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 기사

지역내일 2006-03-29
대통령, 총리, 대법원장, 군 사령관, 기업최고경영자(CEO) …
명실상부한 사회 최고지도자들의 이름이다. 과거 이 자리는 남성들만 접근할 수 있는 ‘금녀’의 자리였다. 그런데 최근 여성이 이런 자리에 오르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세계적 현상이 됐다. 여성도 이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여성엘리트’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성취욕이 강한 여성엘리트의 등장은 출산율 저하, 독신자 증가 등 ‘우울한 결과’와 함께 고유한 ‘여성성’ 상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논문이 영국에서 나와 영국 여성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논문의 주인공은 영국 런던 대학 킹스칼리지에 재직 중인 알리슨 울프 교수.
울프 교수는 ‘자매애의 종말’이란 논문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은 남성이 장악하고 있던 최고경영자 자리를 정당한 경쟁을 통해 차지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하지만 울프 교수가 그리는 여성의 미래를 잿빛처럼 우울하다.
울프 교수는 “사회·경제적 성공을 추구하는 새로운 여성엘리트의 등장은 ‘여성성의 사망’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울프 교수에 따르면 여성엘리트들이 양육에 대한 부담을 ‘아이 낳은 것을 포기하는 식’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엘리트여성은 노인과 약자를 돌보는 자기희생적 삶보다 ‘나 자신이 소중하다’는 구호 아래 스스로 결혼·가정·양육을 포기한다. 때문에 미래사회는 ‘여성적 이타주의’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것.
게다가 여성끼리 공유하던 가정·양육의 경험이 줄어 결국 여성들만의 ‘공감대’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울프 교수는 미래에 여성이 직면할 문제는 ‘성차별이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성취욕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까’가 될 거라고 지적했다.

울프 교수의 견해에 대해 반박도 만만치 않다.
공공정책연구소 줄리아 마고는 “엘리트 여성들이 남성과 똑같이 행동하기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현대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자신을 부양할 남성보다는 동질감과 사랑을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하고 있다”고 반대논리를 폈다.
그는 ‘여성’이라는 사실이 전문직에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엘리트 여성 사이에서 너그럽고 적극적인 ‘여성적 이타주의’가 발휘되고 있다고 울프 교수를 비판했다.
여성인권단체 ‘포세트협회’ 카트리나 라크는 “직업여성들이 가정과 직업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에 직면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성공동체는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며 “모든 여성이 ‘여성의 공감대’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여성이 직업적 성취욕에만 삶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식의 논리는 불합리하다”며 “여성은 자신이 맡고 있는 일에서 다양한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이 최고의 지위에 오르는데 여전히 많은 장애가 있다며 울프 교수의 견해를 반박했다.
제니 왓슨은 “울프 교수가 여성의 삶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며 “현실에서 여성은 출산 후 직장문제, 양육과 직업의 병행 문제, 정규직과 시간제 계약직의 임금격차 문제 등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울프 교수는 “결혼과 가정이 여성에게 가장 중요했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는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리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진성 리포터 1004jinny5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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