자 지향점이라면 더욱 분명해진다. 피하기보다는 즐겨보는 것이 더 적극적인 삶의 자세라는 말이다. 양성적인 인간은 과거의 전통적인 성 역할을 고집하는 사람보다 성취동기, 자아실현, 자존심, 결혼만족도가 높다. 너무 여성스러운 여성은 불안지수가 높은 반면 사회적 성취도가 낮으며, 너무 남성스러운 남성은 청년기 동안은 심리적으로 곧잘 적응할지 몰라도 성인이 되고 나면 자기수용도가 낮으며 신경과민증을 보인다. 이런 경향은 연구 결과로 드러났다.
남성성을 많이 보유한 남성은 분명히 사회적 역할에서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위기를 맞은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도 여기 해당한다. 광고의 예를 보면 ‘남성을 밟아야만 성공한다’고 할 정도로 내 외면 묘사에서 남성은 약한 모습으로 설정된다. 따라서 성별에 관계없이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남성성과 여성성 즉 양성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새 시대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 하는 것과 상통한다고 본다. 양성성을 즐기는 길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말이다.

평화의 더듬이 갖고 있는 여성
여성은 싸움을 덜 하는 무리에 속하고 평생 남을 보살피고 다독이고 조정하고 지원하는 성품을 타고났다고 한다. 어떤 피메일리스트는 모든 문제가 여성의 손에 닿게 될 때 좀 더 두루 공평해지고, 불만이 적은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여성은 평화의 더듬이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여성신문(4월 1-7일자)은 ‘여성들 마음은 첫 여성총리 시대의 기대로 설렌다’는 제목 아래 벌써 ‘여성의 강점을 살린 국정’을 주문하고 나섰다. 양성성의 대 추세 가운데 화합하는 따뜻한 정치를 여성성에 기대하는 말이다. 한나라당에 한 가지 전략을 주문한다면 박근혜 대표의 절제의 미덕과 여성성 리더십을 더 살리라는 것이다. 여성성의 기세가 이처럼 드높은 때 공연히 색 바랜 색깔론 따위를 들고나오면 나올수록 한나라당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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