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층 온정, 법원양형 이중잣대

‘가진 자’ ‘있는 자’엔 한없이 관대…사법 신뢰 붕괴 우려

지역내일 2001-02-15 (수정 2001-02-15 오후 5:37:32)
검찰이 법원의 선고형량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이의를 제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병역비
리 연루자나 뇌물수수 기초자치단체장 등 소위 사회 유력인사들에 대한 법원의 양형이야말로 ‘온정
주의’에 기울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고도 보석으로 풀려나 버젓이 단체장 행세를 하고 자식의 병역면제를 위해 금
품을 준 정치인이나 부유층 대부분이 집행유예로 쉽게 빠져 나오는 등 법원의 양형이 가진 자에게 턱
없이 몸을 사려 ‘무이(돈과 권력) 유죄’ 사회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최근 막을 내린 병무비리수사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검찰에 의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사람은 모
두 186명(구속 134명, 불구속 52명)으로 정치인, 의사, 변호사, 교수, 공무원들이 대거 망라됐
다. 이 가운데 62%는 서울 강남지역에 거주하는 이들로 2000만∼7000만원을 자식들의 병역면
제 대가로 건넨 부유층들이었다.
그러나 서울지법에 따르면 최근까지 구속 기소된 자 가운데 1심과 최종 공판이 끝난 17명 전원에
게 법원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등 솜방망이 형량을 안겨주었다.
아들의 병역면제 청탁 대가로 7000만원을 건넨 의사 김 모(59)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중견그룹 감사 정 모(59)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각각 풀려났다. 구
속 후 곧바로 보석이나 구속 적부심을 통해 풀려난 사례들도 잇따랐다. 일반인들은 1000만원
정도의 뇌물을 공여해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 법대로 형량이 선고되는 게 상례인 점에 비춰
이번 병역비리 부유층의 경우 ‘무전유죄’의 양형 실태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치인 등 거물급 인사들의 사법처리나 사면 과정은 온정주의를 넘어 특혜로 비춰질 정도로 파
격적인 양태로 진행됐던 사례가 숱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대표적인 경우로 97
년 5월 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된 뒤 불과 5개월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후 지난해 4월 대법원 원심 파기, 같은 해 6월 고법의 파기 환송심, 같은 해 7월 상고취하로 유
죄확정, 같은 해 8월 잔형 집행면제의 사면조치를 거쳐 지난해 8월에는 복권 조치됐다. 일반인들이라
면 감히 꿈도 꾸어보지 못할 시혜적 조치들이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넘쳐났던 것이다.
이같은 법원의 고무줄 양형은 기초자치단체로 내려갈수록 그 정도와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지난달 30일 초정약수 스파텔이란 민자유치사업을 벌였다가 업체부도로 주민 혈세 265
억원을 물어줘야할 처지에 몰린 변종석 충북 청원군수(67)는 한 시민단체에 의해 ‘밑빠진 독’
상에 뽑혔다. 변 군수는 문제의 초정약수 사업과 관련 업자로부터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해 5월 구속됐다가 같은해 12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및 추징금 116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김인규 마산시장도 98년 지방선거때 H합섬으로부터 5000만원의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20여일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징역 5년, 추징금 5000만원의 형량이 대법원에서 계류중에 있어
현재 시장직을 수행중에 있다. 윤주식 기자 yjs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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