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속도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고령화.
세계 곳곳에서 논의가 무성하다. 알지 못하는 두려움과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은퇴와 노후에 대한 과거와 다른 개념과 정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막연히 돈만 준비하는 것이 은퇴준비의 전부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데 누군가 공짜로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내일신문은 대한은퇴자협회와 함께 은퇴를 준비하는 새로운 개념과 접근법에 대해 다섯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고령화 쇼크로 기존 가치관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은퇴나 노후에 대한 가치관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직장을 그만두고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거나 노후를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벌써 지났다. 은퇴이후 생활해야 할 기간을 적어도 30~40년은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전반에 대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초고령사회로 질주 = 인간의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평균수명 100세도 멀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UN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그리고 20%를 넘게 되면 ‘초고령사회’가 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 처음으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오는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전망이다. 고령사회 진입에 걸리는 시간이 프랑스가 115년, 스웨덴이 85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고작 18년 밖에 안 걸리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초고령사회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수명은 연장되는데 출산율이 급속히 떨어진 것이 초스피드 고령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낡은 잣대로는 해석 불가능 = 미국에서는 1930년대 루스벨트 행정부 이래 65세 이상을 노인이라 불렀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인 평균 예상수명은 77살이며, 여성은 80세가 넘는다. 65세 노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우리나라도 오는 2030년이면 평균수명이 81.9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일본에서 정년 65세는 ‘인류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연령’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고, 독일이 정년 65세를 결정했을 때는 연금수령자격이 있는 모든 이들이 65세 이전에 세상을 떠날 것으로 가정했다고 한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발상인 셈이다.
더 이상 과거의 낡은 잣대로는 노후나 은퇴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마치 30~40년전 ‘여성들의 성역할이 오로지 가정을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다. 50년도 채 안 지났지만 지금 여성들의 성역할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고 발언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은퇴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40대, 인생의 내리막길 아니다 = 이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은퇴에 대해 갖가지 새로운 개념과 주장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미치 앤서니는 《은퇴혁명》이라는 책에서 “노년에 대한 환상을 깨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은퇴 후에 일을 그만둘 생각을 아예 버리라는 것이다. ‘점진적 은퇴’ ‘절반의 은퇴’라는 개념이 여기에서 나온다.
변호사이자 상담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스테판 M 폴란은 《2막》이라는 책을 통해 은퇴이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자신이 진짜 살고 싶은 인생이 ‘인생 2막’이며, 그것은 나이와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폴란은 인생2막을 가로막는 ‘나이’ ‘돈’ ‘환경’ 등 12가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버드 대학 성인발달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중년에 관한 연구를 해 온 윌리엄 새들러 교수는 생애를 네 단계로 나누는 새로운 흐름을 소개했다.
1차성장이 이뤄지는 제1연령기는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며 사회에 정착하는 제2연령기는 20~30대다. 그리고 40대부터 70대 중후반에 이르는 30년 가까운 시절이 바로 ‘서드 에이지’다.
그 이후 노화에서 죽음에 이르는 제4연령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들러 교수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전 세대에는 없었던 30년 가까운 서드 에이지가 생겨났고 이 기간 동안 일어나는 쇄신이 바로 2차 성장”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유명한 케이블 TV사장이자 리더십 네트워크 창립자인 밥 버포드는 인생을 전반기와 후반기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하프타임으로 구분했다. 그는 특히 40대가 인생의 내리막길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는 견해를 단호히 거부했다. 버포드는 “하프타임에 어떤 기획을 하는가에 따라 인생의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를 만들어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첫 직장생활부터 은퇴계획 세워야 = ‘절반의 은퇴’, ‘2막 인생’, ‘서드 에이지’, ‘후반부 인생’ 등 명칭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한결같다.
