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내일신문·대한은퇴자협회(KARP) 공동기획: 은퇴계획서를 만들자
기존 은퇴준비는 재테크에만 치중
건강 돈 사회적역할 모두 생각해야
<사례1>
50대 초반 대기업 임원인 A씨. 모임에 나갔다가 친구들로부터 50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바보 시리즈’를 들었다. ‘나중에 자식이 자신을 부양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최고의 바보’라는 식의 얘기다. ‘눈에 보이는 가치(집, 건물, 땅 등)가 은퇴이후에도 자기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같은 부류에 속한다.
그는 노후 준비와 자식에 대한 투자, 그리고 노부모 모시기라는 ‘3중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스스로 ‘낀’ 세대라고 생각하는 50대의 공통된 고민이다.
<사례2>
40대 중반 공기업 중견 간부인 B씨. 전업주부인 부인과 올해 중1에 진학한 딸을 둔 그는 요즘 밤잠을 자주 설친다. 정년퇴직 이후 어떻게 살 것인지 걱정이 밀려오는 탓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얼마 전 통신회사에 다니던 절친한 선배가 명퇴 예고를 받고 찾아와 장차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하소연하는 것을 들은 뒤부터다.
노후 생활비며, 자녀들 교육비며 선배가 털어놓는 고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도 내년부터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간을 내볼 계획이다.
우리시대 40~50대들의 자화상이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고민은 마찬가지다. 고령화는 예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빠르게 몰아치고 있다. 고령화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얻게 된 30~40년의 보너스 인생이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려면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관련기사 11면
◆부양문화가 사라진다 =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고령사회 진입에 걸리는 시간이 프랑스가 115년, 스웨덴이 85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고작 18년 밖에 안 걸리는 상황이다.
고령화는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가치관을 근본부터 흔들어 놓고 있다. 대한은퇴자협회가 지난 1월 전국의 50대 이상 231명을 상대로 조사한 ‘장·노년층의 문화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사회은퇴 후 자녀와 별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55세 응답자들은 85%가 자녀와 동거를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열 명 가운데 9명이 자녀들과 따로 살려는 추세다. 다만 70세 이상 고령자는 65%가 자녀와 동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생각에도 변화조짐이 뚜렷하다. 1998년 통계청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부모를 누가 부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85.5%가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2002년 같은 조사에서는 67.5%만이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고 답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20%P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준비 없이 내던져진 노후생활 = 은퇴나 노후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해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지역 직장인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후준비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64.6%로 나타났다. “준비 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29.2%에 그쳤으며, “생각도 안 봤다”는 응답자는 6.2%에 불과했다.
이는 2년 전 같은 조사와 비교할 때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결과는 또 다른 시사점을 던져 준다. 직장인이 아닌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명 가운데 7명이 노후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은퇴연령에 접어든 당사자들은 아무런 준비를 못한 채 은퇴이후 노후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인정에서 출발하자 = 지금부터라도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런 틈을 비집고 최근 서점가에는 각종 은퇴관련 설계서들이 난무하고 있다. ‘00세부터 준비하는 은퇴계획’ 등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런 책의 대부분은 은퇴와 노후준비를 돈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그리고 어떻게 비용을 마련할지를 주로 다룬다. 그 비용이라는 것도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 차분히 준비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아니다. 되레 심리적 부담만 크게 만든다. ‘최소한 10억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확산된 것도 이런 접근방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현실을 인정하는데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재룡 에프피넷(FPnet) 대표는 “제한된 소득 안에서 처지에 맞게 철저한 은퇴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일찍 준비할수록 적은 금액으로도 충분하다”고 충고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경제적인 준비만을 강조하는 그릇된 풍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회장은 “행복한 은퇴를 위해서는 건강과 재정 그리고 사회적 역할이라는 세 가지 큰 영역이 고루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나중에 잘 먹으려고 사흘을 굶는 식의 행동은 금물”이라고 충고했다.
생명보험협회 연구개발팀 박배철 팀장은 정부와 사회의 공동책임에 대해 언급했다.
