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은 아프리카 대륙 중간쯤 왼쪽 가장자리에 있는 나라다. 축구를 무척 좋아하여 스포츠의 왕국이라고 부르고 맥주 없이는 못 살아 어떤 사람에게는 종교나 마찬가지다. 작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축구 금메달을 땄을 때 국민들의 환호는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온 시가지가 맥주로 홍수가 나지나 않았을까 싶다.
이런 카메룬에서 최근에 맥주가격이 14년만에 올랐는데 한 병에 약 60센트(우리돈 약 800원)로 무려 20%나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애주가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카메룬에서는 맥주 마시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우승한다든지 하면 전국민이 같은 이유로 맥주를 마시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마다 맥주 마시는 이유가 제각각이다. 언론인인 치아비 아추오시씨는 "카메룬 사람들은 독서도 사냥도 여행도 마음에 없다. 시간이 있으면 오직 맥주를 마실 뿐이다"라고 말한다. 치아비 자신도 하루에 작은 병으로 맥주 다섯병을 마신다고 한다.
옆에 있는 또 다른 애주가는 자신은 그냥 기분 좋아라고 마신다고 말한다. 너무 마시다 보니 이제는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도리어 피곤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그가 술 마시는 이유다. 이름을 밝히기 싫어하는 한 여성은 두 아이의 엄마인데 하루에 맥주 두병을 마신다고 한다. 이유는 결혼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어느 나라에서나 술 좋아하는 사람은 가정에 소홀하기 마련인 듯. 카메룬 전국은 주정뱅이 남편을 쫓아내려는 이혼소송으로 넘치고 있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카메룬 4대 맥주회사의 대표들은 세율 인상과 맥주 원료인 몰트가격의 상승 그리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달러환율 때문에 맥주 가격을 올린다고 말하면서 그렇지만 맥주 소비량이 줄어들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격인상을 놓고 한 술꾼은 "어떻게 맥주만 마시고 살 수가 있나요. 이젠 적게 마셔야지요"라고 웃으며 말하지만 글쎄 카메룬의 술꾼들이 그렇게 쉽게 술값인상에 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영국 BBC-TV 홈페이지에서)
천행욱 리포터 chunlim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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