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3명의 친구 이야기

지역내일 2006-04-27
3명의 친구 이야기
이 학 인 (대우증권 과장)

3명의 친구 이야기다. 그중 한명은 필자다.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졸업하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친구 강 모. 금융권에 입사하더니 재테크도 남보다 빨랐다. 외환위기 직후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받아 신도시에 24평 주공아파트를 두 채나 구입했다. 고금리에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던 때라 굉장한 용기를 가지지 않고는 실행에 옮기기 힘든 일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무모한 짓이라고 했다.
친구 안 모. 금융권에 입사한 것까지는 같았지만 입사 1년만에 다니던 회사가 IMF 한파에 문을 닫아 실업자가 됐다. 한참이 지나서 만났는데 아버지가 주신 종자돈으로 자칭 투자자로 변신해 필자가 보기엔 ‘다 쓰러져가는’ 강남 아파트를 한두 채씩 모으고 있었다. 말 그대로 ‘미친 짓’ 같았다.
친구 강은 지금 그 두 채의 아파트 중 한 채에 살고 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24평 주공 아파트는 몇 년의 버팀에도 불구하고 이자만큼도 안 올라주었다. 결국은 한 채를 팔아서 빚을 갚고 겨우 고통스런 삶에서 빠져나왔다. 두 번째 친구는 대면한 지 이제 수년이 되어간다. 들리는 소문에는 재건축 아파트로 엄청난 돈을 벌었고 지금도 부동산 전업투자자로 전국을 휘젓고 다닌다고 한다.
마지막이 필자의 이야기다. 두 친구의 투자가 내 눈엔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생각에 그저 묵묵히 청약저축 붓고 적금도 들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토끼같은 아들이 감자탕 한 그릇에도 감동하고 행복해 하는 것을 낙으로 성실하게 안전하게(?) 살아온 나다.
저축해봐야 올라가는 집값을 못 따라잡는다는 아내의 성화에 변두리에 작은 아파트를 보러다닌 지 몇 달째. 얼마 전 아내는 심한 몸살에 걸렸다. 점찍어놓은 집 주인이 어디서 어떤 얘기를 들었는지 수천만원을 올려 내놓았단다. 계약 바로 직전에 맘이 변한 것이다.
이게 바로 부동산 광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에 걸친 설득 끝에 내가 봐놓은 신도시 작은 집을 보여줬다. 서울과 약간 멀어서 출퇴근은 어렵지만 아이가 안전하게 걸어서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고 주변엔 널찍한 운동장과 공원도 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신도시라 재건축으로 폭등하는 횡재수도 없고 명문 중고등학교가 없어서 투자가치는 없을지 모르지만 주변이 쾌적하고 공기도 좋다. 아내도 부동산 광풍에 이젠 질렸는지 흔쾌히 설득을 당하고 말았다. 그 대신 아껴둔 비상금으로 조금씩 넣어둔 3년 된 적립식통장을 공개해버렸다. 의외의 높은 수익률에 아내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이젠 적금 다 깨고 적립식이다!” 못 말리는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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