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사회적 스트레스가 원인”

반사회적 성격장애 가능성도 주목해야

지역내일 2006-04-25
봉천동 남매 살인사건 등 서울 남부지역에서 일어난 연쇄 강도 살인사건의 용의자 정 모(37)씨의 검거소식은 우리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용의자가 밝힌 범행 이유가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범행 수법이 잔인한 점 등은 일반적인 강력사건과는 다르게 사건을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 용의자에 대해 사이코패스(psychopath,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가능성에 주목해 수사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이코패스는 수사, 재판, 교정 등 각 영역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시각과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는 겉모습은 멀쩡해도 속에는 양심의 가책없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로 2004년 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른 유영철도 전문가들에 의해 사이코패스로 알려져 있다.
경찰조사에서 정씨는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결혼도 못해 화가나 부자만 보면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경찰도 사건발표에서 “극심한 대인기피증과 세상에 버림받았다는 편집증적 사고, 가난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추정했다.
범행대상은 전부가 부자와는 관계가 없는 서민이었고 범행전후의 행동과 수법에서도 용의자의 진술과는 다른 사이코패스의 가능성이 발견되고 있다. 정씨는 CCTV가없는 서민주거지역을 주 범행대상으로 삼았고 범행 후 피해자들에게 과도한 폭력을 휘둘러 5명을 살해했고 8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또한 사건 후에는 사건기사가 실린 신문을 스크랩하기도 했다. 정씨와 같은 동네 주민들도 “원래 그럴 사람이 아닌데, 조용한 사람이었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조은경 교수는 “사회에 불만을 품었다고 주장하며 자신에 대한 인식은 없이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특징이다”며 "유영철이 언변이 뛰어난 사이코패스 였다면 정씨는 비사회적인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사회적으로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보이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대학교 표창원 교수도 자신의 저서 ''한국의 연쇄살인''을 통해 "보통 사람들하고 뚜렷이 구분되는 특이한 점들을 쉽게 찾을 수 없다"며 “철저하게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서울지방경찰청 프로파일링팀(범죄분석팀)이 결합해 법죄현장의 특징을 기초로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추론하고 수사에 적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범죄분석팀 권일용 경사는 “몇몇사건의 내용에서 동일범의 가능성에 대해 제기했고 용의자 검거 후 수사과정에도 결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에는 지난해 처음으로 범죄분석을 전공한 15명의 프로파일러가 채용돼 활동하고 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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