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방한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1-02-16
<신문로 칼럼="">‘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방한
유 임 수 /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전 유럽학회 회장

옐친이 급작스럽게 대통령직 사임을 결정하며 후계자로 지명한 무명의 푸틴은 2000년 3월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러시아의 앞날을 위해 푸틴을 선택했던 것은 오늘의 시점에서 볼 때 혜안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법학전공의 KGB 출신으로 구동독지역에서 장기간 활동했고 부인은 항공사 승무원 출신으로 부부가 서방세계에 대한 지식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의미에서 개혁 개방을 이끈 고르바초프도 그의 정치적인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러시아적 해석이 가능하며 젊은 지도자로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 강한 러시아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면서 21세기의 첫 러시아 최고 지도자로서 등장했다. 그러나 푸틴의 개혁 개방정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푸틴은 국가체제, 군대와 경제부흥 등 정책목표를 촉진하면서, 잃어버린 강성대국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푸틴의 발전전략은 프랑스대혁명 후 프랑스를 최강국으로 만든 나폴레옹 통치의 근간이었던 소위 보나파르티즘을 신봉하는 러시아판 나폴레옹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유럽인들은 보고 있다.

한반도 문제 해결위한 6자회담 강조
최근 러시아 경제는 7%성장률을 보여 소련제국 붕괴 이후 최고의 상승세를 보였다. 러시아경제는 유가상승, 천연가스 등 자원수출의 호조로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는 과거 누적된 경제제도의 혼란과 개혁의 부담으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또한 대외채무상환을 해야 한다는 책무를 안고 있다. 푸틴은 재정개혁과 금융안정이라는 국민에게 인기 없는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으며, 러시아는 시장경제의 이행과정에서 엄청난 후유증을 겪고있다.
그럼에도 경제발전을 통해 강성 러시아를 재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제개혁이 실패할 경우 정치불안이 발생할 것이다. 지난해 8월 핵잠수함 크루스코호의 침몰 사고는 국방예산부족에서 초래된 사고로 재정파탄이 초래한 비극이었다. 체첸사태에서 보여준 그의 강경노선은 러시아의 사활이 걸린 송유관과 석유자원에 대한 보호유지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푸틴은 구소련의 위상을 되찾고 위대한 러시아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정부와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지속하였던 러시아는 부시 행정부와 앞으로 세계질서 개편과정에 적지 않는 마찰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프랑스, 독일과는 기존 채무를 러시아 주식으로 상환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는 한반도 장래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는 북한을 러시아편으로 감싸주어 남북한 관계 형성에 주요 역할을 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2000년 7월 오키나와 G8 회의 참석 전 북한을 방문한 푸틴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새로운 방위조약과 핵 미사일정책을 조언하였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협력하고자 하는 의사를 보였다. 그는 또한 중국, 쿠바, 인도, 이란, 이라크 등 옐친 시대에 소외되었던 과거 동맹국들과의 유대강화를 꾀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러시아는 중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을 강조하고 있다.
푸틴은 2001년 3월 초 한국 방문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그의 방한은 정치외교적으로 남북한과 등거리 외교를 통하여 한반도 평화정착에 한 몫을 하겠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반영하며 경제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경제협력, 보다 실용적 접근 필요
앞으로는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이 제일 중요하다. 한국이 러시아와 경제관계 개선을 하려면 대륙과 연결된 북한 도움이 절대적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철도(TSR)의 연장을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도 각종 홍보물을 통해 부산에서 파리, 런던까지의 철도 연장이라는 큰 꿈을 국민에게 심어주고 있으며,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도 투자의욕을 보인다.
지난 해 10월 이한동 총리가 모스크바 방문시 있었던 불상사 등으로 형성된 한-러간의 이상기류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추세이다. 경제부문에서 지난 90년 9월 수교이래 한-러시아의 교역은 급성장했다. 수교시 한국이 러시아에 제공한 14억 7천만 달러의 차관은 아직 상환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헬기 등 방위산업 물자로 상환하는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최근 남북한간의 해빙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에 지고있는 수십억 달러 빚을 러시아가 남한에 지고있는 빚과 상쇄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러간 경제협력을 위해 우리기업은 보다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데 나홋카공단 바이칼호수 관광지 개발, 이르쿠츠크 사라 가스전 개발과 시베리아 가스관 등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직항로 개설, 한국 무역센터 건설, 한국의 발레학교 설치 등도 이번에 구체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 끝으로 푸틴의 한국 방문은 동북아 안정과 평화가 자국의 경제번영은 물론이고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에 도움이 되어야 하며 지금까지 러시아에 대한 인식과 시각을 우리 자신이 새롭게 볼 수 있도록 교정해야 한다.
유 임 수 /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전 유럽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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