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취임 이후 끊임없는 경질설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보존을 해왔던 문용린
교육부장관이 최근 들어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한 인상이다.
입각초기부터 문장관은 '학생들만의 교육부가 아닌 4천7백만 전국민의 교육부'를 내세우고
'국가 인적자원정책의 총괄·조정 역할'을 강조하는 등 스스로 교육부총리로 격상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공공연히 내비쳤다.
한 때 문장관은 교육부총리가 되기에 그다지 부족하지 않은 이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김영삼정부 시절에는 '5·31 교육개혁안'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했고 현정부가 추진하
는 교육개혁방안의 대부분을 창안하는 등 '교육정책의 브레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총리 도입 앞두고 '고별사'
하지만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심
의·의결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문장관은 크게 기가 꺾여 있는 모습이다.
문장관은 최근 교육부 출입기자단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자리에서 "지난 6개월간 여러모
로 신경을 써 준 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해 마치 고별사를 하는
듯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본래 이날 자리는 교육부총리제 도입의 정당성과 공교육 내실화
및 과외대책 방안 등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이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
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교육부 내부도 주요 정책사안에 대한 처리를 정부조직 개정 이후로 넘기는 등
문장관 입각 6개월 남짓만에 '레임덕' 현상을 빚고 있다.
각 실·국의 간부 및 직원들은 벌써부터 '장관의 교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교육부총
리 후보의 실명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거나 부총리제 도입에 따라 새롭게 신설되는 차관보 대
상으로 몇몇 고위 간부들을 하마평에 올리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잇따른 '사고'로 대통령 눈밖에
문장관은 지난 4월 과외합법화 문제를 미온적으로 처리해 김대중 대통령의 호된 꾸지람과
함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한 교육부총리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동부 등 정부부처 내에
서조차 질시어린 눈길을 받아야 했다. 급기야 문 장관은 5·18 전야제날 광주에서 '술판'을
벌인 일 때문에 야당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는 등 지속적인 가시밭길을 걸어 왔다.
이렇듯 사고(?)를 연발함에 따라 교체 대상 1순위로 거론됐던 문 장관이 지금까지 장관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과 관련, 세간에는 김 대통령 입장에서 교육부장관의 교체가 지극히 부
담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란 추측이 나돌았다.
교육부장관의 잦은 교체가 '교육망국'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 온 마당에 김 대통
령이 달리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으리라는 것.
부총리감으로는 소양 부족 평가
그러나 최근 김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개각론이 대두되면서 이미 눈밖에 나 있던 문장관은
더 이상 안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더욱이 문장관은 교육의 이론적 측면에는 밝으나 정
책 실무를 맡으면서부터 지나치게 많은 물의를 일으키는 등 행정가적 소양이 부족해 부총리
격에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문장관과 출입기자와의 저녁식사 자리에 함께 배석했던 교육부 관
계자들은 문장관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술자리 분위기를 주도하며 전직 교육부 장관
들의 뒷얘기를 기자들 앞에 서슴없이 늘어놓는 등 실세장관 앞에서라면 하기 어려운 언동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신일용 기자 shini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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