박 팀장은 “개인이 준비를 잘하면 우리 사회가 노령인구에 대한 부양부담을 줄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세제혜택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우재룡 대표는 “지금까지 은퇴준비를 제대로 해 온 세대가 없기 때문에 막막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이야말로 ‘한국형 은퇴 모델’을 만들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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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사례1>
기존 은퇴준비는 재테크에만 치중
건강 돈 사회적역할 모두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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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 대기업 임원인 A씨. 모임에 나갔다가 친구들로부터 50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바보 시리즈’를 들었다. ‘나중에 자식이 자신을 부양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최고의 바보’라는 식의 얘기다. ‘눈에 보이는 가치(집, 건물, 땅 등)가 은퇴이후에도 자기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같은 부류에 속한다.
그는 노후 준비와 자식에 대한 투자, 그리고 노부모 모시기라는 ‘3중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스스로 ‘낀’ 세대라고 생각하는 50대의 공통된 고민이다.
<사례2>
40대 중반 공기업 중견 간부인 B씨. 전업주부인 부인과 올해 중1에 진학한 딸을 둔 그는 요즘 밤잠을 자주 설친다. 정년퇴직 이후 어떻게 살 것인지 걱정이 밀려오는 탓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얼마 전 통신회사에 다니던 절친한 선배가 명퇴 예고를 받고 찾아와 장차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하소연하는 것을 들은 뒤부터다.
노후 생활비며, 자녀들 교육비며 선배가 털어놓는 고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도 내년부터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간을 내볼 계획이다.
우리시대 40~50대들의 자화상이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고민은 마찬가지다. 고령화는 예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빠르게 몰아치고 있다. 고령화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얻게 된 30~40년의 보너스 인생이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려면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관련기사 11면
◆부양문화가 사라진다 =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고령사회 진입에 걸리는 시간이 프랑스가 115년, 스웨덴이 85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고작 18년 밖에 안 걸리는 상황이다.
고령화는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가치관을 근본부터 흔들어 놓고 있다. 대한은퇴자협회가 지난 1월 전국의 50대 이상 231명을 상대로 조사한 ‘장·노년층의 문화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사회은퇴 후 자녀와 별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55세 응답자들은 85%가 자녀와 동거를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열 명 가운데 9명이 자녀들과 따로 살려는 추세다. 다만 70세 이상 고령자는 65%가 자녀와 동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생각에도 변화조짐이 뚜렷하다. 1998년 통계청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부모를 누가 부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85.5%가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2002년 같은 조사에서는 67.5%만이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고 답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20%P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준비 없이 내던져진 노후생활 = 은퇴나 노후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해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지역 직장인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후준비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64.6%로 나타났다. “준비 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29.2%에 그쳤으며, “생각도 안 봤다”는 응답자는 6.2%에 불과했다.
이는 2년 전 같은 조사와 비교할 때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결과는 또 다른 시사점을 던져 준다. 직장인이 아닌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명 가운데 7명이 노후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은퇴연령에 접어든 당사자들은 아무런 준비를 못한 채 은퇴이후 노후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인정에서 출발하자 = 지금부터라도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런 틈을 비집고 최근 서점가에는 각종 은퇴관련 설계서들이 난무하고 있다. ‘00세부터 준비하는 은퇴계획’ 등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런 책의 대부분은 은퇴와 노후준비를 돈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그리고 어떻게 비용을 마련할지를 주로 다룬다. 그 비용이라는 것도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 차분히 준비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아니다. 되레 심리적 부담만 크게 만든다. ‘최소한 10억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확산된 것도 이런 접근방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현실을 인정하는데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재룡 에프피넷(FPnet) 대표는 “제한된 소득 안에서 처지에 맞게 철저한 은퇴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일찍 준비할수록 적은 금액으로도 충분하다”고 충고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경제적인 준비만을 강조하는 그릇된 풍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회장은 “행복한 은퇴를 위해서는 건강과 재정 그리고 사회적 역할이라는 세 가지 큰 영역이 고루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나중에 잘 먹으려고 사흘을 굶는 식의 행동은 금물”이라고 충고했다.
생명보험협회 연구개발팀 박배철 팀장은 정부와 사회의 공동책임에 대해 언급했다.
박 팀장은 “개인이 준비를 잘하면 우리 사회가 노령인구에 대한 부양부담을 줄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세제혜택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우재룡 대표는 “지금까지 은퇴준비를 제대로 해 온 세대가 없기 때문에 막막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이야말로 ‘한국형 은퇴 모델’을 만들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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