인간의 평균수명을 대비해 은퇴 후를 상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가령 60~65세 전후를 은퇴 시점으로 잡아도 은퇴 후에 3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기간을 노인정에서 장기판만 기웃거리고 있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고령화 쇼크를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바꾸기 위한 준비가 지금부터 시작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단순히 40~50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20~30대도 마찬가지다. 이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은퇴계획서를 짜야 하는 시대가 도래 하고 있는 것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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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논의가 무성하다. 알지 못하는 두려움과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은퇴와 노후에 대한 과거와 다른 개념과 정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막연히 돈만 준비하는 것이 은퇴준비의 전부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데 누군가 공짜로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내일신문은 대한은퇴자협회와 함께 은퇴를 준비하는 새로운 개념과 접근법에 대해 다섯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고령화 쇼크로 기존 가치관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은퇴나 노후에 대한 가치관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직장을 그만두고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거나 노후를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벌써 지났다. 은퇴이후 생활해야 할 기간을 적어도 30~40년은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전반에 대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초고령사회로 질주 = 인간의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평균수명 100세도 멀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UN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그리고 20%를 넘게 되면 ‘초고령사회’가 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 처음으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오는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전망이다. 고령사회 진입에 걸리는 시간이 프랑스가 115년, 스웨덴이 85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고작 18년 밖에 안 걸리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초고령사회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수명은 연장되는데 출산율이 급속히 떨어진 것이 초스피드 고령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낡은 잣대로는 해석 불가능 = 미국에서는 1930년대 루스벨트 행정부 이래 65세 이상을 노인이라 불렀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인 평균 예상수명은 77살이며, 여성은 80세가 넘는다. 65세 노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우리나라도 오는 2030년이면 평균수명이 81.9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일본에서 정년 65세는 ‘인류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연령’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고, 독일이 정년 65세를 결정했을 때는 연금수령자격이 있는 모든 이들이 65세 이전에 세상을 떠날 것으로 가정했다고 한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발상인 셈이다.
더 이상 과거의 낡은 잣대로는 노후나 은퇴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마치 30~40년전 ‘여성들의 성역할이 오로지 가정을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다. 50년도 채 안 지났지만 지금 여성들의 성역할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고 발언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은퇴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40대, 인생의 내리막길 아니다 = 이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은퇴에 대해 갖가지 새로운 개념과 주장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미치 앤서니는 《은퇴혁명》이라는 책에서 “노년에 대한 환상을 깨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은퇴 후에 일을 그만둘 생각을 아예 버리라는 것이다. ‘점진적 은퇴’ ‘절반의 은퇴’라는 개념이 여기에서 나온다.
변호사이자 상담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스테판 M 폴란은 《2막》이라는 책을 통해 은퇴이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자신이 진짜 살고 싶은 인생이 ‘인생 2막’이며, 그것은 나이와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폴란은 인생2막을 가로막는 ‘나이’ ‘돈’ ‘환경’ 등 12가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버드 대학 성인발달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중년에 관한 연구를 해 온 윌리엄 새들러 교수는 생애를 네 단계로 나누는 새로운 흐름을 소개했다.
1차성장이 이뤄지는 제1연령기는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며 사회에 정착하는 제2연령기는 20~30대다. 그리고 40대부터 70대 중후반에 이르는 30년 가까운 시절이 바로 ‘서드 에이지’다.
그 이후 노화에서 죽음에 이르는 제4연령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들러 교수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전 세대에는 없었던 30년 가까운 서드 에이지가 생겨났고 이 기간 동안 일어나는 쇄신이 바로 2차 성장”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유명한 케이블 TV사장이자 리더십 네트워크 창립자인 밥 버포드는 인생을 전반기와 후반기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하프타임으로 구분했다. 그는 특히 40대가 인생의 내리막길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는 견해를 단호히 거부했다. 버포드는 “하프타임에 어떤 기획을 하는가에 따라 인생의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를 만들어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첫 직장생활부터 은퇴계획 세워야 = ‘절반의 은퇴’, ‘2막 인생’, ‘서드 에이지’, ‘후반부 인생’ 등 명칭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한결같다.
인간의 평균수명을 대비해 은퇴 후를 상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가령 60~65세 전후를 은퇴 시점으로 잡아도 은퇴 후에 3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기간을 노인정에서 장기판만 기웃거리고 있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고령화 쇼크를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바꾸기 위한 준비가 지금부터 시작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단순히 40~50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20~30대도 마찬가지다. 이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은퇴계획서를 짜야 하는 시대가 도래 하고 있는 것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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