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비리수사 결산①-토착세력의 조직적 커넥션>박노항씨 조직적으로 허위 CT필름 받아

검찰, 지역 거점병원 적발 … 병무청 공무원이 브로커로 활동

지역내일 2001-02-12 (수정 2001-02-13 오후 4:38:54)
병역비리 검·군합동수사반(공동본부장 이승구 서울지검 특수1부장, 서영득 국방부 검찰단장)은
1년 동안의 수사결과, 서울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보호자(의뢰자)-알선자(브로커)-판정 군의관으
로 구성된 비리 커넥션을 적발해 327명을 사법처리했다.
2000년 합수반이 올린 최대 수사성과는 지역 토착세력의 조직적 커넥션을 분쇄한 것으로 평가되
고 있다. 지난해 5월 정치인과 서울지역 수사에서 지역의 토착비리로 방향을 튼 병무비리수사는
13개 지역병무청을 돌며 브로커조직을 차례로 와해시켰다.
병무비리는 일반적으로 신체검사에 필요로 하는 병사용 진단서와 허위 컴퓨터단층(CT)필름 등을
갖추면 병무청 공무원 등 브로커의 협조를 받아 판정 군의관에게 청탁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은 브로
커 능력에 따라 다단계를 거치지만 단계가 늘어날수록 뇌물액수가 커지게 된다.
◇거점 병원과 의사 적발= 합수반은 지난해 상습적으로 허위 CT필름을 만든 거점 병원과 허위 진
단서를 발부한 의사를 적발, 조직적 병무비리를 없앴다. 거점 병원으로 수사받은 곳은 수십건의 허
위 필름을 만든 서울 신화병원과 광주 중앙 방사선과, 부산 시민병원 방사선과 등이다.
또 허위 진단서는 병무청 지정병원인 대학병원의 의사를 통해 만들어졌다. 서울 ㅈ병원의 이 모 안
과과장, 서울 ㅇ대학병원의 황 모 정형외과 과장 그리고 서울 강남의 ㅅ병원 오 모 정형외과 과장
이 여러 건의 허위 진단서를 발부, 사법처리됐다.
이같은 허위 필름과 진단서는 브로커들의 알선으로 만들이진다. 신화병원의 경우 수배중인 박노항
원사가 브로커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원사는 신화병원 원장 이종출(46)씨와 이 병원 방
사선과 실장이었던 박홍기(50)씨와의 친분을 이용, 군 면제에 필요한 필름과 진단서를 공급받았다.
검찰 수사결과, 박씨는 98년 5월쯤 박 원사와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커넥션으로 신화병원에서 저질러진 부정면제는 수백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박씨는
100여건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형 병무비리조직’인 셈이다.
◇지역 브로커조직 와해= 2000년 합수반에 적발된 브로커는 모두 134명이며, 이 가운데 82명이
구속됐다. 특히 병무청 공무원이 79명 입건됐으며 50명이 구속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숫자
는 전체 병무청 공무원의 5%에 이르러 ‘병무비리청’이라는 신조어를 낳게 했다.
이 가운데 도주한 부산 병무청 소속인 안 모(징병보좌관)씨를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부산의 ㅂ병원
과 연계, 수십건의 병무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ㅂ병원은 정치인과 연관이 있는 것으
로 추정하고 있다.
또 수배중인 대구 병무청 소속의 임 모(징병보좌관)씨도 토착비리의 연결고리로 파악하고 있다.
그밖에 김 모(동원소집과장)씨 등 창원 병무청 4명을 비롯해 11명의 병무청 공무원이 도주해 수사
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도주를 막기 위해 갖은 묘안을 짜내기도 했다.
병무청 공무원 이외의 브로커로 민간인 최 모(화랑대표)씨는 광주지역에서 중앙방사선과의 기사인
장 모씨와 공모해 수십건의 병무비리를 저질렀다.
대구지역의 이 모씨는 99년에 구속됐으나 2000년 합수반에도 불려나와 상당수의 병역비리를 추
가로 자백했다.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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