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5쌍 중 1쌍 외국인과 결혼

양육문제 등 문화장벽 부딪치기도

지역내일 2006-04-20
일본에서 일본인끼리 결혼하는 건수는 줄어드는 반면 국제결혼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결혼한 커플 중 해외에서 한 결혼을 포함하면 15쌍 중 1쌍(6.6%)이 국제결혼을 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일본 남성은 상냥하고 경제력이 있으며, 일본 여성은 다소곳하고 여자답다는 이유로 인기가 있다.
그러나 문화와 관습의 차이를 뛰어넘는 국제결혼은 두 사람에게 상당한 각오를 요구한다고 17일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남성 미혼율 12%에 달해 = “중국으로 여행 온 일본인은 친절하고 상냥했습니다. 결혼하면 일본인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중국 산시성 출신의 한 여성은 일본 남성과 결혼을 동경해 일본으로 유학 왔고 4년 전 일본어학교 재학 중 드디어 일본 남성과 맞선을 보고 꿈에 그리던 결혼했다.
그의 일본인 남편은 “중국 여성은 일본이 경제력도 있고 민주주의도 발전한 이상적인 나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일본 남성과 결혼하려는 중국 여성의 속마음을 분석했다.
일본 남성의 미혼율(50세 시점에서 결혼하지 않은 비율)은 12%(2000년 기준)에 이른다.
일본에서 신부감 부족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근교 미혼남성에게 중국인 여성을 결혼상대로 알선해주는 결혼상담소가 성업 중일 만큼 일본 전체 문제가 됐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2004년 일본 국내에서 행해진 국제결혼 약 4만 건 중 80%가 일본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이었다. 외국인 여성의 국적은 중국이 39%, 필리핀이 27%로 가장 많았다. 또 수도 도쿄의 국제결혼 비율은 9.5%에 이른다.
‘일본중매인연맹’에 따르면 연맹에 가입한 결혼상담소 1300곳 중 10%가 국제결혼을 취급하고 있다.
결혼상담소 한 관계자는 “유학생 등 일본에 살고 있는 중국인 여성의 결혼상담소 등록이 증가한 것은 5년 전부터였는데 여성 입장에서 보면 일본에서 생활 자체가 ‘3고’(고학력, 고수입, 고성장)라는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연령차가 나더라도 결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며 “남성 입장에서도 비용이 200만~300만엔씩 드는 해외 원정맞선에 비해 부담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장 강하지 않은 일본여성 선호 = 한편 해외에서 일본 여성의 국제결혼도 증가하고 있다.
2004년 해외에서 결혼한 8900건 중 일본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결혼은 85%에 이른다. 결혼 상대자 국적 중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이고, 다음이 중국 한국 순이었다.
일본 여성과 서구 남성의 결혼을 주선하고 있는 국제결혼정보회사인 ‘데스티나 재팬’에서는 모두 2500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회사 홍보담당자는 “일본 여성은 서구나 중국·한국 여성에 비해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다”며 “게다가 결혼 후 부부 모두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서구에서 캐리어우먼을 지향하는 일본 여성과 조금 나약하고 섬세한 서구 남성의 궁합은 아주 잘 맞다”고 말했다.
이 회사를 통해 지난해 1년 동안 1000명 이상의 일본인 여성이 미국으로 건너가 원정맞선을 봤고 올해 4월에만 약 130명이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미국 유학 중 국제결혼을 해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한 일본 여성(34)은 “일본에서는 줄곧 나를 억제하며 살아왔지만 미국은 적극적인 여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나답게 살 수 있다”며 “이런 서구의 가치관과 사회조직이 나와 잘 맞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국제결혼의 이점을 설명했다.

◆영주권 취득 목적 결혼 많아 이혼율도 높아 = 그러나 지난 2월 시가현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딸의 친구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중국 출신 다니구치 미에 사건을 계기로 2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일본 거주 중국인 아내들이 겪는 외로움과 부적응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다.
시즈오카현에 살고 있는 일본 남성(55)은 1991년 해외 원정맞선을 통해 중국에서 결혼을 했다. 자녀 2명을 두었지만 중국인 아내가 중국출신 남성과 사귀면서 3년 전 이혼했다.
이 남성은 “아이도 있고 결혼하지 않았던 것보다 낫다”고 위안하고 있지만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인터넷을 통해 아시아 각국과 원정맞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일본에 오자마자 신부가 실종되거나, 남편의 성적 불능 등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여성이 취업과 영주권 취득을 목적으로 결혼하는 경우도 많아 이혼율도 높다.
도쿄 에도구에 사는 한 여성(29)은 일본에 유학 중인 중국인 남성과 연애결혼을 했다.
그런데 첫아이를 낳자 함께 살고 있는 여성의 아버지가 육아문제를 놓고 “중국어·일본어를 함께 사용하면 아이가 혼란을 일으킨다”며 집안에서 중국어 사용을 금지시켰다.
이에 대해 여성은 “이 문제로 중국인 남편은 큰 충격을 받았다”며 “집안에서 모국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건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인데 아버지는 왜 그걸 모르는지 모르겠다”며 괴로워했다.
관사이학원대학 경제학부 이구치 교수는 “건강한 일본 여성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은 일본 사회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아시아 여성이 일본인 남성과 결혼하면 양육문제 등에서 예상치 못한 일본 사회의 벽에 부닥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동희 리포터 89juli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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