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등 대기업정책 그대로 … 로드맵 끝나야 변화 예상
권오승 서울대 교수가 15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됐다. 전현직 공정위 부위원장과 현정권 실세 정치인등이 후보로 거론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의외의 인사라는 게 공정위 안팎의 평가다. 권 내정자는 관직 경험이 전혀 없는 순수 법학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공정거래 관련법 권위자. 서울대에서 15년째 경제법을 강의하면서 ‘경쟁법’ ‘소비자보호법’ 등 공정거래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세간엔 노무현 대통령 큰 딸 결혼식 주례를 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지만 참여정부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진 않는다. 사퇴한 이해찬 총리와 용산고 동문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지만 이번 인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기 힘들다.
다만 서경석 경실련 실장과 안병영 전교육부 장관 등 중도파 지식인들과 온건개혁 성향 시민운동가들이 지난 2003년 만든 인터넷신문 ‘업코리아(Upkorea)'' 창간 발의자로 참여한 점은 권 내정자의 성향 등을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지만 역시 인사와 큰 연관성을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결론적으로 권 내정자는 외부인사로서 공정거래법 전문가라는 점이 청와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권 내정자는 공정위 약관심사자문위원과 경쟁정책자문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공정위와는 인연은 깊다. 이와 함께 정책추진과정에서도 나름대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관심사는 권 내정자가 전임 강철규 위원장처럼 공정위 수장으로서 강력한 자기색깔을 낼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출자총액제한제를 비롯 대기업정책에 변화가 올 것인지도 눈여겨 볼 대목.
권 내정자는 그러나 일단 신중한 자세를 취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5일 공정위장에 내정된 직후 서울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출총제가 재벌의 순환출자를 막기 위해 전합한 제도인지 검토하고 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다만 출총제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현재 마땅한 대안이 없어 당장 폐지는 문제가 있다”며 일단 출총제는 폐지불가라는 입장을 취했다.
또 “공정위가 그동안 정책을 잘 해 왔던 만큼 기존 틀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면서 “멀지 않은 시점에 앞으로 구상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대기업정책을 비롯 공정위 정책에 큰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공정위 관계자 역시 “시장정책의 근간인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올해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누가 위원장이 되더라도 기존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권 내정자 역시 일단 로드맵이 끝나봐야 자기색깔을 내겠지만 기존 틀을 쉽게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권 내정자를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관리형’ 으로 평가하고 있어 공정위 정책기조가 당장 변하거나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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